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4일 금요일

◆ 덕장의 고시낭인들에게 [by 물파스] [ + 네거]

[◆ 덕장의 고시낭인들에게 ]


"낭인(浪人)" 이란 일정한 직업 없이 비어있는 채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 하는데
여백 없이 책으로 가득찬 한 평 남짓한 공간속에서 피를 토하며 활자에 구속된 처지를
생각한다면 "고시낭인(浪人)"들 에게는 낭인(浪人)이 그렇게 쓸 만한 수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은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의미를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이들이기에 그래서 고시낭인들에게 시간을 할애 하면서까지 어울리는 수사를 찾는 일은
소용이 없습니다. 또한 삶의 작동기제가 "중독과 환상"이라는 속성 때문에 고시낭인들은
마약 중독자의 삶과 어쩌면 섬뜩할 정도로 닮아있습니다.

고시와 마약은 인간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찬란하게 삶의 의지 또한
불러일으킵니다. ... 빛바랜 다짐과 치명적인 무기력, 이것이 사람의 정수리를 관통하여
항문으로 나와 흐르는 고시와 마약 속에 내재된 공통된 악마적 속성입니다.

낡은 꼬챙이에 대가리가 뚫리고,
인장강도 높은 노랑 포장용 밴딩끈에 주둥아리가 묶여서
한 겨울 내내 얼고 녹기를 스무 번 해야만 상품가치를 인정받는 덕장의 황태들처럼
도전과 포기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생각과 말의 변비를 스무 번 이상 견뎌내야
하는 것이 바로 고시낭인들의 삶인 것입니다.

순간의 삶이 쾌를 이루고, 술꾼의 속 풀이에 북어가 제격인 것처럼
고시낭인 스스로의 속 풀이는 타인(경쟁자)의 실패로부터 위로가 되지만,
이 또한 낭인 스스로도 그 "타인" 이라는 작자와 등치(等値) 관계에 묶여있어
대가리와 똥구녕이 뚫리고, 주둥아리가 밴딩끈에 묶여진 신세는 매한가지 입니다.

결국 그 작자 "타인"과 고시낭인은 서로가 서로에게 술꾼과 북어의 삶을 수시로
맞교환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칼바람 부는 고시덕장의 운명적인 동기들인 것입니다.

얼고 녹기를 이미 스무 번은 더 했지만, 여전히 낭인은 덕장을 떠나지 못하고
정작 떠나간 것은 수중의 돈과 애인뿐 ~ ~ 그래서 세상의 시선을 서투른 몸에 칼금으로
새겨 넣고 그렇게 고시낭인들은 시나브로 "낭인(浪人)"이 되어 갑니다.

사정을 전해들은 먼저 온 덕장의 비린내 나는 선배는 하늘의 회색 구름보다 더 높게
떠있다 하여 우리에게는 청운(靑雲)의 꿈이 있으니 떠날 것들은 미련을 갖지 말고 조용히
떠나보내라 ... 속 풀이 북어처럼 위로를 합니다. 그래서 고시낭인은 오늘도 스무 번 얼기 위해,
또 스무 번 녹기 위해 ... 그렇게 덕장에서 봄이 오길 기다립니다.

생각과 말의 변비에서 해방되어 빛나는 삶을 되찾기를 ...
지금도 활자와 씨름하고 있을 전국의 수많은 고시낭인들에게 씁쓸한 응원을 보냅니다.



[@ 사시를 8년을 했던 선배 H와 지난주 동네 편의점에서
가볍게 맥주를 마셨습니다. ... 그리고 지난 과거를 훌훌 털고 일어서나 싶더니
이번에 안되면 노무사로 간다며 오늘 다시 낭인이 되기를 선언해 왔습니다.

파스칼은 도박을 즐기는 인간들을 향해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 가장 확실한 것을 걸고 내기를 한다" 고 말했습니다.
출구를 틀어막고 가진것 없는 자에게 가장 확실한 것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이 못된 버릇은
비단 고시 사회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 다같이 수평적 공동체를 부르짖으며
모든 구성원들에게 수직적 부품화가 되기를 요구하는 우리사회 이 기형적 카지노 변증법은
오늘 선배 H의 8년의 시간을 비웃었습니다.

<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 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니체 >

시대는 1룩스(lux) 보다 못하게 흐린데
니체는 선배 H에게 다가가 과연 인생의 반복을 권유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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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거


저멀리 높은 나무 꼭대기에 달려있는 달콤해보이는

과실은 나 이외의 타인에게도 달콤해보이기 마련.
그것이 한정되어 있다면 매년 하나씩 열리는

그 과실이라는 결실을 얻기위해 높은 나무도 마다하지

않고 때로는 미끄러지며, 또 때로는 떨어지며

계속계속 높은 나무 끝 위태롭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그 과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그 누구도

비난해서는 안된다. 타인이 보기엔 그것이 무의미하다

말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찬란한 젊음이자

용기의 단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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