2018년 3월 25일 일요일

◆선박(운송)에 관한 재밌는 이야기 [by. 물파스]

경제의 기본중의 기본은 바로 “교환(무역)”입니다.
상품(자동차, TV, 의류 등)을 교환하고, 에너지(원유, 석탄 등)를 교환합니다.
농.수산물(곡물, 과일, 어패류 등)을 교환하고, 서비스(여행, 금융, 법률, 회계 등)도 교환하죠.
하지만 이러한 모든 교환 대상들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나라들(목적지)로 누군가가 쉬지 않고
열심히 실어 날라야 합니다.(운송) ... 그리고 그 대표적 운송수단 중에 하나가 바로 선박(船舶)입니다.

물론 항공과 철도 또한 상품과 사람들(여객)을 열심히 실어 나르는 중요한 운송 수단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세계경제(무역)에서 선박이 차지하는 그 위상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세계 교역 물량의 75%~80%가 바다(선박)를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교역의 99%가 바다(선박)를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거의 전부인 거죠.]

선박(船舶)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 해상법상 상행위를 할 목적으로 물위를 항해하며 명칭, 국적, 선적항 따위를 가지는
본래는 동산이지만 부동산에 준하는 취급을 받는 구조물] ... 이라고 정의 하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자산(Asset) 이라고 하면 토지나 아파트, 상가건물처럼 소위 '부동산'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유형자산이 있으며, 자동차, 요트(선박)처럼 <움직일 수 있는> 유형자산이 존재합니다.
여기에 주식, 채권 은행예금 같은 금융자산과 영업권, 특허권 같은 무형자산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많은 자산들 중에, 특히 규모가 크고 움직일 수 없는 부동산(토지, 건물) 같은
고정자산의 경우에는 주식이나 은행예금(통장)처럼 소유 관계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 <등록>이라는
제도를 통해 소유권을 구분하고 있습니다.(ex. 부동산 등기)

그런데 움직일 수 있는 유형자산은 보편적으로 등록제도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나 선박은
움직이는 유형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등록제도'를 통해 소유관계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동차나 선박은 왜 등록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가?

책이나 가방, 담배, 스마트폰 등의 물건들은 우리가 특별히 구청에 가서 등기나 등록을 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물건을 현재(지금) 들고 다니는(점유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물건의 주인일 것이라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립니다. 또한 그러한 생각들에 대해서 그 어떤 누구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선박은 어떠한가? ... 당연한 얘기지만 선박은 휴대폰처럼 들고 다닐 만큼 작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가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대형 선박들은 쉬지 않고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닙니다. 더불어
특정국가에 머무는 시간도 항만에서 짐(화물)을 내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위에서 보내게 됩니다 ... 다시 말해 공해(公海)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므로 실질적으로
선주(배 주인)가 실물(선박)을 점유하고 있는 시간도 짧지만, 오래 점유하고 싶어도 그럴수록 배를
놀리는(수익창출을 못하다) 상태가 되기 때문에 재무적인(매출) 상황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선박은, 특히 대형 선박은 그 가치(가격)가 웬만한 부동산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지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따라서 대출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선박에 대한 확실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선박은 전쟁 같은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가적인 전략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상당히 높은 자산입니다. ... 이러한 이유로 선박은 등록 제도를
필요로 합니다. [@ (참고: 국가필수선대) - 국가가 전쟁 같은 비상사태를 대비해 일반 선사가 보유하고 있는
배중에 적정 기준에 부합하는 선박을 국가필수선박으로 지정하는데, 필수선박으로 지정되면 여러
제한(선원고용 및 항로 등)이 따릅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민간 선사의 손해는 정부가 보상합니다.
때문에 군(해군)에서는 우리 국적 선박을 보호하는 일이 중요한 임무 중에 하나입니다. ... 지난 2011년
1월 삼호해운 소속 <삼호 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되었을 때, 우리 청해 부대가 작전명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해적들을 소탕하고 인질을 구출한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그리고 지금도
청해 부대는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한국 및 외국 선박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전 세계 교역 규모도 과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 졌습니다.
이에 따라 선박에 대한 등록의 의미도 점점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1980년대부터는
국제법(UN협정 90조)에 의거해 모든 상업선단은 자국에 <치적(置籍: 배의 국적.호적)>할 권리를 가지며
치적된 상업선단의 배는 공해를 운항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우리가 아무리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예측불허의 천재지변을 맞닥뜨리면
인간은 하염없이 작아집니다. ... 더구나 그러한 예측불허 상황을 바다 한가운데서 만난다면
거의 절망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두발로 딛고 서있는 땅 위에서조차 불안한 인간에게
아무리 큰 배를 가지고 바다 위를 달린다 해도 변화무쌍한 바다의 변덕 앞에서는 항상 위험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 그래서 세계(국제협약)는 바다 위를 지나는 모든 선박 및 선원의 안전과 해양 환경을
최우선으로 하여 국제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 한마디로 대양(ocean)을
오고갈 정도의 배는 절대로 어설프게 만들지 말라는 거죠! ... 때문에 선체(배의 몸체) 구조는 대단히
견고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선수(배의 앞부분)와 선미(배의 뒷부분), 기관실, 화물창 등은
다른 부분보다 더 튼튼하고 세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배를 잔잔한 물에 띄우면 수면 아래로(물속) 배가 잠기는 부분이 있습니다. ... 그리고
배가 잠긴 부분 중 수면에서 배의 가장 깊은 곳까지의 수직 거리를 '흘수'[(吃水).Draft] 라고 하는데,
이렇게 물에 잠긴 선체와 수면의 분계선을 흘수선(Draft mark) 이라고 부르며 모든 (대형)선박은
이 흘수선을 표시해야 합니다.

또한 배에 화물이나 사람을 싣게 되면, 더 이상 실을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르는데,
무작정 화물이나 사람을 많이 싣게 되면 배가 전복되거나 물속으로 가라앉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화물이나 사람을 실을 수 있는 최대한도를 설정하여 표시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만재흘수선>입니다.
더불어 만재흘수선 또한 <만재흘수선국제조약>에 따라 반드시 배 측면에 표시하게 되어있습니다.

우리가 바닷가 혹은 TV뉴스에서 자주 보는 (대형)선박은 보편적으로 흘수선 윗부분만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박은 이 흘수선 아래 부분, 즉 물에 잠긴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이 흘수선 아래 부분은 붉은색 페인트를 칠하여 구분하는데, 이것은 색의 조화 같은 디자인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은 오염방지의 목적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염방지는 배의 성능과
연관되기도 하는데, 해양 동.식물이 배의 표면에 달라붙어 서식하게 되면 추진 성능에 영향을 줄 수가
있습니다.[@ 연료소모가 많아질 수 있음]

배의 추진 성능을 떨어뜨리는 것은 해양 동.식물 뿐만이 아닙니다. ... 여기에 추진 성능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파도인데, 잔물결 없는 아주 고요한 상태에서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면 이때 파(Wave)가 발생하게 됩니다.

파(Wave)가 발생한다는 것은 결국 에너지를 소모했다는 것이며, 이러한 에너지 소모는 곧바로
저항을 발생시키게 되는데 이렇게 배가 전진하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저항이 바로 파도입니다.
(@ 조파저항. wave making resistance) ... 그래서 배를 설계할 때 이와 같은 조파저항을 상쇄시키기
위해 선수(배의 앞부분) 아래 부분을 마치 커다란 혹부리 모양의 돌출된 타원형으로 설계하는데
이것을 구상선수(球狀船首,bulbous bow) 라고 합니다.

배의 구조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프로펠러(propeller)입니다.
프로펠러는 엔진의 회전력(어떤 축을 중심으로 빙빙 돌아가는 힘)을 추진력(앞으로 나가려는 힘)으로
변환하는 장치입니다. 한마디로 배가 앞으로 힘차게 나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장치인 거죠.
그렇다면 프로펠러를 아주 크게 만들면 배가 더 빠르고 힘차게 앞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하지만, 프로펠러를 무한정 크게 만들면 오히려 물의 저항을 더 많이 받게 됩니다.
그래서 프로펠러는 선종(배의 종류), 선형(배의 모양)과 선박의 크기 등이 고려되어 신중하게 결정되고,
많은 추진력을 필요로 할 때는 프로펠러가 두 개인 쌍축선 형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대충 선박의 아래 부분, 즉 흘수선 아래의 구조에 대해서 살펴보았으므로,
선박의 윗부분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알아보겠습니다.

배를 물위에 떠있게 만들어 주고, 또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게 해줄 수 있는 구조는 어느 배든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물에 잠긴 부분(흘수선 아래)의 배 구조는 대동소이 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배의 윗부분의 구조는 선종과 선형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노 젓는 1인용 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대형)선박에는 갑판(Deck)이 있습니다.
갑판(Deck)은 배 위에 나무나 철판으로 깔아 놓은 넓고 평평한 바닥을 말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형선박 갑판에는 “데크하우스(Deck House)” 라는 상부 구조물을 설치하는데, 여기에는 배를 조종하는
조타실과 선원들이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선원 거주구 및 사무실 등이 포함 됩니다 ... 쉽게 말해
(보통)5~8층짜리 작은 고급호텔을 배의 상부에(갑판위에) 레고 블록을 쌓듯이 올려놓았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편할 겁니다.

그런데 데크하우스(Deck House) 제작에는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됩니다.
만약 데크하우스를 너무 크게 만들면 그 무게 때문에 배의 무게중심을 맞추기가 까다로워질 수
있으며 연료소모 또한 많아집니다. 따라서 데크하우스는 조타실과 선원들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을 고려하면서도, 동시에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육상의 건물이었다면 철근콘크리트로 골조를 만들었겠지만, 데크하우스의 골조는 대부분 철판으로
만들며, 벽면, 천장, 바닥도 모두 철판으로만 제작하는 고난이도 공법이 요구됩니다.

이렇게 고난이도 공법이 요구되는 데크하우스(Deck House) 라는 상부구조물을 제작하는 업체 중
세계 1위 업체가 바로 우리나라 오리엔탈정공 이라는 회사인데, 이 회사가 만드는 데크하우스는 주로
"파나막스급(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정도의 크기의 선박)" 이상의 대형 선박에 탑재되며 데크하우스를
하나 수주하면 보통은 40여 개 협력업체가 달라붙어 90~120일 만에 완제품을 만들어 냅니다.

더불어 데크하우스에는 선원 거주구역 이외에도 (앞서 언급했듯이)조타실을 포함하는데,
배를 조종하는 조타실은 보편적으로 선미(배의 뒷부분) 쪽에 설치합니다. 배가 깊은 바다로 나가게
되면 선수(배의 앞부분) 쪽은 선미에 비해 상하운동이 심해서 조종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화물을 실을 공간을 좀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이유도 있습니다.

배 구조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겠습니다. ~ 보통 화물선의 바닥은 이중 구조로 만듭니다.
배가 좌초했을 때, 바닷물이 선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화물을 보호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반대로 유조선 같은 경우는 바다로의 기름 유출을 막고자 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1983년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과 1989년에 알래스카연안에서 발생한 초대형 유조선 엑손 발데스호의
좌초사고로 이중선체 구조에 대한 국제협약이 더욱 강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1990년부터 미국 연안을 항해하는 모든 유조선에 대해서 이중선체 구조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들었고,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또한 신조(@새로 건조되는 선박) 유조선의
이중선체 구조를 의무화 하였습니다.]

배는 다른 운송수단(자동차, 철도, 항공 등)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속도가 많이 느린 편입니다.
따라서 공기저항은 적지만, 바람이나 파도 같은 다른 저항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물에 직접 접촉하는
프로펠러 같은 보이는 부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선박)엔진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동안 뉴스를 통해 많은 분들은 한국의 조선 산업이 (중국의 추격이 만만찮지만)세계 1위라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선박엔진 산업 역시 세계 1위라는 사실을 아는 분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선박엔진의 세계1위 업체는 바로 현대중공업인데, 이 업체는 현재
세계 40여 개국으로 수출하고 시장점유율이 약 35% 수준입니다. 그 뒤를 이은 선박엔진 세계 2위
업체로 두산엔진(시장점유율 20%)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세계 선박엔진의 절반 이상은 한국 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박의 속력은 주로 노트(Knot)로 표시하는데(@기호는 kn, kt) ... 1노트는 배가 1시간에 1해리를
가는 속력을 말합니다.(1해리: 1,852m) ~ 따라서 배의 속력이 27노트라면, 대략 시속 50km를 뜻합니다.
그래서 배가 24시간동안 27노트를 유지하며 항해 한다면, 대략 1,200km 항해할 수 있다는 뜻이며,
이 속력으로 부산항을 출발하면 대략 9일후에 미국 남서부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 항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됩니다.

배는 사용 목적에 따라 보통 상선과 군함, 어선 및 특수선 등으로 분류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상선의 주 수입원은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며 받는 운임입니다. 상선은 다시
화물선과 화객선(화물과 승객을 함께 운반하는 배), 여객선 등으로 분류되는데, 이 글에서는
상선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입니다.

화물의 종류를 먼저 생각해봅시다.
(대형)선박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운송하는 대표적 화물에는 원유와 석유제품, 천연가스, 석탄,
철광석, 곡물 등이 있으며, 이들 화물은 현재 세계 교역량의 대략 6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포장화물(컨테이너) 같은 기타 건화물(Dry Cargo)이 포함됩니다.

건화물(Dry Cargo)은 원유 같은 액체가 아닌 광석이나 곡물, 기계류 및 각종 공산품(잡화) 등의
고체화물로 일반 화물선이나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으로 운송 됩니다. 특히 석탄과 철광석, 곡물 등은
특별한 포장이나 묶음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흔한 말로 그냥 선창(화물칸)에 들이부어(산적, 쌓다.)
쌓은 형태로 운송합니다.(@산적운송) 그리고 이렇게 산적 형태를 전문으로 운송하는 배를
보통 벌크선(Bulk Carrier) 이라고 부릅니다 ... 그런데 여기서 원유나 액화천연가스(LNG) 또한
따지고 보면 (포장하지 않고)산적 형태로 운송하는 형태인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워낙 화물의 특수성이 높아서 따로 전용선(@탱커.Tanker)을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곡물 같은 경우는 계절적 수요와 특정 수확시기로 인한 변동이 다른 화물보다 잦기 때문에
전용선을 두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여러 화물 종류의 물동량에 맞춰 운영합니다. 더불어
해운회사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빈 배(공선) 운송을 줄이는 것이 수익에 도움이 됩니다. 한마디로
부동산 임대시 공실률을 낮추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다른 종류의(2종류 이상)
화물을 운송할 수 있도록 선창(화물칸)을 개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 예를 들면, 중동에서 원유를 싣고
유럽으로 운송한 다음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프리카에 들러 철광석 등의 원자재를 싣고 오는
경우라 하겠습니다.

원유(@땅속에서 방금 뽑아낸 천연 그대로의 석유)나 정유[@정제한 석유(휘발유, 경우, 등유 등)]처럼
액체 상태의 화물이 아닌 건화물에는 방금 전 얘기한 석탄, 철광석, 곡물 이외에도 우리가 보통 상품이라고 부르는
TV, 냉장고, 휴대폰, 의류 등의 각종 공산품(생활 잡화 포함) 등이 포함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산품은
보통은 안전하게 포장되어(포장화물) 운송되는데 ... 이에 가장 적합한 배가바로 컨테이너선입니다.
[@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인 자동차는 PCC(Pure car carrier), PCTC(Pure Car and Truck Carrier) 라는
자동차 전용운반선으로 운송됩니다. 자동차 전용선은 보통 9~10층의 갑판으로 설계되고,
육상의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처럼 통로 끝에 나선형의 주행로를 설치하여 자동차가 각 층마다 스스로
이동하여 선적하는 방식인데, 최근에는 13층 이상 크기의 선박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정도 크기면
한 번에 대략 5천대 이상의 자동차를 선적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대표적인 자동차 운송기업이
바로 “현대글로비스”입니다. ]

컨테이너선(container ship)은 갑판 아래의 선창(화물칸)뿐만 아니라 갑판 위에도 컨테이너를
적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 이 배는 모두가 잘 알다시피 컨테이너(container) 라는
규격화된 네모난 철재상자 용기에 (포장)화물을 담아 운송을 하는 것입니다.

컨테이너선은 1960년대 미국의 시랜드(Sealand) 사와 매트손 내비게이션 사에 의해 개발되었는데
이후로 하역비 절감과 하역시간 단축 등 컨테이너선의 등장은 그야말로 물류의 혁명이라고 할 만큼
해상운송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컨테이너선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는 주로 TEU(티이유. twenty footer equivalent unit)를
사용합니다. 1TEU는 20피트(6미터) 짜리 컨테이너박스 한 개를 뜻하며, 40피트를 뜻하는
FEU(forty footer equivalent unit) 컨테이너박스도 있습니다.]

최근에 건조되는 대형 컨테이너선은 보통 1만 TEU를 가볍게 넘어섭니다 ... 한마디로 컨테이너 박스
1만개를 적재할 수 있다는 뜻인데, 1만 TEU 급이면 하루 300톤 이상의 연료소모량에 길이는 보통
400m, 높이만도 50m에 가까운 엄청난 크기의 선박인 것입니다. 그런데 1만 TEU급 컨테이너선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히 선박의 물리적 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거죠.!

만약 20피트(6미터)짜리 컨테이너 1만개를 일렬로 이어붙인다면(60km) 자동차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인천공항까지 갈수 있는 엄청난 거리가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컨테이너 1만개를 육로를 통해 운송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 우선 1만대의 트레일러가 필요합니다. 또한 1만 명의 운전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엄청난 인건비와 연료비용, 차량 대여비용, 운전자 식비 및 주유하는데 걸리는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정말 상상 이상의 대규모 이동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광경을 공중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다본다면 서울 광화문에서 인천공항까지 거리와 맞먹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초대형
아나콘다(Anaconda) 한 마리가 도로를 점령하며 꿈틀 꿈틀 기어가는 현기증 나는 광경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이때 1만 TEU급 컨테이너 선박이 등장 한다면, 이 모든 현기증 나는 고민이 한 번에 해결됩니다.
인원은 많아봐야 고작 20명~30명이면 충분하며, 연료비용과 시간 측면에서도 컨테이너 선박이
압도적이라 할 만큼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결론적으로 경제성과 효율을 따져본다면
해상운송은 아직까지 감히 그 어떤 운송수단 보다도 월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보편적으로 선박(운임비용)은 육상 운임에 비해 1/5 수준이며, 항공 운임의 1/50 수준입니다.]

컨테이너선의 크기를 말할 때는 보편적으로 만재 TEU를 사용합니다. ~ 다시 말해
"최대 몇 개의 컨테이너를 배에 실을 수 있느냐"를 따져보는 것으로 컨테이너선의 크기를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것은 컨테이너 박스가 규격화, 표준화 되어있기 때문에 컨테이너선끼리의 비교는
그 개수(컨테이너 개수)로서 크기를 다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비교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벌크선이나 유조선 같은 경우는 앞서 언급했듯이 화물을 그냥 산적(쌓음) 형태로 운송하기
때문에 가장 합리적인 비교 방법은 그냥 화물의 무게(중량)를 재는 방법이외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쉽게 말해 "이 배는 철광석을 1만 톤을 실을 수 있다!" 처럼 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최대 무게를 따져서 선박의 크기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화물의 무게를 측정하는
단위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준이 바로 DWT(Deadweight Tonnage)라는 <"재화중량톤수">입니다.

앞서 배의 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흘수선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았던 기억이 나실 겁니다.
축구장 크기의 아주 큰 욕조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물을 가득 채우기 시작합니다.
거의 한 두 방울이면 욕조가 넘칠 듯 말 듯, 최대한 가득 채우고 물이 잔잔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배를 띄웁니다. 당연히 배의 무게 때문에 욕조 밖으로는 일정량의 물이 밀려나갈 것입니다.
이렇게 욕조 밖으로 밀려난 물의 중량을 소위 <배수중량> 이라고 하는데, 이 배수중량은 배의 흘수선 아래,
즉 수면 아래 물속에 잠긴 배의 용적(부피)과 물의 비중을 곱한 값과 같은 무게인 것입니다.
그리고 배수중량을 톤으로 나타낸 값을 <배수톤수>라고 합니다.

이미 앞에서 자세히 언급했듯이 배에는 선원들이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공간(데크하우스)이
따로 마련되어 있으며, 그 곳에는 선원들 개인용품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식당이나 창고에는
식량 및 음료수가 있을 것이며, 연료탱크에는 당연히 연료가 들어있습니다. 또한 배에서 사용되는
여러 비품(선용품)과 수리나 점검에 필요한 각종 도구들이 실려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화주(화물 주인)로부터 돈을 받고 운송해 주기로 약속한 진정한 화물(순수화물)이 아니기 때문에
진정한 화물의 무게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순수화물 이외의 것들을 모두 제외해야 합니다. 그래서
(순수)화물을 실은 상태에서 배를 띄웠을 때의 배수톤수에서 순수화물 이외의 것들을 빼주고 나면
그 값이 바로 재화중량톤수(DWT)가 되는 것입니다. ... 결론적으로 재화중량톤수는
"얼마나 많은 (순수)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느냐"와 같이 선박의 수송능력을 평가하는데 가장 적합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번외(番外) 이야기 -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 편의치적]

파나마 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이어주는 관문입니다.
만약 한국 부산항에서 화물을 실은 선박이 미국 뉴욕 등의 동부해안을 가려고 할 때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지 않는다면 남미의 최남단에 있는 케이프 혼[Cape Horn]을 돌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보통 화물선의 경우 대략 17일 ~20일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따라서 연료비용을 포함한 각종
비용을 고려한다면 파나마 운하는 (해운사 입장에서는)무조건 통과해야 하는 핵심 경유지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성이 높은 파나마 운하 통과에도 한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아니 문제점이라고 하기 보다는 “까다로운 조건”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네요 ~
그 까다로운 조건이란 바로 파나마 운하는 아무 선박이나 다 통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운하의 크기가(폭과 길이 등)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크기가
정해져 있는 뜻입니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최대 크기는 재화중량톤수(DWT)로 대략 7만 7천DWT 입니다.
실제 길이와 폭을 따져보면 길이는 약 230미터, 폭은 약 33미터 정도의 크기의 선박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정도 크기의 선박을 소위 <파나막스(Panamax)> 선박이라고 부릅니다.

정리해보면 '파나막스([Panamax)'급 선박은 파마나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선박을 뜻하며, 길이는 230미터, 폭은 33미터, 재화중량톤수(DWT)는 대략 7만~8만DWT,
만재흘수(@ 배가 화물을 더 이상 실을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실었을 때 물속에 가라앉는 최대 깊이)는
약 12미터 정도의 선박을 말하며, 컨테이너선은 대략 4,000 ~ 4,500TEU 수준을 말합니다.

수에즈 운하(Suez Canal.1869년 개통)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두 대륙의 경계인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
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중해와 홍해, 인도양을 연결하는 관문입니다. 보통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영국과 유럽 대륙으로 가려할 때 자주 이용하는 운하입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최단 항로]

앞서 언급한 파나마 운하와 마찬가지로 부산항을 출발한 선박이 유럽으로 가고자 할 때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않는다면 아프리카 최남단인 희망봉[Cape of Good Hope. 남아프리카 공화국 남서쪽 끝]을
돌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보통 화물선인 경우 대략 15일이 더 소요됩니다.

수에즈 운하 또한 파나마 운하처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최대 크기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선박의 최대 크기는 약 15만DWT 수준이며, 이런 크기의 유조선을 <수에즈막스(Suezmax)탱커>라고 부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산업이 대형화 고도화 되는 등 국제교역이 활발해지자 해상물류 또한
비약적 성장을 하게 되었고, 당연히 파나마운하와 수에즈운하 또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950년대의 수에즈 운하는 이집트가 주변국들과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한 분쟁 때문에
몇 차례 폐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었습니다.

1952년, 군인이었던 이집트의 가말 나세르(Gamal Nasser)는
민족주의 성향의 소장파 장교들과 함께 당시 국왕이었던 파루크(Farouk) 왕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세우며
권력을 잡게 됩니다. ... 이집트는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입니다. 또한 연간 강수량도 차마 강수량이라 할수 없을
정도로 비가 적게 내려서 권력을 잡은 나세르 입장에서는 국민들의 가난을 해결하고 국력을 키우기 위한
가장 최우선 과제가 바로 용수 확보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나일강을 활용한 댐건설 이었습니다.
[@ 아스완 하이댐[Aswan High Dam] - 높이 111m, 총 용적 1,690억 세제곱미터 – 1970년 완공]

당시 나세르가 계획했던 아스완 하이댐[Aswan High Dam]은 그 규모가 엄청났기 때문에
댐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 또한 당시로서는 천문학적 금액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영국과 미국이
댐건설 비용에 대한 원조를 약속했는데, 이때 이집트가 공산진영이었던 체코와 소련으로부터 비밀리에
전쟁 물자 지원협정을 맺자 미국과 영국은 모든 댐 건설 지원약속을 취소하게 됩니다.[@1956년 7월]

나세르는 댐건설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자, 곧 바로 그 대안으로 운하 주변에 과감히 군대를 배치하며
<"수에즈운하는 이집트 꺼!(국유화)">를 선포합니다. 운하 운영수입으로 댐 건설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것이었죠.
여기에 티란 해협도 봉쇄하여 이스라엘의 홍해 진출로도 막아버렸습니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서방세계에
불만이 많았던 아랍인들은 이러한 나세르의 과감한 행보에 환호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 티란 해협 –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홍해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해로 ]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자 최초 수에즈운하가 만들어질 때부터 전문 관리회사를 만들어(지분참여)
운하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통제)을 행사하고 있었던 영국과 프랑스는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영국과 프랑스는 비밀계획을 세웠고, 이스라엘에게 이집트를 공격하면 뒤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제의합니다. 가뜩이나 티란 해협과 (이집트)게릴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이스라엘은
1956년 10월 이집트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2차 중동전쟁"입니다.
[@ 수에즈 전쟁, 2차 아랍-이스라엘 전쟁]

하지만, 이 전쟁은 미국과 유엔의 반대 등으로 얼마기지 못해 끝나게 되는데, 당시 미국의 생각은
만약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참전하게 되면, 아랍 민족들이 가지고 있던 그동안의 미국과 서방에 대한
적개심을 더 크게 불러일으켜, 자칫 소련을 비롯한 공산진영의 아랍권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수에즈 운하는 이러한 긴박하고 복잡한 지정학적 사정 때문에 몇 번의 운하 폐쇄를 경험하였고,
그 결과 중동산 원유 운송이 많았던 유조선들은 유럽과 북미지역으로의 최단 항로가 막혀버려
어쩔 수없이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해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많은 해운선사들은 생각했습니다.[@ 당시 유럽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 70% 육박]

"툭하면 (수에즈)운하가 막혀서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가야 하니까, 이왕 돌아가야 할 바엔
배라도 더 크게 만들어서 한 번에 많은 화물(원유)을 수송하는 것이 훨씬 더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결과 탄생한 선박이 바로 초대형 유조선인 <VLCC(Very Large Crude oil Carrier)>와
초대형 벌크선인 <케이프사이즈(Capesize)>선박입니다. [@ 10만~18만DWT 규모]
[@ 케이프사이즈 선박은 만재흘수 18미터 이하일 땐 수에즈운하는 통과 가능하며 ... 더불어
VLCC의 크기는 딱히 정해진 바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20만 ~30만DWT 규모를 말하는데,
이것이 얼마나 큰 규모인가 하면, VLCC 규모로 우리가 원유를 한 번 수입하면, 우리나라 전체가
하루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원유의 양인 것입니다. ]

[@ 2016년 6월 26일 파나마 운하가 드디어 9년의 확장 공사를(6조원 투자) 끝내고 개통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새 운하는 폭 49m, 길이 366m의 "포스트 파나막스급" 선박도 지나갈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은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92%, 모든 선박 종류의 97%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

사랑하는 사람끼리 결혼을 하고, 또 소중한 아이까지 낳게 된다면 출생신고를 하게 됩니다.
당연히 국적도 취득하게 될 겁니다. ... 그런데 선박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말해 새로운 배가 건조되면
배도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국적을 갖게 되는 거죠. 이것을 보통은 "선박을 치적(置籍)한다"고
말합니다. [@ 치(置) - 둘 치(사물을 배치, 예금을 예치) // 적(籍) - 문서 적(국적, 호적) ]

사람의 국적은 본인이 태어난 국가를 제외하면, 다른 나라 국적을 갖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선박은 어디에서 태어나든(만들어지든), 또 누구의 소유이든[선주(배주인)의 국적] 상관없이
원하는 국가에 출생신고(치적)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과거에는)으로는 어느 특정국가의 국민이 소유하는 선박은 반드시 그 국민이 속한 나라에
등록을 해야 했으며, 그 나라 국민들을 선원으로 고용해야 했고(@ 자국 선원 의무고용), 앞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전쟁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정부의 징발령에 따라 <국가필수선박>으로 지정되어
정부의 명령을 따라야 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이렇게 강제성이 부여된 치적 관행에 대해서 선주가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려웠으며, 반드시 선박은 선주(배주인)가 태어나고 자란 자국에 등록(치적)
해야 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1950년대를 넘어서면서 부터 세계 해운시장에서 국제선박등록(치적)제도에 관련해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일부 국가들이 다른 나라 국적의 (외국)선박을 자국에도
치적(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 이것을 <편의치적(便宜置籍)>
이라고 하는데, 선주가 선박을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등록하는 것을 말합니다.

[@ 영국은 1894년에 발효된 자국의 상선조례(Merchant Shipping Act)에 따라 무려 일백년 가까운
1988년까지 영국인이 소유한 선박은 반드시 영국에 등록하고, 주로 영국인 선원을 고용해야 했으며,
영업의 상당부분을 영국에서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1989년 법이 바뀌면서 이제는 영국을 벗어나
다른 국가에도 선박등록이 가능해 졌습니다. ... 참고로 오늘날 세계 해운업에서 영국의 위상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과거 빅토리아(Victoria) 시대로 불리던 19세기에 영국은 세계최강국의 지위를 누리며
소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세계 곳곳에 많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때에 막강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의 항구를 활용했던 경험이 영국의 해운업을 급격히 발전시켰으며, 이때의 경험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면서 세계 해운산업에서 <영국법>의 중요성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런던은 아직까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운센터중 하나이며, 세계 상당수의 해운사들이 런던의
보험시장을 통해 선박보험 및 재보험을 가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종 해운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상당수의 분쟁 당사자들이 <영국법>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중재 장소 또한 런던 법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다시말해 제도와 해운관련 법령은 여전히 <영국법>이 세계시장에서 상당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주나 (해운)기업들은 자신들 선박을 왜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등록(편의치적)하려 할까?

선박, 특히 대형 선박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특수 운송장비입니다. 또한 이들 선박은 대부분의
시간을 외부세계와 고립된 상태로 바다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 인력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전문교육을 받은 해기사,
선원 등이 필요하며, 육상에서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선박)보험 및 기타 행정사무를 지원할 인력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보통 선진국의 이러한 전문 인력 인건비는 개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때문에 선진국 선원들의 고용은 바로 고임금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선진국들은 선박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각종 규제[ex.자국선원 의무고용]도 많이 까다롭고, 무엇보다도 세금 부담이 상당히 무겁습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일부 나라들에서 세금 부담이 매우 적거나 심지어 거의 세금을 안 내도
될 정도로 선박에 관한 각종 (조세)규정과 규제를 모두 없애버린 나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외국선박들을 본인들 나라로 적극 유치하려는(치적하도록) 국가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들 나라도(편의치적국) 소액이지만 등록비용 및 등록세, 그리고 기타 부수적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해운업, 특히 해상운송서비스는 특별한 차별서비스가 어려운 업종입니다. 쉽게 말해, 화물을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곳으로 안전하게 운송해주는 것 이외에는 해운사가 화주에게 특별히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해운회사 직원이 화주에게 발 마사지를 해줄 것도 아니고 ~ ) ... 따라서 해상 운송업은
범용적 성격의 업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배만 있으면 누구나 운송을 해줄 수가 있으므로) ... 이것은
달리 말하면 화주 입장에서는 거래처(해운회사)를 바꾸는데 비교적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업종의 성격이 이렇다보니 수많은 해운선사들은 치열한 경쟁 상황에(완전경쟁) 놓여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실 때문에 대다수 해운선사들은 경쟁사보다 앞서기 위해 (운송)원가절감에 상당히 민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가절감의 가장 무난한 방법은 바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단위당 운송원가를 줄이는 방법을
많이 활용합니다. ... 이렇게 차별서비스가 어렵다보니 비용절감 차원에서 <편의치적>은 상당히 매력적인
경영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최근 한국사회의 최대 화두는 아마 '미투 운동'일 겁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글을 쓰고 있는데 조금은 조심스럽네여 ~
아무튼 새 글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 편안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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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일등항해사

구상 선수 부분은 조금 설명이 잘못된거 같습니다.

이 기술은 독일업체가 개발한거고 구상선수가 없던 시절에는 군함들처럼 쪽빛하게 날카로운 형태였습니다.

이 구상 선수가 선박에 미치는 영향은 조파 저항을 적게 한다기 보다

선수를 침하 시킴으로서 선박의 보침성을 좋게 하는데 있습니다.

선수를 옆에서 보면 S 자 모양으로 하고있죠? 굴곡진 부분의 위쪽으로 파도가 밀려와서 선수 전체를 밑으로 누르는 형태로 힘이 작용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선수가 좌,우로 쉽게 돌아가기 쉽지 않게 되어져 보침성( 침로 안정성 )을 확보함에 따라서

연료의 소비량이 줄어든걸 확인하고 너나 없이 상선들은 이 형태로 다 변화 되었습니다.

고속보트경기에서 경주하는 보트들의 선수가 튕튕 위로 올라가는걸 보면 이해가 쉬우실겁니다.

항상 물파스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해운업계 자체가 워낙 귄위있는 선장님이 다르게 말할경우 그게 일단 무조건 맞다고 하는게 다반사라서
2-3항사정도 3년정도 선박을 운용해보고 ( 군대 면제 받고) 나가는 사람들이 잘못 알고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잘못된 사실이 전달된듯 합니다.

예전의 선장님들 중에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그걸 습득하신다기 보다 자신의 경험에 더 의존하시기 때문이기도 하는데
저도 사실과 선장님의견과 다를경우 무조건 선장님 말씀이 맞다고 하는 사람입니다만..

선박의 선수 모양 S <-- 파도의 진행 굴곡진 윗부분을 누르겠죠?

선박의 선수 모양 / <-- 파도의 진행 스무스 하게 옆으로 갈라지겠죠?

구상선수가 하는 역할은 조파저항을 적게 하는게 아니라 선수를 침하시켜서 보침성을 좋게 하여 연료 소모를 적게 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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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파스

현직 일등항해사//


부연설명 감사합니다.
예전에 선박금융에 관한 보고서를 쓸일이 있었는데
그때 쓰면서 정리했던 내용이 주로 금융과 관계된 부분이라
배의 구조적인 부분은 부족한게 많습니다. ~ 부족함 채워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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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일등항해사

에.. 좀더 정리를 해드리고싶은데;;

해운계통에서 선박의 무게를 말할때 단위가 다른거는 각각의 이유가 있습니다.

군함은 보통 배수톤수를 씁니다. displacment 라고 하고요

상선의 경우 GT gross tonnage 를 씁니다. 이는 세금을 매기기 위해 쓰이는 방식인데

상선이 만선일때와 공선일때 각각 항구에 입항하면 공선에 입항하는항구는 손해를 보게되고

만선에 입항하는 항구는 톤세를 많이 받겠지요. - 항상 공선이어야 하는 항구도 있죠 원료 수출하는 항구의 경우

그래서 국제적으로 만선과 공선의 중간정도를 GT로 잡는데 이거 계산하는 방식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선박의 donnage 를 이용한 방법이에요

재화중량톤수는 DWT는 상선의 일등항해사 아니면 신경 안쓰는 부분입니다. load line 과 관계 되어서 화물을 얼마나 적재할수 있느냐 하는부분이거든요

조선소에서 쓰는 순톤수 NET TONNAGE 는 선박의 순수 자체 무게를 말하고 선박의 CONSTANT를 알려주기 위해 필요합니다.

2018년 2월 18일 일요일

군대와 아버지


배달



보수와 진보


◆ 행운을 기다리는 시간 [by 물파스]

[ 행운을 기다리는 시간 ]



아직도 방송가에서 '요리'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TV 리모컨을 들고 무작위로 채널을 눌러보면 요리 관련 프로가
꼭 한 두개씩은 방송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먹거리에 생각보다 간단한 레시피들 ... 그래서 이제 요리는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누구나 시도해 볼 수 있는 공동의 영역이 되어 버린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영역파괴, 혹은 평화로운 나눔 ... 그래도 여전히 본인 집밥을 따라올 레시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이유가 뭘까?

"아들! ~ 와서 간 좀 봐라!"

액젓을 더 넣어야 할지, 고춧가루를 더 넣어야 할지 ... 설탕을 더 넣어야 할지
파김치를 담그던 어머니는 내게 곧 완성될 파김치의 최종 마무리를 부탁합니다.

먹기 좋게 어머니의 손가락에 둘둘 말린 파김치가
이내 약간의 침이 고인 나의 입속으로 들어옵니다.

"액젓을 좀 더 넣어야 하겠는데요 ~ "

그렇게 우물우물 파김치를 씹으며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둔탁한 망각의 얼음 망치가 나의 뒤통수를 크게 한 대 내리칩니다. ...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어머니는 당신의 입맛이 아닌, 자식의 입맛에 모든 음식을 맞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집밥이 맛있는 이유 ... 집밥이 영원히 최고의 레시피인 이유입니다.

'무소유'를 쓰신 법정 스님께서는 평소 1식 2찬 이상은 잘 드시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유인즉, 수행하는 자에게 많은 반찬은 의식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라고 했답니다.

밥 때만 되면 의식을 분산시키기에 딱 좋을 만큼 다양한 반찬들을
내놓는 어머니를 보면서 '내 팔자에 스님은 없구나'를 생각해 봅니다.

원래 부모는 논에 물들어 올 때와 자식새끼 입에 밥 들어갈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데
음식의 맛 뿐만 아니라 자식의 의식까지 분산시켜 주시니 그 깊은 사랑에
"차라리 스님이 되어 효도를 할까?" 같은 터무니없음이 어디선가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옵니다.

로또를 구입하고 추첨일 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행운을 기다리는 시간>일 겁니다.
물론 당첨이 안 된다고 해서 그 주의 기다림이 불행의 시간이 되는 건 아닙니다.

"설마 암은 아니겠지? ... "

유.방 초음파 검사 후 이상소견이 있어 어머니가 조직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내 어머니는 절대 암이 아닐 거라며 저는 그렇게 불안과 초조함을 안고
검사 결과를 기다립니다. ... <불행을 기다리는 시간>

다행히 암이 아니라면 그 주의 기다림은 행운의 시간이 되는 걸까?

"아들! ~ 나 암 아니면 10만원 줄께!"

마치 로또 10만원어치를 구입한 사람마냥
어머니는 <암 아님.> ... 이라는 행운이 당첨되기를 고대하며 경직된 목소리로
나에게 낯선 내기를 걸어옵니다. ... 만약 당첨이 안 되어 암 판정이 난다면 한 주의 기다림은
불행을 기다리는 시간이 되는 걸까?

<기다림의 속성>은 잔인합니다. ... 사태의 결과에 따라 행운과 불행의 좌표는 수시로 뒤바뀌고
희망과 절망의 농도는 한층 더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자리에서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내게 잔소리를 해야만 하는 존재.
있는 듯 없는 듯 ... 언제나 '강인함' 그 자체여야만 하는 존재. 바로 <어머니>입니다.
당연시되던 어머니의 건강한 모습이 진짜 행운인줄도 모르고 일상이라는 커튼으로
그 행운을 무심하게 가려놓고 바쁜 삶 속에서 시간만 애꿎게 즐겨 삼켜먹고 있는
<거짓 행운의 시간>을 지금까지 빌어먹듯 쫓아다녔습니다.

"100만 달러면 얼마냐? ~ 비례대표라는 게 뭐냐? ... "

밥 때마다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 이제 아들에게는 당연한 상식을 물어올 때마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귀찮은 듯 짜증 섞인 답을 했었는데 ... 오늘은 '왜 아프냐며'
어머니 당신에게는 당연한 상식이었던 극한의 외로운 상처에 아들은 짜증 섞인 물음으로
<아픈 엄마> ... 라는 지워지지 않는 자자[刺字]를 남깁니다.

묻거나, 답하거나 ... 모두 짜증으로만 일관했던
아직 덜 자란 자식새끼가 서둘러 어른이 되기를 지금도 간절히 기원하는
어머니의 기다림은 < 행운을 기다리는 시간일까 ... ? >

사랑하는 가족이 건강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매일매일 복권에 당첨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매일매일은 <행운을 기다리는 시간>이라 확신합니다.





[@ 어머니에게는 많이 무뚝뚝한 아들입니다.(아버님 오래전 돌아가심)
하마터면 팔자에도 없는 스님이 될 뻔 했는데 ... 다행이 어머니는 암이 아니랍니다.
그래서 조만간 어머님 모시고 외식 한 번 할까 합니다. ...

편안한 설 연휴 즐기시길 바랍니다. ]

2018년 1월 5일 금요일

◆ 레스토랑 로시니(Rossini) ... 2017년을 마무리하며 [by 물파스]

[◆ 레스토랑 로시니(Rossini) ... 2017년을 마무리하며 ]



독일 뮌헨의 옛 연방 철도차량기지에 만들어진 1헥타르(ha) 크기의 거대한 스튜디오에서
1996년 5월 21일부터 7월 19일까지 한 편의 영화가 촬영되었습니다. ... 그리고 영화는 다음해인
1997년 1월 22일 뮌헨에서 개봉됩니다.[@ 참고로 영화는 1996년 독일 시나리오 상을 수상했습니다.]

로시니(Rossini, 1997)

영화 제목 <로시니(Rossini)>는 영화 속 주요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의 어느 레스토랑 이름이며,
'파올로 로시니' 라는 레스토랑 주인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 영화는 레스토랑 <로시니>에서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빚어내는 욕망과 탐욕, 시기와 질투, 비극 등을 풍자합니다.

성형외과 의사, 파산 직전의 영화 제작자, 발레리라는 중년의 미녀, 열정적인 시인,
남자를 아주 많이 밝히는 여기자, 알코올 중독자이며 매우 신경질적인 ... 그래서인지 무려
네 번째 이혼을 앞두고 있는 영화감독, 항상 레스토랑 별실에서만 식사를 하는 염세주의 작가 ... 그리고
식당 주인과 종업원들 ... 이렇게 레스토랑 <로시니(Rossini)>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저마다 각자의
세계(Personality)를 소유한 채 로시니를 유일한 개인의 공간으로 점유하며 동시에 공유합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로시니(Rossini)>는 비즈니스 공간이자 자기만의 거실이고 ... 자신을 깊게 숨길수록
더 환하게 존재감이 드러나는 형용모순의 공간이며,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채로 희비극이 교차하는
하나의 연극무대와 같습니다.

올해를 마무리하기 전에 잠시 로시니(Rossini)의 시나리오(도입부분) 한 대목 감상하시죠?

[◆ 레스토랑 <로시니>. 실내. 밤]

궂은비가 내리는 어느 여름날 저녁. 아홉시에서 열시 사이.
식당 테이블은 손님들로 거의 빈 자리가 없다. 종업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새로 손님들이 도착하면 주인 파올로 로시니가 단골 좌석으로 그들을 안내한다.
손님들은 자신들의 테이블로 걸어가면서 다른 손님들과 인사를 나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서로 아는 사이임이 분명하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테이블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들의 테이블로 다가가 잠시 몇 마디 대화를 나눈다. ... 마치 어떤
사교 클럽의 모임이 열리고 있는 것처럼 시끄럽고 자유분방하며 친밀한 분위가
흐른다. ... 초라한 행색의 한 부부가 머뭇거리며 레스토랑으로 들어와 입구에
멈춰 선다. 로시니가 그들에게 다가간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전면(前面)에
있는 다른 손님들에 의해 계속 가려져 가끔씩만 화면에 등장한다.

@ 로시니: 예약을 하셨습니까?
@ 라이터: (큰 소리로) 이봐, 닥터! 지기, 도대체 이 약 어떻게 ...
@ 여자: 저 ... 그게 ....
@ 라이터: ... 먹는 건지 좀 가르쳐 줘!

닥터 지기 겔버가 함께 온 손님들에게 잠깐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 겔버: 죄송하지만, 잠깐 친구한테 ... ...... ........
@ 여자: 전화로 문의했더니 여기서는 예약을 안 받는다고 해서요 .......
@ 발레리: 드디어 왔군요. 보도 크리크니츠! 이제 문을 닫아도 되겠어요!
@ 남자: 그냥 오면 된다고 .... 하길래 ..... ....
@ 겔버: (라이터에게) 아주 간단해. 입에다가 직접 열 방울 정도 떨어뜨리면 돼!
@ 크리크니츠: 이봐 파올로, 문을 닫지 그래!
@ 로시니: 누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 샤를로테: (라이터의 테이블로 다가서며) 이봐요, 오스카 .... 그 소문 사실이에요?
@ 남자: (메모지를 꺼내들고는) 저 .... 미헬레 씨라는 분이 ...
@ 로시니: 그는 여기서 그런 말을 할 위치가 아닌데요.
@ 샤를로테: .... 당신이 ... 경제적으로 아주 큰 곤경에 처했다는 ... 소문 말이에요 ....
@ 라이터: 이봐! 로티(샤를로테의 별칭),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들었지?
사형선고를 받은 사림이 제일 오래 산다는 말도 못 들어봤어요? ... 하 하 하!

오스카 라이터가 약을 몇 방울 마신다.

@ 로시니: 보시다시피 오늘 저녁에는 빈자리가 없군요. ... 죄송합니다.
@ 샤를로테: ... 누군가 나보다 먼저 그 기사를 쓰는 일은 없겠지요? ~ 당신이 파산한다면
난 정말 멋진 기사를 쓸텐데 ... 음, ..... .... <제국이 붕괴하다> ... ..... 어때요?
@ 라이터: 하지만 로티, 유감스럽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야.
제국은 무너지지 않아! ... 제국은 다시 부흥할 테니 두고 보라고!

그가 웃으며 테이블을 내리친다.

@ 겔버: (발레리에게) ... 발레리, 이게 병원의 내 비밀전화 번호야. 당신이라면 언제든지 시간을 낼게!
@ 여자: 그러면 ... 다음 주 예약은 가능한가요?
@ 로시니: 저희는 예약을 안 받습니다. 죄송합니다.

당황한 그 부부가 미처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우 치고이너가 열려 있던 문을 통해 들어와서
로시니에게 빨랫감이 잔뜩 든 비닐봉지 두 개를 내민다.

@ 치고이너: 자, 이거 받아! 벌써 다 분류해 놓은 거야. 이쪽 건 속옷, 그리고 이쪽 건 셔츠야.
셔츠는 지금 다림질을 좀 해주면 좋겠어. 다림질할 때 칼라에 풀을 너무 빳빳하게 먹이지는 마!
알레르기가 재발했거든. 참 내 우편물 도착했겠지? ... 그것 좀 갖다 줘!

그가 젖은 비옷을 로시니의 팔에 던진다.
치고이너는 발레리, 크리크니츠, 라이터를 향해 인사를 하고 자신의 테이블로 간다.

@ 라이터: 우, 이 늙은 사기꾼 친구야 ....... !
@ 여자: (화를 내며) 당신은 선량한 손님들의 가치를 모르시는군요!
@ 로시니: 제가 왜 선량한 손님들을 필요로 하겠습니까? ... 벌써 좋은 친구들이 이렇게 많은데요.
@ 라이터: (큰 소리로) 우, 이쪽으로 와! 혼자 온 거야? 우리 테이블로 오지 그래!

치고이너는 라이터의 테이블을 향해 피곤해서 싫다는 손짓을 한 후 2층으로 올라간다.
그리고는 유리문에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어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 라이터: (크리크니츠와 발레리에게 조용하게 ... ) 결혼 생활이 거의 끝장날 지경이래.
@ 발레리: 저 사람한테는 특별한 일도 아니잖아요.
@ 크리크니츠: 그래? 난 벌써 이혼한 줄 알았는데.
@ 라이터: 물론 이혼했지. 하지만 그건 세 번째였고 아직 네 번째 이혼은 안 했어.

그가 이제 막 별실 안으로 사라진 치고이너를 향해 소리쳤다.

@ 라이터: .... 이봐! 우, 이 친구야! 역경이 닥칠수록 용기를 더 내라고! ... 하 하 하!

[참고: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 173~177 페이지)/
헬무트 디틀,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19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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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의 세계 인구는 75억 명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는 약 97억 명으로 2017년에 비해 22억 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오늘 내가 사는 지구에 75억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면 사는 방법 또한 75억 개가 될 것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옳게 사는 방법인지 아직 제대로 파악조차 못한 상황에서 사는 방법이 75억 개라면,
어쩌면 개인에게는 <옳게 사는 법>이라는 명제는 허구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더불어 세계는
2018년에도 사는 방법 몇 개를 더 추가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타인의 인생에 침윤(浸潤)하며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꼴도 우습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다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운 좋게 건져 올린 <옳게 사는 법>의 아주 작은 편린(片鱗)이
바로 <타인의 행복을 빼앗지 않는 삶> 이라 ... 나름 평소의 말과 행동에 신중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누군가는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잠깐이나마 나로 인해 행복을 도둑맞았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나로 인해 혹여 있을 행복을 절도당한 분들에게 2017년 마지막 날에
조심스럽게 용서를 빌어봅니다.

다양한 게시물이 올라오면 어느새 각자의 생각들과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고 또 어느새
그 생각들과 감정들은 팝콘처럼 달달한 가벼움으로 ... 때론 사유와 성찰이 깊게 밴 담론으로 변해갑니다.

익명으로 공명하지만 사람들의 사연은 왠지 낯설지가 않고, 그래서 사연 아래로 이어지는 수많은
격려와 응원과 부러움, 그리고 비판과 질투 등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극한의 외로움의 표출이며
사랑받고 싶다는 또 다른 '자아'의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모두는 모르지만 모두가 서로를 잘 아는, 혹은 모두는 서로를 다 알지만 결국 모두는 아무도 모르는
그래서 이곳을 스쳐가는 인연들은 모두가 서로를 공유하며 동시에 사적 공간으로서의 정체모를
안식을 이곳에서 느낍니다. .... 이렇듯 성찰과 사유와 해학과 풍자 등이 다양하고 맛깔나게 버무려진
이슈인의 이 왁자지껄한 광경들을 16mm 필름에 담는다면 바로 레스토랑 <로시니(Rossini)>가 아닐까를
생각해봅니다. ... 더불어 운 좋은 날엔 사는 방법 몇 개를 건지기도 합니다.


이곳을 오고가는 모든이들에게 건강과 크나큰 행복이 깃드는 2018년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

부동산과 경제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