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6일 목요일

◆새해인사 (by 물파스)

[◆ 지난 여름에는 핸드폰을 티셔츠 윗주머니에 넣고 다녔더니, 
신호가 올 때마다 젖꼭지가 부르르 떨렸다. 아, 나에게 할 말이 있어서 나를 부르는 사람들이 
나에게 말문을 열자고 보내오는 신호가 내 젖꼭지를 부르르 떨리게 하면서 가슴으로 파고들다니! 
나는 진동 신호가 올 때마다 핸드폰이 사랑스러웠다. 나는 더 이상 핸드폰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헤어진 옛 애인들이 모두 다 내 젖꼭지로 진동 신호를 보내오기를 바랐다. 

그래서, 이제는 폐기처분된 옛 신호들의 내용을 다시 한 번 해독해 보고 싶었다. 
옛 애인들의 신호는 오지 않았고, 회사 간부들이 나를 족쳐대는 신호나
쓸데없는 광고 신호들만이 내 젖꼭지를 울렸다. 신호들은 대부분이 쓰레기거나 
가혹한 노동의 채찍이었지만, 그 신호들이 젖꼭지를 부르르 울릴 때마다
나는 내가 내 몸의 신호로 인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태가 행복했다. 

나를 부르는 온갖 신호들에 대한 증오와 몸을 떨리게 하는 신호들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내 젖꼭지는 바쁘고 또 어지러웠다. 그리고 그 증오와 사랑은 모두 다 정당한 것이었다. 

새해에는 대동여지도의 봉수 신호나 눈 쌓인 밤의 철길위로 열차를 보내주는 수신호처럼,
다급하고도 아름다운 신호들이 당신들의 가슴에 도착하기를 바란다. ~ ~ 핸드폰이여, 
이 쓰레기 신호의 바다에서 울리고 또 울려라, 젖꼭지마다 진동으로 울려라 ~ 부르르 ~ 부르르. ]
[ 밥벌이의 지겨움 / 33~34페이지 / 김훈 / 생각의 나무 ]  


인간 내면의 불안과 부조리한 현실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는 평생 고향 프라하를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카프카는 고향을 떠나지 못한 자신에 대해 프라하가 "맹수의 발톱"처럼 
자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고, 명성답게 카프카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동안 이슈인을 오가면서 
여러 이슈인분들의 촌철살인의 댓글에 감탄하기도 했고,
'옛다' 하고 받아치는 위트에는 한 밤중에 ㅋㅋㅋ 거리며 혼자 박장대소를 하기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또한 가히 천재적이라 할 만한 다른 관점을 발견했을때는 
저 스스로를 반성해 보기도 여러번 ... 동시에 많은 영감을 얻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슈인에 올 때마다 무언가 공짜로 얻어가는 부채감에 
나름의 정성글로 조금씩 (부채를)상환하다보니 어느새 2016년 끝자락에 와있습니다. 
그리고 프라하가 카프카에게 "맹수의 발톱" 이었던 것처럼
이슈인 또한 저에게 "맹수의 발톱"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조금은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도 부채 상환 글에 대해서 이슈인의 많은 분들이 주시는 응원 하나하나가 
제게는 젖꼭지를 부르르 떨게 하는 정당성이 확보된 사랑의 신호라 생각되어 행복합니다. 

2016년 수고 많으셨습니다. ~ 그리고 2017년 새해는 계획하시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여 ~ (@ 물론 영자님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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