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1일 목요일

◆ 타자를 규정하는 힘 - 잔혹성의 배후를 말하다. [by 물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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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자를 규정하는 힘 - 잔혹성의 배후를 말하다. ]



(@ 이 글은 소년법 강화(폐지)에 관한 찬반의 글이 아닙니다. ... 인간의 "잔혹성"에 관한
저의 주관적 견해가 많이 포함된 글입니다. ~ 저의 학창시절에도 일탈을 감행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최근의 청소년만큼 잔혹한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단순히 처벌 강화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좀 더 근원적인 물음을 스스로에게 해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잔혹해졌을까?" ~ 그러다보니 청소년들의 잔혹성에서 "인간의 잔혹성"으로
자연스럽게 범위가 확장되었습니다. ... 더불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다보니 죄송스럽게도
또 다시 글이 너무나 길어졌습니다. ... 양해를 부탁드리며 편하게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 도움 받은 자료들 ]
@ 광기의 역사/ 미셸 푸코
@ 아동의 탄생/ 필리프 아리에스(Philippe Arie's)
@ 잔혹: 피와 광기의 세계사/ 콜린 윌슨
@ 진화 심리학/ 데이비드 버스(David M. Buss)
@ 변신/ 카프카
@ 우상의 눈물/ 전상국



프랑스의 역사학자(아날학파) 필리프 아리에스(Philippe Arie's)는 자신의 저서 <아동의 탄생>에서
성인과 미성년의 경계(구분)에 대한 역사성을 얘기합니다. 현대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는 “아동”이라는 개념이 사실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18세기를 전후로 유럽에서 비교적 새롭게
탄생되고 정의된 개념이라고 합니다.

중세 유럽시대에는 오늘날과 같은 <어른과 어린이>의 구별이 없었으며, 대신 <어른과 작은 어른>
이라는 크기상의 구별(차이)만이 존재했었다고 합니다. ... 그래서 당시 <작은 어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서둘러 사용되어야 할 <잠재적 노동력> 근처에서만 맴돌면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인식의 보편성은 그 당시 프랑스 화풍(세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특히 갓 태어난 아기들이 성인 남자의 근육을 가진 모습으로 자주 그려지기도 했었다는 점입니다.
요즘말로 아기들이 아주 훌륭한 식스팩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이죠. ~

그러다가 <어린이>라는 개념은 유럽사회에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태동하던 17세기 중반 무렵부터
근대적 가족의 성립과 맞물리면서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소위 <작은 어른>은 <어른(성인)>에
비해 약하지만 매우 귀엽고 애교 많은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작은 어른> 에게는
사회가 보호해야할 “약자”의 개념이 부여되었고, 이러한 약자의 의미부여는 자연스럽게 <의존성>과
연결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작은 어른>들은 언제나 누군가(가족.학교.국가 등)에게 의지하거나 의존해야
하는 존재들, 즉 <어린이다움>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어린이들은 시민사회에서 <어린이다움>을 배우기 위해 학교를 통해 교육(규율과 질서)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규정되었고, 그렇게 학교 교육을 통해서만 어른이라는 <질서세계>에 편입될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은 결국 <어린이 = 반질서적> 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 여기서 표면적으로 보면
산만하고 미성숙한 <어린이>들이 질서체계에 서투른 집단이라는 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반질서적인 (범죄)사례는 <어른>세계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객관적(통계적) 현실입니다. ... 또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린이 = 반질서적> 이라는 규정은 모두가
어른세계에서 부여한 개념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린이>는 어른의 질서 체계에 편입하려는
(어른의)하위개념인 <작은 어른>이 아닌 <다른 어른>, 즉 사회적 벤치를 함께 공유하거나 나눠서
점유하는 일종의 <타자>로 규정해야 한다는 견해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 한마디로 어린이는
어른에 종속되어 끊임없이 <질서(체계)>를 요구받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다른 벤치에 앉아 마주보는
<다른 어른>, 즉 <(수평적)타자>의 자리에 배치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어른은 질서체계 안에서 끊임없이 반질서적(전쟁.테러.쿠데타.학살 등) 이었고
반질서적 어린이는 (군대식)교육을 통해 쉬지 않고 질서체계로의 편입을 목적합니다. ... 어쩌면 이것이
당연할 수도 있는 이유는 인간의 일평생이 이성과 (원시)본능의 쉬지 않는 대립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 그래서 저는 필리프 아리에스(Philippe Arie's)의 어린이 구분을 이렇게 바꿔보려 합니다.

<@ 어린이와 아주 큰 어린이 > ... 왜냐하면 질서체계 안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반질서적 행위의 대상에 함부로 <(참다운)어른>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오직 <어린이와 좀 더 큰 어린이>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인간에게 <미성숙>은 거부할 수 없는 필연이며, 이 한계를 극복해 나아가는 과정이 바로 진정한
<질서>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한 번쯤 이런 의문을 가져볼 수도 있을 겁니다.
힘의 우위에 있는 지배적 집단(어른)들이 어떤 대상이나 타자를 자신들의 잣대로 편리하게
규정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은가? ... 앞서 규정된 <어른과 작은 어른(어린이, 큰 어린이)> 같은
사회적, 혹은 사적 정의(definition)는 과연 얼마나 타당한가? ... 다시 말해 어떤 대상(타자)에 대한
<정의(규정)>가 그것이 심도 있는 관찰이나 논의를 통해 결정되었든, 아니면 급격성에 의한
무분별한 결정이었든 상관없이 오로지 <정의(규정).definition> 그 자체로서의 위험성과 그로 인해
초래될 부작용은 없는 것인가? ... 바로 이 지점에서 저는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부분은 세계적인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시선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유럽에서 정신병자(광인)를 <감금>하기 시작한 시기는 17, 18세기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근대적인 도시와 국가의 개념도 함께 시작되었는데 ... 그 이전의 중세 시기에는
정신병자, 즉 광인들은 지역사회에서 큰 거부감 없이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았으며,
그들(광인)만의 고유한 <사회적 역할>도 존재 했었습니다. 당시 광인은 초자연적인 힘에 사로잡힌
일종의 <악마>로 간주되었는데 ... 이것은 <죄가 몸에 스며든 사람> 의 구체적인 모습으로서
사회구성원들에게 신앙을 가져야할 하나의 당위적, 또는 “살아있는 교훈”의 역할을 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광인들이 일반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일이었고,
또 자연스런 일이었습니다. [@ 당시의 광인들은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었음.]

[◆ 얼마전 까지만 해도 광기는 환한 대낮에 논의되었다.
‘리어왕’을 보라, ‘돈키호테’ 에서도 그랬다. 그러나 반세기도 안 되어 광기는 갇히고
고립되었으며, 수용의 요새에서 이성에, 도덕규범에 ... 그리고 도덕규범의 획일적
어둠에 묻혀버렸다. -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광기의 역사 中 ]

이렇듯 근대 이전에는 광인도 사회 안에서 정당한 지위(역할)를 부여받고 살아가는 정당한 구성원
이었습니다. ... 다시 말해 중세시기의 유럽에서는 보통의 사람들이 악마(광인), 신, 성령, 천사 등과
세계를 함께 나눠 쓰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7세기 이후부터는 사회에 점차 인간주의적
가치관이 퍼지면서 <광인>들도 추방되기 시작합니다. 세계는 <표준>에 부합한 인간만이 사는 장소가
되었으며, 그 표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철저하게 <배제>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푸코(Foucault)는 17세기 유럽을 대감금의 시대라고 규정짓습니다. 이 시기에는 표준의 바깥에 있던
모든 대상들 ... 예를 들어 정신병자(광인), 장애인(기형), 실업자, 부랑자, 거지, 빈민 등 다양한
<비표준적인 것들>을 강제적으로 격리하고 배제했기 때문입니다 ... 그리고 <표준> 이라는 개념이
더욱더 정밀하게 다듬어지면서 유럽의 감금 시설에는 자유사상가, 성적 도착자, 주술사, 무신론자,
과소비자 등 ... 표준에서 벗어남은 물론이고, 표준의 경계에 모호하게 걸쳐있기만 해도 감금의 대상이
되었던 것입니다.

[◆ 광기에 대한 새로운 이해 방식이 생겨났다. 이 이해 방식은 더 이상 종교적이지
않고 사회적이다. 중세의 인간적 풍경 안으로 광인이 친숙하게 나타난 것은 광인이
다른 세계(천사, 악마, 성령 등이 사는)로부터 온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광인은
도시민들의 질서에 관련된 ‘통치’ 문제의 바탕위에서 뚜렷하게 부각되는 존재가 된다.
예전에 광인이 사회에 받아들여진 것은 그가 다른 곳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광인이 배제되는 까닭은 그가 바로 이곳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배제된다. 그리고
광인들은 이제 가난한 사람, 궁핍한 사람, 부랑자 사이에 끼기 때문이다.
- 푸코(Foucault). 광기의 역사 中 ]

푸코(Foucault)에 따르면 광인이 다른 세계에서 온 손님일 때는 공동체로부터 환대를 받았고,
이 세계의 시민에 편입될 때는 공동체로부터 배제됩니다. ... 그리고 이렇게 배제된 광인은
‘누군지 잘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지 잘 아는 사람>이 되면서부터 배제가 시작된 것입니다.

< “저 놈이 바로 광인이다! ~ 요놈도 광인이다! ... 어! 쟤도 광인이네!” >

조직적인 광인의 배제가 진행되면서 광인을 결정하는 권리도 <사법>에서 <의료>로 이동했습니다.
17세기까지 광인의 감금을 결정하는 것은 ‘사법관’ 이었습니다. 또한 ‘반사회성’ 이라는 측면에서
광인은 가난한 자와 동격이었습니다. ... 그런데 18세기로 들어서면서부터 광인에게 보다 새로운
경계선이 그어지게 됩니다. ... 바로 <치료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별도의 카테고리로 분류된 광인은
이제 그들만의 시설이 만들어지고, 광기는 <증상>으로서 관찰되며, 병리학적 징후로서 범주화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 동시에 광기는 <비정상성>도 갖게 됩니다.

이제 광인은 사법에 의한 감금이 아니라, 의사에 의한 치료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표면적으로 보면 광인에 대한 처우가 상당히 인도적이며 합리적인 방법으로
바뀐 것처럼 보여 집니다. ... 하지만 여기에는 생각보다 견고하게 엮여져 있는 암묵적 공범관계가
숨어있습니다. ... 바로 의료와 정치, 즉 <지식과 권력>의 관계가 바로 그것입니다.

고대에는 권력이 자주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이러한
권력의 실체가 안개처럼 점차 흐려져 갑니다. 권력의 힘이 약해졌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부드럽고
친화적인 모습으로 세상에 부쩍 가까이 다가간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권력이 자신의 앞에
<이성적인 대리인>을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 바로 <학술적인 지(지식)>를 통해서 권력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며 치밀하게 행사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푸코(Foucault)를 통해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할 중요한 포인트는 권력의 통치방식과
제가 개인적으로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바로 <비정상성>입니다. ... <비정상성>은 한마디로
표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배제>의 대상입니다. ... 사회가 광인을 <죄가 몸에 스며든> 악마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의료의 대상, 즉 <환자>로 규정 하면서부터 광인은 이제 사회에서 배제되어야 할
<비표준적인 것>으로 정해지고 <비정상성>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 더불어 <비정상성>은
공동체가 규정한 질서체계에 편입될 희망 또한 상당히 낮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타자(대상)를 규정하는 방식에 따라 타자(他者)는 공동체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공동체 밖으로 쫓겨나 <비정상성>을 가진 반질서적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작은 어른> 또는 <큰 아이> 상태를 영원히(상당기간) 지속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타자(他者)의 규정을 상당히 조심스러워 해야 합니다. [◆ 1971년부터 방송을 시작해 20여 년간
시청자의 사랑을 크게 받았던 MBC의 전설적인 범죄수사 드라마 “수사반장”은 군사 독재시절 실추된
경찰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많은 공헌을 했는데,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당시 범인 역할로 가장
많이 출연했던 배우는 “변희봉”씨 였으며, 범인의 출신지역은 전라도가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 (출처: 이데일리 TV. 2012년1월)]

시대가 속도를 갖고 변하게 되면 그 사회의 타자에 대한 규정도 속도를 갖게 됩니다. 더불어
규정하는 방식도 그것이 선동이든, 정상적 보편화의 총합이든 마찬가지로 속도를 갖게 됩니다.
그러한 규정변화가 어느 한 순간 전체가 바뀌지는 않았어도 사회는 참 바쁘게도 항상 타자가
앉은 자리를 의심하며 타자 본인도 모르게 서서히 다른 빛으로 채색하고 있었습니다. ... 아이를 위해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본인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사랑과 헌신’으로 대표되던 엄마들이 언제부턴가
<맘충>으로 채색(규정)되기 시작했으며, 여성 할례 위험과 아동(여아) 성폭력 및 아동 노동착취 등
제 3세계 및 개도국 등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낙후된 여성 현실에 대해 유엔(UN)과 세계를 상대로 투쟁하던
초창기 진정한 페미니즘의 정신이 어느 순간부터 남근(penis)을 희화하고,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서의
섹.스(S.ex)에 까지 간섭하며 "삽.입이 이루어지는 모든 섹.스는 강.간이다!(앤드리아 드워킨.Andrea Dworkin)" 라는
급진을 넘어 "극단"에 가까운 주장을 펴는 운동으로 변질되자 그녀들은 <꼴페미, 페미나치(feminazi)> 등으로
새롭게 규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희생되었던 1980년 광주 시민들은 한때는 <폭도와 빨갱이>로 규정되기도
했었고, 한국을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수많은 노동자들 역시 <쇠파이프와 빨갱이>로
규정되었습니다. 군사독재시절 민주화를 위해 자신의 모든 청춘을 받쳤던 386세대들의 숭고한 정신은
자본이 과잉인 요즘시대에 각자의 가정에서는 낡은 잡지의 <부록 같은 아버지>로, 밖에서는 쉰내 나는
<꼰대와 아재>로 탈바꿈되는 비참한 현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언제부턴가 살인, 강.간
같은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지역을 먼저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 결국 우리가 타자를
어떻게 정의(definition) 하느냐에 따라서 그 집단(타자)의 성격과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너무나 쉽게 전복되고 또 가볍게 파악되기도 합니다. ... 그리고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렇게
규정된 결과가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우리사회에 몰고 올 심각한 파급력인데 ... 한마디로 우리 사회가
(규정된)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세심한 관찰 없이 오직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만 선택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정상에서 비정상으로 또는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과정>자체는
완전히 무시되면서 일종의 <시선의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 어떤 집단을 부정적으로 규정하든, 긍정적으로 규정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 다만
한 번 규정된 사회적 시선은 그 집단에 대한 <맹목성>을 갖게 만들며, 사회가 그들을 사유하는
방식은 <기준(표준)>과 <배제>라는 두 가지 사항뿐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것입니다. ]

이제 어떤 대상이나 타자를 규정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얼마나 신중하고 조심스러워 해야 하는지
나름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근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문제로 크게
부각되고 있는 잔혹한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 ... 그 범죄의 당사자인 <소녀(소년)>들을 우리사회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규정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녀)들이 저지른 범죄를 어른의 질서체계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 해법(사법적)을 모색할 것인지, 아니면 그(녀)들에게 <비정상성>을 부여해 광인처럼
사회(질서) 밖에서 전혀 다른 새로운 해결책(@상담과 정신치료의 대상)을 찾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청소년들의 잔혹성 때문에 대한민국사회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수십만 명이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펼치기 시작했고, 정치권에서도 부랴부랴 입법적
대안을 마련하는 모습입니다. 부실 수사에 경찰은 비난세례를 받았고, 가해자들의 신상이 털리자
그 부모 및 가족들에게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또한 가해자들 중 일부
청소년들은 SNS에 자신들의 무책임한 행동을 장난처럼 얘기하기도 하여 피해자 가족과 국민들의
공분을 더 크게 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다수 국민들이 분노하는 와중에도 몇몇 정치인과
여성부 관계자들, 그리고 SNS상에서 일부 사람들이 청소년들의 잔혹한 범죄성을 인정하면서도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그(녀)들의 사적 일탈을
<사회화>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그 대표적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진부하다 못해 이제는 너덜너덜한 삼류 시나리오 대본 같은
<불우한 가정환경> 이라는 것입니다. ... 여기서 <불우(不遇)>는 주로 <빈곤(가난)>과 연계됩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었고, 그러한 기회의 불평등은 경쟁에서 낙오하여
결국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이미 실패의 사례로 남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까지 거론하는
사람들도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개인적인)잔혹한 범죄성을 사회 구조적 문제로 확장하여 거시 동기로 치환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저는 상당히 많은 의문이 듭니다. 사실 불우한 가정환경이 반드시 <가난> 하나와
짝지어진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중산층이나 상류층 가정의 자녀들도 나름 그들만의 불우한 환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성공한 아버지의 불륜을 바라보는 자녀의 도덕적 혼란,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자녀 사이의 갈등, 사회에서 선함으로 칭송받던 아버지가 집안에서는
권위적인 아버지로 돌변해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목격한 자녀 ... <불우한 가정환경>의
충분조건은 그 사회만큼 대단히 폭넓고 다양합니다.

[◆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는 불안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아주 흉물스런
갑충(벌레)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 철갑처럼 단단한 등껍질, 불룩한 갈색의 배는
활처럼 휘어져 여러 개의 각질의 칸으로 나눠져 있었고, 몸뚱이에 비해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들은 애처롭게 허공에서 버둥거리고 있었습니다. ...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꿈은 아니었습니다. ... 그레고르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 (변신 中. 프란츠 카프카) ]

평범한 영업사원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아주 징그러운 갑충(벌레)으로 변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회사가 달라도 우리사회 회사원의 아침은 거의 대부분 비슷합니다. 출근에 늦지 않으려 허둥대는
모습이나 아침(식사)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모습 등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광경입니다. ... 그런데
자신이 흉물스런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보다 제시간에 출근하지 못할까 지각을 더 걱정하는
회사원이라면 이 사람은 과연 정상일까?

< “제가 지금 벌레로 변해서 출근이 좀 늦을 것 같습니다!” >

어떤 말이든 좋습니다. ... 다만 그레고르의 말은 상대에게 모두 변명처럼 들릴 것입니다.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했던 그레고르는 ... 이미 벌레지만
꿈틀거리면서라도 출근해야 합니다. 그레고르 본인이 아니라면 누가 자신의 가족을 부양할 것이며,
또 가족이 아니면 누가 그레고르를 지켜줄 것인가 ~ 그래서 <가족>은 세상의 변명으로부터
그레고르를 지켜줄 유일한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레고르의 어머니는 기절소동을 벌이고
아버지는 아들의 등껍질을 향해 사과를 던집니다. <가족>은 그렇게 인간이 아닌 갑충 그레고르를
증오하며 그를 유폐시키고, 가장 가까웠던 여동생마저 그레고르에게 죽음을 재촉합니다.

안식처가 되어야할 <가족>이라는 따스한 공간에서 오직 돈 버는 <기능>만 강조된다면
가족의 일원이라는 정서적 유대감도 조금씩 소멸될 것입니다. ... 그리고 시간이 흘러 유일하게
남는 것은 돈 버는 <기능>으로서의 기계, 즉 <인간(성)>이 사라진 껍데기 하나뿐일 것입니다.
결국 갑충(벌레) 그레고르는 <기능(일벌레)>으로서만 존재하는 <인간소외>의 전형인 것입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헌신하고, 자녀는 부모의 기대를 위해 모든 걸 감내합니다.
더불어 자녀는 부모에게 모든 헌신을 요구하고, 부모는 자녀에게 자신들의 기대충족을 요구합니다.
이렇듯 <기능>으로서의 가족주의는 부모와 자녀가 각각 서로에게 혐오스런, 즉 변신한 <갑충>으로
보여 질뿐입니다. 한마디로 우리사회 모든 구성원들은 잠재적 그레고르(갑충)인 것이죠 ... 아마도
<가족>은 그 탄생의 순간부터 <해체>를 필연적으로 목적하는 운명공동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카프카가 <변신>에서 말하고 싶었던 <가족주의의 역설>인 것입니다.

앞서 제가 <불우한 가정환경>의 사회화는 무리한 시도라고 했던 부분이 바로 카프카의
<가족주의 역설>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사회 모든 <가정>은 결국 저마다의 서로 다른
수많은 갑충의 군집이기 때문입니다. ... 결론적으로 청소년들의 범죄성(잔혹성)을
<불우한 가정환경> 따위(?) 하나로 규정해 <사회화>라는 거시동기로 치환하려는 시도는
상당히 성급하고 위험한 발상이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보다 본질적인 인간의 <잔혹성>의
근원을 찾기 위해 사회화라는 거시동기의 깊이보다 더 깊고 어두운 곳으로 내려가 <가족과 개인>의
숲에서 잔혹성의 <미시적 동기>를 좀 더 자세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미국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A. H. Maslow. 1908~1970년)는 1943년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눈 이론을 발표합니다. 그의 이론을 간단히 살펴보면, 1단계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심리욕구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먹는 욕구(생리적 욕구)>입니다. ... 이후 배고픔이 충족되면 인간의 욕구는 다음
단계로 옮겨가는데 2단계 욕구는 <안전 욕구>입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상태에서 이제 사람들은
좀 더 차원 높은 정신적, 심리적, 경제적 안정에 대한 욕구를 원한다는 것이죠 ... 3단계 욕구는
<사회적 욕구>인데 사랑과 섹.스(S.ex), 그리고 주변과의 밀접한 관계에 대한 갈망입니다. 4단계 욕구는
<자존감 욕구>입니다. 타인에게 더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말합니다. ... 그리고
가장 높은 마지막 5단계 욕구는 <자아실현>입니다. 모든 인간의 욕구가 반드시 이 단계(5단계)를
지향한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인간에게 <자아실현>은 결국 본인의 창조적 충동을 어떠한 형태로든
외부로 표현하고 싶어 한다는 차원 높은 욕구임에는 분명합니다.

1956년 [아웃사이더] 라는 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콜린 윌슨(Colin Wilson)은
자신의 연구(인간의 심층 분석)에서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과 범죄의 동기가 어쩌면 상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쉽게 말해, 해당 사회(국가)가 처한 현실적 (욕구)단계에 따라
그 사회의 범죄의 양상 또한 변해간다는 것입니다.[@ 물론 반드시 상응(대응)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콜린 윌슨의 주장에 따르면, 19세기 초까지 대부분의 범죄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단순 동기에 의해
일어났다고 합니다. 매슬로우의 1단계인 <생리적 욕구>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먹고사는 <생계>
문제 해결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단계인 것이죠. ... 예를 들면, 당시 에딘버러의 시체도둑 버크와
헤어라는 범죄자들은 희생자들을 죽일 때 몸에 최대한 흠집을 내지 않기 위해 목을 조르는 방법을
많이 사용했는데, 이는 (깨끗한)시체를 1구당 7파운드를 받고 의료기관에 팔아넘기기 위해서였습니다.

19세기 중엽이 되면 범죄의 양상이 달라집니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의 번영과 풍요는
영국 사회에 중상류 계급의 가정들이 생겨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당시 특이한
범죄의 양상은 바로 <가족 살인>의 증가였다고 합니다. ...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이후에 어렵게
확보한 심리적, 정신적, 경제적 안정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비록 가족의 일원이지만 본인에 대한
가족들의 심리적, 정신적 위협과 내적 갈등으로부터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가족 살인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또한 강도 살인범 찰리 피스는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가 이웃주민들과 자주 친목을
도모했는데 그는 이러한 중류계급의 생활(경제적)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는데 ... 이는 매슬로우의 2단계와 3단계가 복합적으로 섞여 작용한 대표적 사례였습니다.

19세기 말이 되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범죄가 발생하게 됩니다.
바로 강.간과 연쇄살인 같은 <성범죄> 유형입니다. ... 1888년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는
대략 3개월에 동안 영국 런던에서 무려 다섯 명이 넘는 매춘부를 토막 내거나 장기를 파헤치는 등
극도의 잔인한 방식으로 살인(연쇄살인)을 저질렀습니다. ... 이후 범죄의 단계(양상)는 다시 새로운
수준으로 이동하는데 매슬로우의 4단계 욕구인 <자존감>입니다. ... 자존감의 의한 범죄를 저지른
상당수의 범죄자(살인자)들은 사회가 본인들을 인정해주지 않았고 정당한 평가 또한 없었으며,
자신의 개성을 존중해주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결국 사회가 져야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쳤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범죄에 대한 정당성을 <자존감 욕구>로부터 도출한 것입니다.
물론 당시 모든 범죄의 이행단계가 매슬로우 욕구 5단계 수순에 딱 맞춰 진행된 것은 아니었지만
범죄의 방향성만은 대체적으로 유사한 흐름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콜린 윌슨이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과 범죄의 상응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밝혔던 또 다른 사실은
국가별 범죄(특히 살인)의 양상 또한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 예를 들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정열적인 범죄, 독일은 사디스틱한 살인, 영국은 치밀하고 용의주도한 계획 살인, 미국은 성급한 살인이
주로 나타났다고 했는데, 여기에 더해 10년 단위, 즉 시대별 범죄 양상도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고
합니다. ... 결론적으로 폭력(범죄)의 양상은 인간의 욕구 5단계라는 큰 틀 안에서 국가(문화)와 시대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양상의 변화를 겪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지금부터는 좀 더 아래로
내려가 그 폭력 양상의 <뿌리>에 해당하는 부분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1930년대 중엽, 매슬로우는 ‘욕구의 단계’ 연구를 위해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 동물원(Bronx Zoo)에서
원숭이를 관찰합니다. 그러다가 문뜩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 “프로이트는 모든 노이로제의 원인이 섹.스(S.ex)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한편 아들러(Adler. 1870~1937)는 인간의 삶은 열등감과의 싸움이며, 그 주요 동기는
“권력에 대한 의지” 라고 주장한다. ...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
- (잔혹: 피와 광기의 세계사. 24페이지/ 콜린 윌슨/ 하서 출판) ]

프로이트와 아들러(Adler), 둘은 모두 오스트리아의 출신입니다.
매슬로우가 브롱크스 동물원에서 가장 크게 충격을 받았던 것은 원숭이들의 그칠 줄 모르는 성행위와
지배의 행동양식이었습니다. 원숭이들의 성행위는 무차별적입니다. ... 수컷은 암컷에게 시도 때도 없이
올라탔지만, 어느 땐 수컷이 수컷에게 올라타기도 했습니다. 또한 암컷도 수컷의 행동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얼핏 보면 원숭이들의 성행위는 그야말로 무차별적인 난.교(亂交)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광경에서 분명한건 지배력이 강한 원숭이가 약한 원숭이를 얕잡아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슬로우에게는 프로이트와 아들러의 주장은 모두 타당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매슬로우는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을 포착하게 됩니다. ... 원숭이의 성별과는 무관하게
오직 지배력이 강한 원숭이가 자신보다 약한 원숭이에게(수컷이든 암컷이든 상관없이) 올라탄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상대가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면 무조건 올라탄다는 것이었죠. ... 그리고
매슬로우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 “최소한 이 문제에서만큼은 프로이트보다는 아들러(Adler)가 옳았다!” >

결국 원숭이들의 행동양식의 핵심에는 <지배력>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 그렇다면
원숭이들의 행동양식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 ~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그래서 지배력에 관한 인간적용 부분(@실제 사례)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조금은 다른 시선, 즉 <진화심리학>에서 바라본 지배력에 관한 부분을 다른 동물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서 우리의 시야를 조금 더 확장해 보겠습니다.

귀뚜라미는 자신이 다른 귀뚜라미와 싸웠던 일을 정확히 기억한다고 합니다.
수많은 싸움에서 승리한 귀뚜라미는 이후 다른 싸움에서는 더욱 더 공격적인 성향으로 변하는데,
반면 패배한 귀뚜라미는 이후의 대부분의 싸움을 (의도적으로)피하려 하면서 <복종>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합니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알렉산더(Richard Alexander.1961)의 <모형 귀뚜라미> 실험은
미세하게 컨트롤이 가능한 모형 귀뚜라미를 진짜 귀뚜라미와 대결시켜 진짜들을 제압하는 실험입니다.
실험에서 모형에게 패배한 진짜 귀뚜라미들은 이후 모형이 아닌 다른 진짜 귀뚜라미와의 대결에서는
패배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아졌다고 합니다. ... 이것은 (패배한)귀뚜라미들이 자신의 전투능력을 다른
귀뚜라미와 비교 평가하여 각각의 상황에 따른 유불리를 선택한 것입니다. ~ 이로써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한 무리의 귀뚜라미 그룹은, 그룹 내에서 자연스럽게 계급, 즉 순서대로 지배서열이 정해집니다.
더불어 암컷 귀뚜라미들은 승리 횟수가 많았던 지배서열이 (가장)높은 귀뚜라미를 교미상대로 선택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진다고 합니다.

귀뚜라미가 자신의 전투능력을 상대와 비교 평가하여 지배서열을 정하는 현상은 암탉들 사이에서도
비슷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한 우리에 암탉들을 모아놓으면 처음엔 싸움이 자주 일어납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싸움의 빈도는 점점 줄어들면서 평화로운 상태가 찾아옵니다. ... 한마디로
집단이 안정화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평화가 정착되면 이제 개개의 암탉들은 자신이 누구보다
우월하고 열등한지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모든 암탉들에게 이롭습니다.
지배력이 강한 암탉은 우월한 지위를 지키기 위해 더 이상 에너지 낭비가 심한 싸움을 할 필요가 없고
열등한 암탉들도 복종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부상당할 위험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개체들이 다른 상대를 만날 때 마다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전략입니다.
패자는 부상이나 죽음을 각오해야하기 때문에 차라리 굴복을 선택하는 것이(@ 먹이나 배우자를 양보)
더 나을 수 있고, 승자는 싸움 때문에 부상이나 먹이, 배우자를 확보할 시간과 기회를 빼앗길 수
있습니다. ... 결국 사전에 우위와 열위를 간파할 수만 있다면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이익이 됩니다.
이렇게 자신의 전투능력을 상대와 비교 평가하는 능력은 개체 진화에 유리한 선택인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단순한 완력의 우위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족, 주변 친구처럼 동맹을 이끌어내는
부분까지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동물계에서 일어나는 <지배와 복종> 전략 보다는 좀 더 복잡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배와 복종> 전략이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비용을 막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배서열이 정해지면 이제는 그 지배력을 유지하는 <지배성> 문제가 대두됩니다.
가재는 서열이 정해지지 않으면 같은 세력권에 두 마리 이상이 함께 살수 없습니다. ... 따라서
동일 세력권에 들어온 경쟁관계의 가재들은 우선 탐색전에 들어갑니다.

상대의 힘을 비교 평가하기 위해 서로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마치 회전목마처럼 빙빙 돌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격렬한 난투극을 벌이는데, 싸움에서 이긴 승자는 뻐기는 몸짓으로 세력권을 유유히
활보하며 돌아다닙니다. 반면 패자는 세력권 외곽으로 쫓겨나 승자와의 접촉을 피합니다.

가재들의 대결을 관찰한 연구자들은 승자와 패자의 (싸움후의)행동이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혹시 가재들의 신경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닐까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연구결과
가재들의 특정 뉴런(신경세포. neuron)이 지위(서열)에 따라 세로토닌(신경전달 물질)에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 지배적 가재, 즉 승리한 가재는 세로토닌이 뉴런에 신경신호를
발사하도록 했지만, 패자는 신경신호 발사를 억제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의 대결(전투)로 지배와 복종의
관계가 영구적으로 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엔 A그룹, B그룹에서 각각 패배한 가재들만 골라내 이들을 C그룹 이라는 새로운 세력권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러자 그룹 C안에서는 다시 지배와 복종의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 그리고 이들
C그룹 가재들의 뉴런을 검사했더니 지배적 가재의 핵심 뉴런은 C그룹에 오기 전, 즉 복종적(패배자)
지위에 있을 때처럼 세로토닌 때문에 신호발사는 억제되고 있었지만 대신 계속적인 (다른)자극을 받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 결국 상황이 변하면서 패배자였던 복종적 가재의 지위는 지배적(승자)
지위로 쉽게 이동한 것입니다. ... 그런데 특이한 것은 바로 그룹 A와 B에서 각각 승자였던 <지배적>
가재들에게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한때 각자의 그룹(A, B)에서 승자(지배적)의 지위에 있었던 가재들을 D라는 새로운 세력권에 집어넣자
역시나 그룹 D에서도 지배와 복종의 관계가 만들어졌는데 ... 특이한 점은 패배했던 복종적 가재는
패배이후에도 전혀 굴복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승자에게 <도전>을 했던 것입니다. ... 그리고 이러한
도전은 심지어 죽는 순간까지도 지속되었는데 ... 이는 마치 한번 맛본 <지배성>을 절대로 빼앗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처럼 보였습니다.

이제 관찰 대상을 영장류로 옮겨봅니다. ... 영장류 사회에서도 서열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더 높은 지위를 위해 끊임없이 경쟁합니다. 때로는 이미 가장 높은 지위에 있던 우두머리
수컷의 지위를 빼앗기도 합니다. 이것은 우두머리 수컷에게 직접적인 도전을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두머리 수컷이 노화했거나 부상을 당했을 때와 같이 불안정한 시기를 노려 비어있는
우두머리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몇몇은 동맹을 이끌어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영장류 집단에게는 서열 상승을 위한 조건 중 <사회적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 동맹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이죠.

[◆ 예를 들면, 관찰 기록된 한 사례에서는 지위가 낮은 수컷이 알파(우두머리) 수컷과 동맹 관계를
끝냈는데, 그 수컷이 특정 암컷에 대한 성적 접근을 놓고 다른 수컷과 경쟁을 벌일 때 알파 수컷이
지원을 거부했다. ... (진화 심리학. 562페이지/ 데이비드 버스(David M. Buss)/ 웅진지식하우스) ]

영장류 사회에서 서열(지위) 상승을 위해 동맹을 이끌어내는 능력(사회적 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한 조건인 것입니다. ... 알파 수컷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하지 못함으로써 지위가 낮은 수컷은
특정 암컷과의 성적 접근경쟁에서 밀려나고 결국 번식 기회마저 점점 더 줄어들게 됩니다.
이 부분은 <침팬지 정치학> 사례를 들여다봄으로써 확실한 이해를 도울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아른헴(Arnhem)에 있는 동물원에는 무리지어 사는 침팬지들이 있는데, 이곳의 우두머리는
<예로엔(Yeroen)>이라는 수컷 침팬지입니다. 예로엔은 자신이 우두머리임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인지
항상 폼을 잡고 걸어 다녔습니다. 가끔 다른 녀석들에게 지배력을 보여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낄 때면 털을 곤두세우고 녀석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들었고 그러면 모여 있던 다른 침팬지들은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무리 중 수컷어른은 4마리가 있었지만, 암컷들과의 짝짓기의 75%는 예로엔 혼자서 독차지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예로엔이 노쇠해지자 침팬지 무리에 변화가 찾아옵니다. ... <라위트(Luit)> 라는
젊은 수컷이 강하게 성장해 예로엔에게 도전을 한 것입니다. 그동안 예로엔에게 복종을 표시하던
일종의 그들만의 <인사> 제스쳐를 하지 않음으로써 라위트는 더 이상 복종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라위트는 도전과 저항 의사를 간헐적으로 보여주면서 때론 예로엔을 손으로
가격하거나 심지어 날카로운 송곳니로 예로엔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했습니다. ... 하지만 대부분의
싸움은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털을 곤두세우는 허세 등의 상징적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암컷들 대부분은 예로엔을 계속적으로 지지했습니다. ... 그러나 라위트의 지배력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제 표면적으로도 힘의 우위를 쉽게 구분할 수 있게 되자, 암컷들은 하나둘씩
예로엔을 배신하고 라위트 편을 들기 시작합니다. 결국 두 달 뒤, 권력이동이 종결되었고 예로엔은
권좌에서 물러나 라위트에게 <복종적 인사>를 하는 지경까지 가게 됩니다. ... 이후 짝짓기 지분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라위트는 과거에는 전체 짝짓기 지분의 25% 수준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권좌를
차지한 후의 지분은 50% 수준으로 상승했습니다. 반면 예로엔의 짝짓기 지분은 0%가 되었습니다.

앞서 영장류 사회에서의 서열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마찬가지로 예로엔은 자신이
현재는 비참하게 권좌에서 밀려난 신세가 되었지만 이 상황을 완전히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로엔은 또 다른 젊은 수컷인 니키(Nikkie)에게 동맹을 제안합니다. 예로엔과 니키는 각자가
혼자서 라위트와 상대하기에 벅찼지만 힘을 합친 동맹의 상황에서는 충분히 라위트와 대결이 가능하다
생각했던 것입니다. ~ ~ ~ < 폭풍 전야(暴風前夜) ! > ~ ~ 드디어 결전이 날이 다가왔고 싸움은
격렬하게 벌어졌습니다. 싸움에 참여한 상당수 침팬지들이 부상을 입었지만 결국 <예로엔-니키>
동맹이 승리를 쟁취했습니다. 이로써 니키(Nikkie)가 권좌를 차지하면서 짝짓기 지분 50%를 확보했고
예로엔은 비록 권좌를 다시 찾지는 못했지만 0%였던 짝짓기 지분을 25%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결론적으로 예로엔은 <동맹>을 이끌어내는 <사회적 능력> 덕분에 짝짓기 지분을 일부라도 찾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참고 - 진화 심리학. 데이비드 버스(David M. Buss)]
[◆ <침팬지 정치학>에서 보여주듯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핍박하면서도 중동의 한 복판에서
여전히 <지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잔혹성과 폭력의 근원을 찾기 위해 여기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매슬로우(Maslow)는 브롱크스 동물원(Bronx Zoo)에서 원숭이들의 무차별적인 성행위와 지배의
행동양식을 관찰하며 프로이트 대신 아들러(Adler)의 주장에 손을 들어줍니다. 바로 <권력에의 의지>,
즉 <지배성>을 포착한 것입니다. ... 결국 폭력과 잔혹성은 <지배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당위적, 혹은 진화적 산물인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어디까지나 동물세계에 한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진화 심리학>의 도움을 받아 동물세계(곤충, 갑각류, 조류, 영장류 등)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지배성>의 면면들을 살펴보면서 이를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인간의(실제 사례) 지배성 문제를 살펴볼까 합니다.

1965년 영국 맨체스터(Manchester)에서 <“이언 브래디(남)”와 “마이러 힌들레이(여)”> 라는
두 남녀가 경찰에 체포됩니다. ... 콜린 윌슨은 <늪의 살인자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이 바로 인간의
<지배성>을 가장 확실히 관찰할 수 있는 사례라고 말합니다.

경찰에 의해 밝혀진 이들 두 남녀가 저지른 살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레슬리 앤 다우니라[10세 소녀, 크리스마스이브 날에 실종, 늪에서 발견(1964년)]
@ 존 킬브라이드[12세 소년, 늪에서 발견(1964년)]
@ 에드워드 에번스[17세 청년, 도끼로 살해, 브래디와 마이러가 동거했던 집에서 발견]

브래디(남)와 마이러(여)는 1960년 1월에 처음 만나게 됩니다.
마이러(여)는 밀워스라는 화학약품 회사의 경리로 근무했는데 마이러가 입사했을 당시 브래디는
마이러보다 네 살 많은 체격 좋은 젊은이였습니다. 마이러는 가톨릭신자였으며 동물과 어린이를
좋아하던 전형적인 노동자계급의 평범한 딸 이었습니다. 반면 브래디는 13세부터 경찰서와 소년원을
들락거렸고 나치를 숭배했으며 갱 소설을 좋아했습니다. ... 더불어 <사드(Sade)>의 비도덕주의 철학과
범죄성에 심취하기도 했습니다. [◆ 마르키 드 사드(Marquis de Sade) - ‘사디즘(sadism)’ 이라는 어원을
만들어낸 프랑스의 성애 문학의 대가 ]

사내에서 반항아적인 모습을 자주 보였던 브래디에게 점점 더 매력을 느끼던 마이러는 어느새
그를 흠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종일 브래디 생각으로 가득 찼고, 그녀의 일기장은
온통 브래디를 칭송하는 말로 채워졌습니다. ... 그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날에는 일기장에 저주를
퍼붓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브래디를 찬양하는 말들로 일기장을 채웠습니다. ... 하지만 브래디는
마이러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당시 <늪의 살인자사건>을 관심 있게 지켜봤던
극작가 엠린 윌리엄스는 어쩌면 브래디는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마이러를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배성)

마이러와 뜨거운 밤을 보낸 후, 브래디는 자신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그녀에게 세뇌를 시작합니다.
사드의 소설과 철학을 읽게 하고, 나치를 숭배하게 만들었으며 ... 특히 사드의 철학(비도덕주의)을
본격적으로 그녀에게 주입하기 시작합니다.

[◆ 사회는 완전히 타락했다. 인간의 생명 따위는 아주 보잘 것 없다. 자연은 인간에게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고 순환만 되풀이 한다. 우리들은 우연에 의해 창조된 무의미한
우주에 살고 있다. 도덕성이란 가난뱅이를 억누르기 위해 지배자가 발명한 환영에 불과하다.
쾌락이야말로 유일의 참된 선이다. 스스로의 성적 욕망을 완력으로 발산하는 인간은, 강자의
당연한 특권을 행사하는데 불과하다. - (잔혹: 피와 광기의 세계사. 27페이지/ 콜린 윌슨/ 하서)]

브래디의 세뇌를 통해 마이러는 세상의 보편에 맞서는 비범한 판타지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또한
말끔한 정장차림으로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독일어 원문으로 읽어대는 브래디에게서 마이러는
평범한 노동자의 딸이 감히 다가갈 수 없는 교양인(지식인)의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 그리고
이러한 세뇌의 끝은 결국 마이러가 브래디를 <주인>으로 인식하는 단계까지 흘러갑니다.
이제 평범한 젊은 남녀의 관계는 <사랑>이 아닌, <주종>의 관계로 변질되면서 브래디는 본격적으로
<지배성>을 만끽하게 됩니다.

브래디가 처음 그녀에게 제안한 사업(일탈)은 <은행 강도>였습니다. 처음엔 말도 안 된다 생각했지만
브래디의 계획과 화려한 언변에 빠져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브래디는 그녀에게 총을 구해오라고
지시합니다. ... 이 와중에도 브래디는 또 다른 사업을 구상했는데 바로 <포르노사진 판매> 였습니다.
마이러에게 각종 화려하고 야한 속옷을 입혀 포즈를 취하게 하고, 그녀의 엉덩이에는 맞은 자국을
붉게 표시해 <사디즘>의 느낌이 물씬 풍기도록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던 브래디는 처음 생각했던 은행 강도 사업은 포기하기로 결정합니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부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체포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인데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지배성 유희>를 즐길 수 없게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 그래서 생각한
가장 위험이 적은, 즉 체포될 가능성이 낮은 사업(범죄)을 구상합니다. 바로 <유괴>입니다.

앞서 언급한 브래디와 마이러의 (유괴)범죄 행각에서처럼 ... 주인과 노예였던 이들 두 남녀는
어린 소년과 소녀들을 살해해 늪에 묻고, 마치 캠핑을 온 사람들처럼 늪 주변에서 담요를 덮고
달을 보며 하룻밤을 보냅니다. ... 경찰에 체포된 후 재판과정에서 마이러는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말했지만, 브래디는 끝까지 묵비권을 행사했습니다.

<지배성>에 빠진 인간들은 잔혹한 폭력에 대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본인의 심연 속에 숨겨져 있던 분노와 울분의 감정들이 탈출구를 찾기 위해 사방을 헤매다가
지배욕구와 만나게 된다면, 그래서 <지배성>을 쟁취하게 된다면 이후의 그 감정들은 자신의 노예들,
즉 복종하는 자들을 통해 대리 표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본인이 직접적으로 감정표출을 했을 때
보다는 더 쉽고 경제적인 방식입니다. ... 그리고 그 분노의 감정들을 외부에 모두 쏟아놓을 때까지
<잔혹성>은 계속해서 강화됩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한번 정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의 제목처럼 <타자를 규정하는 힘>과 <잔혹성>은 과연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 하는
물음입니다. ... 더불어 지금부터는 거의 저의 주관적 견해로만 채워질 텐데, 앞서 얘기한 내용들을
종합해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개인 A, B, C, D가 있습니다. ... 이때 개인의 힘을 10으로 가정한다면
(A+B=20), (C=10) 이므로 [(A+B) > (C)] 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사회에서 개인들이 소위
<세력(집단)>을 형성해 개인과 마주한다면, 이때의 세력의 힘은 단순히 산술급수적이지 않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따라서 (A+B)의 힘은 20이 아니라 100(10의 2승)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A+B+C)의 힘의 크기는 1,000(10의 3승), (A+B+C+D)는 10,000으로 세력의 힘의 크기는
급격히 증가합니다.

물론 이러한 (세력의)힘의 정체는 단순한 물리적 완력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가하는 정신적, 심리적
공포와 함께 상대와 친밀하게 관계된 외부(가족, 친구, 이웃, 명예 등) 환경적 조건들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입니다. ... 따라서 인간이 <세력>을 형성한다는 의미는 소위 무가치한 <패거리> 그 이상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력>의 힘은 어른의 질서체계 안에서는 더욱 더
치밀하게 조직되어 그 가짓수를 크게 늘립니다. 한마디로 비용대비 효용가치는 훨씬 더 크게 증가하는
것입니다.

군대, 경찰, 검찰, 감사원, 국세청, 국정원 등의 국가기관도 결국은 <증폭된 세력>에 다름없습니다.
다만 이들 집단은 <질서체계>안에서 그들의 힘의 크기를 법의 의해 제한받고 있다는 사실만 다를 뿐
입니다. 여기에 정당과 시민단체, 기업단체(전경련), 종교단체, 노조 등도 모두 <협회 또는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뭉쳐진 <세력>의 다른 이름인 것입니다. ... 여기서 시선을 좀 더 큰 무대로 옮겨 본다면
이제 세력의 의미는 국가단위, 즉 <국제정치>로까지 확장됩니다. <한.미.일 동맹과 북.중.러>,
<나토(NATO)>, <유럽연합>, <아세안(ASEAN)> ... 심지어 알카에다(아프가니스탄), 헤즈볼라(레바논),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 PKK(터키 쿠르드 노동자당), FARC(콜롬비아 혁명군), IRA(아일랜드 공화국군)
등의 전 세계 수많은 테러 조직들 또한 <세력>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력의 배후에는 <권력의지>라는
질긴 뿌리가 숨어있습니다.

우리사회 질서의 근간인 <법(法)>의 진면목은 바로 <타자(대상)를 규정하는 힘>에 있습니다.
법은 세금을 내야하는 자를 규정하고,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을 규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저임금의
크기를 규정하고, 기업의 크기도 규정합니다. 학교를 규정하고, 학교가 아니라고 규정할 수도 있습니다.
지하철을 무료로 탈수 있는 자와 그렇지 않는 자를 규정할 수 있습니다. 도박을 즐길(?)수 있는 공간을
규정할 수 있습니다. ... 한 가정을 파괴한 음주 운전자의 처벌을 (어이없게)규정합니다.
촛불을 든 자들을 폭도로 규정할 수도 있고 시민의 권리로 규정할 수도 있습니다.

<세력(집단)>을 형성하면 이들에게는 <법(法)>의 힘이 간접적으로 부여됩니다. ... 그리고 그 힘의
크기는 세력의 크기에 정비례 합니다. 한마디로 타자를 규정할 수 있는 힘이 부여되는 것입니다.

< “저 새끼들은 빨갱이다!” >, < “너 노조원이냐?” >, < “좌파냐! 우파냐!” >

타자를 규정할 수 있는 힘은 곧 <지배성>과 연결됩니다. ... 법에 준하는 힘으로
타자를 심판할 수 있으며 그렇게 그들(세력)에 의해 규정된 타자들은 한 순간에 <비정상성>을
갖는 비표준적인 것들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래서 세력을 지향하는 자들은 단순히 (현재의)열위상태를
벗어나려는 평화로운 외침보다 우위를 점하거나 우위 상태를 유지하려는 권력에의 의지가 진짜
본질입니다. ... 결론적으로 <세력>을 형성한 모든 집단은 권력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타자규정의 힘>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 단순히 열위 상태를 벗어나고자 함이 아님.)
더불어 타자를 규정한다는 의미는 타자에 대한 단순한 프로필을 주입하는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타자에 대한 <생각의 허용한계>를 미리 설정하는 것이 진정한 <타자규정의 힘입니다!>
이 부분은 우리가 훌륭한 한국 문학작품 한편을 통해 이해를 도울 수 있습니다.

[◆ 고등학교 2학년인 최기표는 악마의 자식이자 ‘폭력’ 그 자체입니다.
같은 반 아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자 절대자입니다. ... 잔혹성, 무자비함,
예측불허의 괴팍한 성격 ... 단지 (현재)자신의 기분이 안 좋다는 이유만으로
동급생을 칼로 위협하고, 담뱃불로 지지기도 합니다. ~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던 어느 날, 반장 형우는 자발적으로 부정행위를 하며 기표를 도와줍니다.
하지만 기표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을 도왔다며 형우에게 심한 폭력을
행사합니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은 형우는 치밀한 복수를 시작하는데
침묵으로, 즉 아무런 대응 없이 마치 자기가 기표를 너그럽게 용서해준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러면서 형우는 사실 기표는 심성이 착한 아이이며, 가난하지만
부모님에게는 그 어떤 아들보다 효성이 지극한 아이이고, 친구가 되면 그 누구보다
의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정한 사나이라며 기표를 치켜세웁니다.
호수에 붉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서서히 형우의 언어로 새롭게 <규정>되어가는
기표는 어느새 악마에서 선한 천사로 변하게 됩니다. ... 그리고 형우는 마지막으로
기표의 삶을 위대한 학생의 승리로 포장하여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도록 만듭니다.
화제의 주인공 최기표! ~ 기표의 가공된 미담은 이제 전국적으로 퍼져나갔고
기표 스스로는 예전과 같이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지만, 새롭게 규정되면서부터
영화화될 정도까지 나아갑니다. 그러나 영화 제작사 직원들이 찾아올 무렵쯤
기표는 홀연히 사라지기로 마음먹고 여동생에게 한마디 말을 남깁니다.

“무섭다! ~ 무서워! 더이상 무서워서 못 살겠다!” - (우상의 눈물/ 전상국) ]

소설은 두 개의 폭력(잔혹성)을 다룹니다. ... 하나는 기표의 <물리적 폭력>이며
또 하나는 새로운 타자로 규정된 <존재론적 폭력>입니다. ... 제가 주장하는 <타자 규정의 힘>은
바로 형우에 의해 새롭게 규정된 기표인 것입니다. <생각의 허용한계>가 미리 설정된다는 뜻은
결국 새롭게 규정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선한 최기표!) ... 한마디로
선전의 힘이 극대화 되는 것입니다. ... 기표를 선함으로 미리 설정해 버리자 이제 주변에서는
기표의 또 다른 <선함>만 찾게 됩니다. 선하다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오직 미담만 계속해서
생산되는 것이죠 ... 그래서 영화화 단계까지 가게 됩니다.(@극대화 되는 선전의 힘)

<타자규정의 힘>은 이렇게 잔혹한 속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은 지배성을 추구하며, 그렇게 확보한 지배성은 세력을 원하는 단계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세력이 형성되면 이제 그들은 <타자규정의 힘>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 그런데 여기서
특징적인 현상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형성된 세력에 포함된 개별 주체들의 행동양식입니다.

집단이 소수일 때는 지배자(리더)를 위해 복종과 존경을 표하지만, 그 집단이 대규모로 세력화 된다면
이제 그들은 지배자가 아닌, <세력(집단)> 그 자체를 위해 복종합니다. 그들의 목적은 지배자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세력(집단)>의 붕괴를 막아 <영속성>을 바라는 것입니다. ... 당대표를 제거해도
당은 살아야 하듯이, 대통령은 임기가 있지만 국가는 영원해야 하듯이 ... 다시 말해 집단의 크기는
일정 수준, 즉 임계점을 넘는 순간부터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개별성은 상실하고 오직 <집단의 존재>
그 자체만을 존재합니다. 흔히 동물학에서는 <초개체성> 이라고 하는데, 초개체성은 흔히 일벌의
사례에서 자주 목격됩니다. 일벌들은 갑자기 난입한 침입자를 침으로 찌름으로써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고 벌집을 지킵니다. ... 그런데 인간세계에서도 이러한 일벌들의 초개체성이 자주 목격됩니다.
자신이 소속된 세력(집단)을 본인과 동일시하며, 집단이 위협받을 때 언제든지 자신은 집단의 생존을
위해 희생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희생의 과정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잔혹성>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성숙한 집단(세력)은 어른의 질서체계 안에서 작동되며, 운영 또한 민주적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타자규정은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내부동의(합의)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타자규정은 한 번 결정되면 반질서적(ex. 청소년) 집단의 타자규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무서운 힘을 갖습니다. ... 그래서 때론 <민주적>이라는 의미는 상당한 파괴력을
내포한 <잔혹성(폭력)>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하나의 사태를 놓고도 누군가는 저항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폭력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작은 어른과 큰 아이> 사이에 올려놓고 그들을 새롭게 규정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 오지랖이 발동하여 또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정성글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환절기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

2017년 9월 2일 토요일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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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 [by 물파스]

[◆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 ]




경제위기는 흐름의 위기입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개별적 위기의 속성들은 자신의 블록(b.lock) 앞에 마치 도미노처럼 다른 위기의 블록을 배치함으로써 자신의 붕괴는 곧 앞의 다른 위기의 붕괴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흔히 <연쇄효과>라고 하는데, 오늘날 경제위기는 이렇게 서로에게 그물처럼 엮여져 누적되어 쌓이다가 결국은 어느 시점에서 인장력의 한계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경제위기는 <연속성(흐름)>의 기반위에 <인과성>이 결합하여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 때문에 명확한 <시점(구간)>을 지정해 ~ "위기는 거기서부터 여기까지다!" ~ 라고 규정하기에는 위기 이면에서 과거로부터 작용되어온 원인들이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 할 수있습니다.

다만 <1997년 (동아시아)외환위기>라는 시기적.공간적 단일성을 고려해 동아시아 외환위기라는 블록을 쓰러뜨리게 만든 바로 그 앞의 블록(B.lock)에 대한 이야기부터 먼저 시작해볼까 합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에 영향을 미쳤던 앞의 블록(B.lock)은 다름 아닌 1990년 초부터 시작된
<일본의 거품붕괴>입니다. ... 1985년 플라자 합의(Plaza Accord) 이후 199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본의 자산거품 붕괴, 즉 부동산과 주가가 하락하면서 개인과 기업의 파산을 증가시켰고 이러한 상황은 곧 바로 금융권(특히 은행들)의 대출손실로 이어졌습니다. ... 물론 경제대국 2위의 명성답게 당시 일본의 실물경제 규모는 여전히 거대했지만, 거품이 붕괴되면서 부터는 실질경제 성장률이 평균 1% 수준을 넘지 못하고 계속적인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 수많은 매물들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쏟아지면서 일본 은행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게 됩니다. 여기에 주가까지 떨어지니 은행들 입장에서는 이제 자본건전성까지 신경써야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 싸게 돈을 빌려와 비싸게 대출해서 먹고사는 <예대마진> 이라는 상업은행들의 가장 기본적 영업 전략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쯤되니 당시 일본에 투자했던 많은 글로벌 인덱스펀드들이 하나둘씩 일본을 떠나기 시작했고(@일본 주식 매도) 주식과 부동산이라는 자산가격의 하락은 결국 일본 국민들의 소비패턴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일본국민들은 이제 축소된 부(자산가격 하락)와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비중을 급격히 높여갔습니다. ... 결국 고정된 소득에서 저축비중이 증가하니 소비는 자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소비가 줄어드니 물가는 계속적으로 하락하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파산 증가와 이로 인한 은행 및 기타 여신기관들의 대출손실 규모는 점점 더 증가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었는데, (지난번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참 특이하게도 일본국민들은 부실화가 진행되는 은행들의 모습을 바로 코앞에서 지켜보면서도 오히려 예금을 더욱더 증가시켰습니다. ... 당시 일본엔 공식적인 예금보호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걸 감안한다면 일본국민들의 은행사랑(?)은 참 특별했다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은행사랑이 아니라 <정부사랑(?)> 이었을 런지도 모릅니다. ... 한마디로  "은행이 망해도 정부가 모두 책임져 줄거다!" 라는 암묵적 기대가 국민들의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평범한 국민들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부실)기업들 조차도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이것이 당시 일본의 거품붕괴 과정 속에서 나타난 일본국민들과 기업들이 정부와 은행을 보는 보편적 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과 기업들이 아무리 은행에 대한 무한신뢰를 준다고 해도 은행들 입장에서는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습니다. ... 그래서 이후 일본은행들은 신규대출에
상당한 신중을 기하게 됩니다. 그동안 담보만 설정되어 있으면 속된말로 돈 떼일 걱정은 안 해도
됐었는데 자산(부동산)의 급격한 가격하락은 담보권 자체의 의미를 상실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더라도 집값이 대출금액 아래로 폭락해 버리면 이미 담보가치는 상실됩니다.
결국 일본은행들의 대출조건(심사)은 예전보다 더 까다로워 졌으며,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는 기업들은
자신들이 투자하려는 사업에서 확실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 점검하게 됩니다. 여기에
일본 국민들 또한 자신이 돈을 빌려 충분히 갚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만 돈을 빌려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조금씩 스며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변화는 예대마진으로 먹고사는 일본은행들 입장에서는 (물론)은행 자체적으로 여신조건을
까다롭게 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예금은 꾸준히 증가하는데 돈을 빌리려는 개인과 기업들이
오히려 은행들보다 더 신중한 차입자 행태를 보여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 이러한 상황은 결국
거품붕괴 과정과 맞물려 (일본)은행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거품붕괴 이전 일본경제가 최고조에 올랐을 때, 세계 10대 은행 중 무려 7개가 일본은행 이었고,
특히 일본의 최대 투자은행인 노무라의 자본금은 미국의 5대 투자은행 규모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당시 넘쳐나는 일본의 자금 유동성은 해외(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 등)에 설립된 지사 및 자회사를
통해 해외에 나가있는 일본기업들 뿐만 아니라, 다른 국적의 기업(비일본계)들 에게까지 흘러(대출)들어
갔습니다. ~ 만약 빌려줄 돈이 부족하면 일본은행의 해외 자회사들은 국제 <은행간 시장>을 통해
돈을 차입했고, 이것마저 부족하면 NDF(Non Deliverable Forward) 라는 역외 금융시장에서까지
돈을 빌려와 사업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거품이 붕괴되면서 절정에 다다랐던 일본은행들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과 해외 금융기관들의
우려는 점점 더 커져만 갔습니다. ... 외국계 자금들은 일본국민과 기업들처럼 일본 정부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후 외국계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은 일본은행들에게 돈을 (투자)빌려줄 때
평소보다 더 높은 금리, 즉 일종의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금융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은행들의 수익성은 더 악화되었고, 이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일부 은행들은 자국민들에게
약속했던 평소의 예금금리마저 내리는 방법까지 사용해야 했습니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도쿄의 거의 모든 은행들의 금리가 내려갔습니다. 상황이 여기까지 진행되자 그동안 일본은행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보여주었던 수많은 국민들과 기업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본은행보다 더 나은
한마디로 <고수익>을 위해 일본을 떠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와중에도 일본의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수 침체로 수입은 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의 무역수지는 흑자를 이어갔는데 ...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당시 꾸준히 증가하던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일본을 이탈하는 자본유출 규모보다 컸기 때문에 이것은 곧 엔화가치를 상승으로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입니다. ... 그리고 당시 자국의 (장기)경기침체 분위기 속에서 수출에 승부를 걸었던 수많은 일본기업들에게는
엔화가치 상승이 달갑지 않았습니다. ... 그래서 이때부터 상당수의 일본기업들이 경쟁력 확보와 원가절감(노동비용)을
위해 중국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본격적인 투자확대를 시작하게 됩니다.
[◆ 당연히 일본의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국가들의 소득 또한 증가하게 됩니다.]

해외에서 자본이 유입되면, 그 나라가 만약 변동환율제 국가라면 그 나라의 통화가치는 상승합니다.
만약 고정환율제 국가라면 해외로부터 들어온 돈은 대외 (준비)자산의 증가와 함께 통화 공급량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 예를 들어, 뉴욕의 A라는 투자자가 100만 달러($)를 한국 주식에 투자한다면
한국에 들어온 100만 달러($)는 우선 외환시장에서 원화 10억 원으로 바꿔야 합니다.[1$=1,000원 가정]
100만 달러($)를 팔고 원화 10억을 사는 교환(매매)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 결국 원화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원화의 가치는 상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10억 원이라는 원화가 시중에 바로 풀리게
되는데, 이는 <달러($)>라는 외환이 없었다면 애초에 시중에 풀리지 않았을 돈이었습니다.
결국 해외로부터 유입된 자금은 어떠한 형태로든 그 나라의 통화량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이렇게 해외로부터 투자되는 자금유입과 무역수지 흑자로 벌어들이는 외환이 증가하면 할수록
그 나라의 통화 공급량은 증가하고 이것이 대규모화 된다면 이제 그 나라의 풍부한 통화 유동성은
서서히 부동산과 주식 같은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게 됩니다.

1990년 초에 시작된 일본의 자산거품 붕괴는 일본국민들의 저축비중을 증가시켰고,
부동산과 주가 하락은 일본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으며, 영업 전략도 보수적으로 변화하면서
일본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을 높이는 결과(@ 리스크 프리미엄)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수출 지향적 일본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으며, 일본 기업이 투자한
국가들은 고용이 증대되면서 국민들의 소득 증가와 함께 통화량 증가로 서서히 자국의 자산가격에
거품을 형성하게 됩니다.

특히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는 일본기업들이 진출 하면서부터 제조업 생산 증가와 함께
주가가 급격히 상승하게 되었고(@ 일본 진출 이전보다 대략 400~500% 상승), 이 여파는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의 주가 수준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은 해외에 투자할 때, 납품업체와 은행을 일본에서 함께 묶어서 세트로 진출했습니다.
수출에 올인 하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던 상당수의 일본 기업들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같은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낮다는 것에 은근한 기대를 많이 했었기 때문입니다. [@ 본사는 당연히 일본에 있음.]

반면 일본기업들의 생산기지로 낙점된 태국과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은 상황이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 일본 기업들은 기술유출이 우려되는 핵심부품들은 모두 일본땅에서 만들어서
해외 생산기지로 보내고 그 곳에서는 단순 조립만하는 형태로 제품을 만들었는데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은 그때까지도 여전히 단순한 생산기지 그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생산이 늘어나니 GDP는 크게 증가합니다.)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처럼 기술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부어 개발도상국 상태를
벗어나려는 의지가 있는 국가들과는 달리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나라들은 당시까지도
국제적 채무국 상태조차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보유한
일본 기업들의 해외진출은 해당 국가의 내적 경제상황을 무시한채 점진적으로 그 나라들의 자산가격에
거품을 형성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위기의 블록(B.lock)은 1996년 겨울 태국의 소비자금융회사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게 됩니다.
이들 회사들에게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대출손실이 발생한 것입니다.... 결국 당시 태국에 투자되었던
외국 자금과 태국으로 들어오려고 계획을 세웠던 다른 외국자금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리스크에 민감했던 해외 자금들은 순식간에 태국을 떠났고, 아직 떠나지 못한 돈들도 서둘러 떠날
준비를 하는 상황까지 가게 되는데 ... 해외로부터 태국으로 유입되는 돈($)의 규모는 점점 더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서둘러 태국을 이탈하려는 돈($)의 크기(규모)가 이탈속도와 함께 급격히 커지자
태국 중앙은행은 더 이상 바트화를 지켜낼 수 없는 지경까지 가게 됩니다. ... 그리고 이듬해인 1997년
여름을 지나면서 바트화의 가치는 대폭락하게 됩니다.

개도국을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던 한국은 동아시아라는 동일한 공간 안에 갇혀 1997년 겨울 바트화가
감염되었던 <통화가치 하락>이라는 전염병에 감염되게 됩니다.... 물론 당시의 전염병(통화가치 하락)은
한국만 감염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달러($)에 환율이 고정된 중국 위안화와 홍콩 달러를 제외하면
당시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 통화가치가 적게는 30%에서 40%(혹은 그 이상) 까지 가치를 상실한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글로벌 자금들은 부랴부랴 아시아를 탈출했고, 이 과정에서 주가 폭락과 함께 통화가치가 하락하기 전에
달러($)나 엔화를 빌려썼던 수많은 기업들과 은행들이 파산하는 사태가 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당시의 한국의 총 대외채무는 1,600억 달러가 넘었으며,
단기외채는 600억 달러 수준이었는데, 결정적으로 1997년 말까지 상환해야하는 외채가 220억 달러
수준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고 통계를 살펴보면 ~ 1997년 말쯤되면
우리나라는 보유외환이 [금(gold)을 포함해도]고작 200억 달러($)를 간신히 넘었기 때문에 ... 온 나라가
달러($)를 구하기 위한 비상사태를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당시 정부에게는 "외환관리" 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었다고 봐야합니다. [1997년 12월, 금(Gold)을 포함한 외환보유고 204억 달러($)]

결국 한국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됩니다 ... 그리고
대마불사라 생각했던 재벌을 상대로 대출영업을 해왔던 금융기관들은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기업대출 보다는 가계대출에 더 많은 역량을 집중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100억을 하나의 기업에 빌려주는 것보다, 1,000만원을 1,000명의 개인에게 빌려주는 것이 위험을
분산하는데 훨씬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이때부터 직접적으로 느끼기 시작합니다.

사실 한국의 IMF 외환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유동성부족>, 즉 달러($)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지만,
내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 이면에는 정부(정치), 기업, 금융 등의 암묵적인 그들만의 카르텔(관치금융) 같은
좀 더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들이 누증되어온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얼마전 '일본의 거품붕괴'에 관한 글을 올렸었습니다.
이번 글은 그때 글의 속편에 해당한다고도 할수 있는데 ... 사실 여기에
오래전에 얘기했던 '실물적팽창과 금융적 팽창' 까지 함께 보신다면
어쩌면 3부작 될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 하지만 분량이 너무나 많아
나중에 재업할 기회가 있다면 그때 다시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사실 IMF외환위기 관련해서는 이미 이슈인에서 한국의 내부적 상황만 고려한
내용으로 여러번 얘기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외부 요인에 대해서 얘기해 본것입니다.
엊그제 삼성관련 이야기를 썼다가 많은 분들이 분량도 많고 글이 샛길로 샌다고
질타를 하셨습니다. ... 새겨듣겠습니다. 다만 제가 올리는 글은 경제나 금융분야를
전공하신 분들이 아닌, 일반적인 분들의 시선에 최대한 맞추려고 하는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전공자 분들이 보시기에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언급하게 되어 샛길로 새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을 겁니다. ... 충분히 공감하고 새겨듣겠습니다.

장문의 글 임에도 항상 이해해주시는 운영자님과 여러 이슈인 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더불어 부족한 내용이라도 응원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제가 이슈인에서 계속 글을 올릴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부족한게 많지만, 하나의 글을 올리때마다 언제나 정성을 다한다는 점만 알아주신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을것 같습니다. ]

◆ 삼성은 과연 한국을 떠날 수 있을까? [by 물파스]

[◆ 삼성은 과연 한국을 떠날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삼성은 이제 초국적 기업입니다.
기업의 권력(규모)이 국가권력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입니다. ... 다시말해 삼성은
이제 한국경제에서 고용과 GDP(성장)를 선두에서서 책임지고 이끄는 리더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2004년 외국인 주식비중이 무려 60%를 넘어서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그룹차원에서 부랴부랴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었는데, 자칫하다간 삼성이 외국인 투자자에 의해
적대적 M&A(인수.합병)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 여기에 삼성이라는
한국경제의 상징성(?) 때문인지 당시 공정위 또한 '삼성전자의 본사이전(외국으로)'에 대한 검토 작업을
했었습니다. 한마디로 외국인 주주들이 삼성에게 <“본사를 국외로 이전하라!“>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정말로 삼성전자가 적대적 인수.합병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세심하게 따져보았던 것입니다.

그럼 당시에 왜? 공정위가 삼성전자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화들짝 놀라 그 가능성(현실성)을 세밀하게
검토한 것일까? ... 200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의 어느 의원이 삼성전자의 적대적 M&A를
크게 우려하며 공정위가 (당시)추진하려던 법안, 즉 금융 및 보험사의 의결권을 15% 이내로 축소하려는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삼성전자는 외국인에 의해 경영권이 (적대적으로)넘어갈 수도 있다는 주장을
했던 것입니다. ...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비율을 감안하다면, 그리고 이씨 집안의 경영권이 계속
보장되려면 공정위 법안대로 금융 및 보험사의 의결권은 절대 축소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여기서 잠시 정리를 한 번 해봅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이 50%를 넘게 된다면 과연 삼성전자의 경영권은 외국인에게 진짜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 주식을 하는 분들은 모두 잘 아시겠지만, 주식투자자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 기관, 개인, 외국인, 국부펀드, 사모펀드, 연기금, 여기에 서로 다른 (자본의)수많은 국적 등

결론적으로 삼성전자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는 일반 개인들을 포함해 국적이 다른 수많은
투자자와 기관, 펀드, 연기금 등 그 수와 (투자자의)존재형태가 모두 다르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이 50%를 넘어선다고 해도 이 부분은
삼성전자에 투자한 투자자의 형태를 <국내와 국외>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분류에 지나지 않는것입니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시총 규모를 생각해보면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4년 삼성전자에 대한 외인비중이 60%를 넘어섰을 때, 당시의 외국인 주주의 수가 대략 3천여명 이었습니다.
국적이 다양하고 투자목적(시세차익, 배당 등)과 투자 기간(단기, 중기, 장기)이 모두 다르며,
존재 형태 또한 개인, 기관 연기금 등 너무나 다양했었기 때문에 외국인 누군가 대표성을 발휘해
이들을 모두 하나로 규합하지 않는 이상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M&A는 거의 불가능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 인식은 2017년인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적 사정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기업에 대한 규제나 법인세 인상 같은 얘기가 언급될
때마다 친기업 언론들과 정치인들은 삼성의 본사 이전과 대량실업 및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를
우려하며 정부 정책을 강력히 반대합니다. ... 한마디로 <삼성위기>에 대한 현실성을 따져보기도 전에
정치인과 언론이 스스로(?) 나서서 경영권을 간접적으로 방어해주고 있다는 뜻입니다.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에 상장 된지는 30년을 훌쩍 넘어섰고, 지금까지 삼성이 존속해오는 동안
삼성일가는 자신들의 경영권을 치밀한 전략을 짜서 지켜오고 있었습니다. ... 이미 언론에 수없이 많이
언급되어 잘 아시겠지만 이건희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보유지분은 5% 수준입니다. 여기에
삼성생명과 삼성 재단과 같은 비영리 재단 등 이건희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지분을 모두 합한다면
18% 수준이며, 삼성을 지지하는 외국인 혹은 기관(펀드)들의 우호 지분까지 총합 한다면 아마도 23~25%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입니다. ... 결국 삼성은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한 단일 투자자 혹은 결집된
집단투자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은 아직까지 건제하며 계속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300조원에 가까운데 과연 단일 투자자 중에서 150조원을 넘게 베팅할수 있는 투자자가
존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 따져보면 됩니다. 참고로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규모가 컸던
인수.합병 사례는 1999년 영국의 통신회사 보다폰(Vodafone)과 독일의 통신회사 만네스만(Mannesmann)의 합병인데
당시 합병규모는 대략 1800억 달러(200조원) 였고, 두 번째로 규모가 컸던 합병사례는 다음해인 2000년 성사된
AOL(American On-line)과 타임워너(Time Warner)의 합병으로 규모는 대략 1640억 달러(170조원) 수준이었습니다. ]


[◆ 공무원 사회에서 통하는 말이 있다.
"인사에는 장사가 없다" 라는 말이다.

공무원은 일을 잘한다고 해서 월급을 더 받는게 아니다.
조직 바깥에서 명성을 얻는 것도 아니다.
공무원에 대한 보상은 오직 인사(人事)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자존심 강한 공무원일수록 인사에 민감한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검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선배 검사는 암으로 죽어가면서도
다음 보직을 걱정했다. 대학 입시, 사법시험 등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모인 곳이 검찰이다. 그래서 동기가 자기보다 좋은 보직으로
가는 것을 못 견디는 이들이 많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보직보다
동기들의 보직에 더 신경을 쓴다. 동기에 뒤쳐질 수 없다는 자존심 때문이다.
아무리 강단 있는 검사라도 인사 문제 앞에서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검찰 간부는 해마다 보직 인사를 받는데, 연거푸 두 번만 한직으로 발령이 나면
회생 불가능 상태가 된다.

삼성은 이런 약점을 이용해 공무원 사회를 장악했다.
인사권을 쥔 수뇌부에게 집중적인 로비를 퍼부은 것이다.
(@ 삼성을 생각한다. 72~73쪽 / 김용철 변호사/ 사회평론 펴냄 )]

[◆ 일전에 친구 프레드와 함께 거리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좁은 골목길에서 권총을 든 녀석이 튀어나오더니 "손들어!" 라고 외치더군
그래서 지갑을 끄집어내는데 불현듯 '몽땅 빼앗길수는 없지' 하는 생각이 드는거야
그래서 돈 일부를 빼서 프레드에게 주면서 말했지 ... "프레드! 전에 너한테 빌린 50달러($)야!"
그랬더니 강도가 버럭 화를 내면서 ... 자기 지갑에서 1천달러($)를 꺼내 프레드에게 주면서
강제로 나에게 빌려주게 하더군 그래놓고 강도는 그 돈을 빼앗아 갔단 말이지!
- 스티븐 라이트(Steven Wright) / 미국 코미디언의 개그 中]


권총(권력)을 쥔 자는 언제든지 자기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삼성은 지배구조와 경영권 방어, 여기에 특히 노조 없는 문화 등은 삼성에게 한국사회가
기업하기 가장 최적화된 공간이라는 걸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개인적 생각이지만
삼성은 한국을 떠날 이유가 없으며, 한국을 떠날만한 외부(외국)적 유인 요소 또한 한참이나 부족합니다.

여기서 그럼 잠시 해외 이야기좀 해보겠습니다.
브렉시트(Brexit)이후 영국은 해외기업 유치에 좀더 적극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대안중 하나가 바로 법인세 인하입니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아예 자국을 기업들의 텍스천국(조세회피지역)으로
만들어 세계 유수 기업들을 유치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실성이 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 )

2010년 유럽에서 재정위기가 터졌을 때,
당시 아일랜드 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ECB)에 대략 1,300억유로(180조원)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에 제공한 총 유동성의 25% 수준에 가까운 엄청난 금액이었는데
인구가 약 430만명인 아일랜드는 1990년 초부터 낮은 임금과 낮은 법인세율(12.5%)을 내세워
무려 1,000 여개의 해외기업을 유치합니다. 그래서 당시 <켈트의 호랑이>라 불릴만큼 꾸준한 성장을
해왔었는데, 외국계 기업들이 좀 더 인건비가 낮은 동유럽과 중국으로 떠나면서부터 위기가 닥쳤습니다.
.
이때에 유로존 가입을 하게 되고 낮은 금리혜택을 보게 되면서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금융의 허브를
꿈꾸게 됩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유치한 자금 등은 엉뚱하게도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거품이 형성되면서 위기를 맞았습니다. 실제 수치를 보면,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국가들에서만 주택건설이 무려 60% 이상 늘어납니다. 반면 같은 시기에 유로존 전체 평균은
12% 정도 였습니다.

결국 아일랜드는 구제 금융을 요청했고, 대신 2014년까지 150억유로 규모의 재정 긴축을 약속합니다.
또한 유럽통화연맹 국가들은 아일랜드가 12.5%의 매우 낮은 법인세를 좀 더 높이도록 요구했으나
아일랜드는 이것만은 끝까지 거부합니다. 법인세가 높아진다면 세금을 더 많이 걷을 수 있어 긴축재정
계획에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한데 당시 아일랜드는 법인세 인상요구를 거부 했습니다. ... 왜냐하면
아일랜드 같은 작은 소국들은 태생적으로 총수요의 2/3 가 해외로부터 옵니다. 따라서 내수에 대한
조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즉, 해외기업 유치가 곧 국가 경쟁력이나 마찬가지란 뜻입니다.
더불어 또 한가지 상당히 중요한 사항은 아일랜드가 유로존 국가라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유로존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통화의 평가절하 같은 무기사용은 불가능 합니다.

따라서 아일랜드의 낮은 법인세율은 유로존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통화의 평가절하와 거의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단한 무기였던 것입니다. 즉, 아일랜드의 기업(자국,외국계)들이 수출할 때
환율 조정은 불가능 하지만 다른 유로존 국가보다 적게 내는 세금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아일랜드는 2008년 이후 인구의 3% 수준인 약 15만명이 일자리를 찾아 이민을
떠났습니다.

영국은 금융 강국입니다.
전 세계 국제금융시장에서 금리파생상품의 50%, 외환거래의 40%의 비중을 차지하는 금융서비스
최강국 중 하나가 바로 영국입니다. 또한 EU 내에서만도 외환거래의 비중이 80% 수준에 가깝고,
장외 이자율 상품거래 또한 70%가 넘습니다. 금융서비스 부분은 영국 GDP의 7% 수준을 점하고
있는데, 2015년 영국 GDP가 대략 2조 7천억 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금융서비스 부분만 대략
2,000억 달러($)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러한 사정을 감안한다면 앞서 언급했던
영국의 법인세 인하와 텍스천국(조세회피지역화)화에 대한 전략은 현실성이 아주 없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습니다. ... 법인세로 세계의 유수 기업들을 유치하고 대신 그들의 실물경제(무역)와 금융부분에서
파생되는 수수료 수입만으로도 충분히 법인세 수입을 상쇄할수도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일랜드의 낮은 법인세율이 아일랜드 입장에서는 양보가 불가능한 생존의 조건이었다면
영국의 법인세 인하 및 텍스 천국화 시도는 월가를 넘어서 세계 최고의 금융강국이 되려는 전략적
시도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영국은 이미 조세회피(텍스천국)에 대한 노하우가 상당한 국가입니다.
전 세계에는 대략적으로 60여개의 조세피난처가 존재 합니다.(언론에 알려진 것만)
그리고 이들 피난처는 다시 4개의 그룹으로 나눠지는데 ...
(1)유럽과 (2)런던의 "시티(한국의 여의도 같은 금융밀집지역)"를 중심으로 과거 대영제국 시절에
영국 영향권에 있었던 소규모 국가들 ... 그리고 (3)미국의 영향권이 미치는 구역과
(4)소말리아, 우루과이 등 아직은 조세피난처로서의 기반형성이 부족한 국가들 등입니다.

유럽 조세피난처는 1차 세계대전 당시 각국의 정부들이 전비마련을 위해 급격히 증세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는데 ... 이때부터 돈은 증세를 피해 안전하게 관리하고 사라지지 않을 곳으로 피난(?)을 떠나게
되었는데, 이 때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은행들 입니다.(물론 스위스는 18세기 부터 엘리트
자금을 관리해왔으니 예외로 함.) 그리고 유럽에서 가장 크고 대표적인(알려진) 조세피난처가 바로
룩셈부르크 입니다. 몇 년 전 우리나라 국정원에서도 북한 김정일의 수십억 달러의 돈이 유럽에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보도를 했었는데 ... 이때 언급된 조세피난처가 바로 룩셈부르크 입니다.

이 밖에 네덜란드가 유럽의 주요 조세피난처로 언급되는데 ... 2008년 한해에만 약 18조 달러의 규모가
네덜란드의 역외 법인들을 거쳐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규모는 당시 네덜란드 GDP의 무려 20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합니다. 이 외에 벨기에, 오스트리아 ... 또 최근 소국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나라는 "리히텐슈타인"(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있음.)과 모나코, 안도라 자치공국(프랑스와 스페인에
접해있음.) 포루투갈의 마데리아 제도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 이들 유럽권 조세피난처 보다도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문제의 국가가 있는데
바로 4개 그룹 중 하나인 영국의 런던 시티와 그(영국)를 기반으로 형성된 대영제국의 해외 기지들이
바로 그들 입니다.

케이맨 제도,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터크스케이커스 제도, 지브롤터 등 입니다.
이 중에 케이맨 제도 하나만 예를 들어 본다면 ... 케이맨 제도의 최고 권력자(총독)는
영국 왕실에서 지명합니다. 총독은 내각을 책임지지만 권한이 제한되어 있으며 기타 국방과 치안,
외교 등은 보통의 국가들 처럼 총독이 관할하지만 우리나라의 대법원 격인 최종심 법원은 런던에
있으며, MI6(영국비밀정보국)의 일부 구성원이 현지에 상주하며 활동합니다. 케이맨은 전 세계에서
5~6 번째 규모의 금융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극장이 1개 밖에 없는 나라인데) 2010년 기준 이곳에는
대략 10만여개의 등기회사와 전 세계 헤지펀드의 75% 이상, 뉴욕시 소재 은행 전체 수신고의 4배가
넘는 약 2조 달러($) 규모의 수신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충 규모를 들여다 보았으니, 영국이 케이맨 제도를 비롯한 영국 영행권 조세피난처 국가들에게
취하는 스탠스를 살펴보면 ... 우선 외형적으로는 이들의 대표성이나 독립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것처럼
보입니다. 만약 이들 국가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사태가 터졌을때(세계에 알려졌을때)
영국은 "우리가 개입할 권한은 극히 제한적이다!" 처럼 ... 책임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설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입니다.

다음은 미국 얘기(조세피난처)를 짧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영국의 시티 처럼 글로벌 전략에서 뒤졌던 미국은 "조세피난처"가 항상 논쟁이 대상이 되었었습니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이 조세피난처를 아예 "소멸"시킬 법안을 의회에 요청하면서
공직사회 전반에서 조세피난처 규제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었는데 ...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기전 미약한 시도가 있었긴 했지만, 수많은 로비스트들과 이해관계자들이 개입 하므로써
현재의 분위기는 "소멸이 불가능 하다면 같은편이 되자!" ... 같은 뉘앙스라고 합니다.

1960년대 케네디 대통령 이후로 강력해진 금융 규제는 미국 월가에게 그리 큰 타격을 가하지 못했고
대신 이 당시 월가 자본은 영국 런던 시티와 그 외 지역의 조세피난처를 돌아다니며 힘을 키웠고
이러한 과정속에서 조금씩 힘을 키웠던 월가 자본이 1980년대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터
정계에 힘을 발휘하면서 미국 자체(월가)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피난처로 탈바꿈 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증명하듯 오늘날 월가를 비롯한 미국은행들은 ... 절도와 마약 같은 여러 범죄행위와 관련된
돈이 미국의 자국 영토에서만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면 얼마든지 그 자금을 (합법적으로)유치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미국 은행에 돈을 예치한 외국인의 개인 정보 또한 쉽게 밝힐수 없게 해 놓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플로리다 은행들은 오래전부터 범죄 조직과 마약관련 자금을 숨겨주는것이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으며 인근 카리브해의 영국계 조세피난처와 아예 국가적 차원의 파트너 쉽을 맺고 조세피난관련
업무를 더욱 더 비밀스럽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일로 만들고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 오늘날 조세피난처와 관련된 일들은 그 스케일과 참여자들을 관계지어 본다면
하나의 "(특정)산업화"가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스위스는 자국과 인접해 있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적극적인 고객(?)을 유치하려 하고 있으며
모나코는 프랑스 엘리트 계층을 상대로 사업(?)을 특화 시키고 있습니다 ... 더불어 프랑스와 스페인
부자들은 크게 부각되지 않은 안도라를 선호하고, 호주 부자들은 비누아투 같은 태평양 섬들을 ...그리고
지중해 중앙에 위치한 몰타는 북아프리카의 고객 유치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미국 대기업과
부자들은 주로 파나마와 카리브해 인근을 선호합니다 ... 그리고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아시아계
부호들은 홍콩, 싱가폴, 마카오를 선호하는데 ... 종종 소국 섬나라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조세피난처 국가들은 부자들에게 자국이라면 말도 안되게 낮은 세율, 심지어 영세율로 유혹합니다.
물론 기술적으로 합법을 주장하지만, 탈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조세회피는 점점 더
복잡한 과정을 유도하고 있는데 ... 이러한 과정(방법)들은 조세피난처 국가들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신상품" 개발과정과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누군가(다른 조세피난처) 좀 더 새롭고 획기적인 조세피난
방법을 생각해 냈다면 ... 이는 다른 조세피난처로 확산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
이곳은 그야말로 하나의 "시장(Market)"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 조세피난처 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자! ~ 그럼 이제 정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세계는 현재 보호주의와 함께 감세경쟁, 혹은 영국처럼 자국 경제의 체질(금융허브화)을 바꾸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정세 상황 속에서 삼성은 과연 한국을 떠날 수
있을 것인가? ... 여기에 더해 만약 삼성이 한국을 떠났을 경우 과연 다른 국적의 외국기업이 삼성의
빈자리를 채워주려 한국에 들어오려는 시도를 할 것인가?

저는 두 상황 모두 “아니다!” 라고 생각됩니다. ~ 앞서도 언급했지만,
먼저 삼성은 한국을 떠날 이유가 없습니다. 아무리 타국의 법인세율이 낮다고 하더라도
노조 없는 경영이 가능한 국가는 선진국 중에서 한국이외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노조없는 기업경영) > (낮은 법인세율)] 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대로 김용철 변호사의 말을 빌리면 삼성은 한국의 관료사회(특히 사법부)를 장악했기 때문에 최소한
한국사회에서 만큼은 초법적 지위를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 하겠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구속된 현재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과연 이 부분을 얼마나 개선할런지 저도 궁금합니다.]

두 번째, 그럼 외국 기업들이 삼성이 만약 한국을 떠났을 때 과연 그 빈자리를 메워주려 한국으로
들어오겠느냐는 것입니다. ... 외국기업들이 과거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삼성이 한국사회에서
구축해놓은 유.무형의 다양한 인프라(정치적,법적,정책적)를 한 번에 제공받는 조건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외국기업들이 한국을 선호할 유인책이나 요소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 아일랜드와 영국 사례만 보아도 세계는 현재 해외 기업 유치에 상당히 치밀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도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통해 해외로 나간
자국의 제조업을 불러들이려고 합니다. ... 이러한 흐름속에서 외국 기업들이 한국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세계는 이미 치밀한 조세전략(조세피난처)으로 세계의 기업들을 곳곳에서 불러들이고 있으며
영국같은 국가는 아예 조세전략을 자신들의 경제체질을 바꾸는데 사용하려 합니다. 더불어 아일랜드 처럼
조세전략(법인세인하)은 자국에게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생존의 조건이 된 나라들도 많습니다.

세계의 경제상황은
자국기업의 해외 이전을 다른 기업 유치로 만족시킬 만큼 그렇게 단순하게 정의내릴수는 것이 아닙니다.
각 나라마다 법과 규제, 세율이 모두 다르고 ... 여기에 그 나라의 역사만큼 축적된 기업문화가 모두 다릅니다.
저의 생각은 여기까지 입니다.




[@ 급하게 썼는데 혹시라도 맞춤법 틀린부분이 있다면 양해바랍니다. ]

◆ 파생상품(선물.옵션)의 기본 개념에 대해서 ... 사례 위주로 [by 물파스]

[◆ 파생상품(선물.옵션)의 기본 개념에 대해서 ... 사례 위주로]



현재 국내 파생상품의 주력상품이 <선물.옵션>이므로,
그리고 이들 상품은 <코스피200 지수>를 근거로 상품이 만들어졌으므로 ...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주가지수(종합주가지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 부터 먼저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 존재하는 기업이 A, B, C 이렇게 3개의 기업만 존재하는 상황이며
2017년 1월 1일 현재 기업들의 주가는 다음과 같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 A의 주가는 200
@ B의 주가는 300
@ C의 주가는 500

그리고 한국거래소는 A,B,C 주가의 합인 1,000을
2017년 1월 1일(기준일) 기준으로 <종합주가지수 100> 으로 정한 상황입니다.
<[(200/1000)×100]+[(300/1000)×100]+[(500/1000)×100] > = 100(종합주가지수)

그런데 다음날인 1월 2일에 증시가 과열되면서 A,B,C의 주가가 다음과 같이 상승하였습니다.

@ A = 300
@ B = 450
@ C = 750

그리고 2017년 1월 2일, 이들 주가의 합은 1,500 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1,500 이라는 수치는 비교 기준일인 1월1일에 비해 50% 증가한 수치입니다.
결론적으로 1월 1일 한국 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100인 상황이었지만, 다음날인 1월 2일에는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150인 상황으로 상승한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대략 2,300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1980년 1월 4일 기준으로 100 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대략 37년의 시간동안 한국 증시의 볼륨이(시가총액 기준) 거의 23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 더불어 미국의 다우지수, 나스닥지수, S&P500 등도
모두 이러한 방식으로 산출되며, 현재 이들 지수가 각각 2만1천, 6천3백, 2,400인 상황인데,
다우지수가 처음 만들어진 게 대략 120년 전이므로 비교년 대비 미국 증시는 무려 200배 성장한 것입니다.
그래서 한 나라의 대표적인 주가지수만 보아도 그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성장해 왔는지 대충은 짐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참고: 코스피 지수는 시가총액을 근거로 구하는데, 시가총액은 주가(시가)에 발행주식수를 곱해서
구하는 것이므로 설령 주가는 제자리 수준인데 중간 중간에 기업들이 유상증자로 주식수를 늘리게 되면
코스피 지수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거래소는 이런부분을 모두 감안하여 코스피 지수를 산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종합주가지수(코스피지수) 말고도 대표성이 부여된 여러 지수가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코스피 200> 지수입니다.

코스피200 이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할 만한 종목을 200개 선정해서 지수화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종목을 선정한 것이 아닙니다.

전기, 유통, 어업, 광업, 통신, 건설, 금융, 오락서비스, 제조 등 한국을 대표한는
각 산업과 업종 대표주식을 선정하는데 시총과 유동성등도 모두 고려합니다. 그래서
코스피200 지수의 흐름만 봐도 어느정도 한국증시의 흐름을 파악할수 있게 해놨습니다.

실제로 코스피200 포함된 종목의 시가총액이 전체 시가총액의 70% 수준을 상회하므로
코스피200지수와 코스피 지수가 거의 같이 움직인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물론 편입된 종목중에
상폐나 관리. M&A등 여러 변동사항이 있다면 편입되는 200종목도 다시 수정됩니다.
간단하게 여기까지 소위 <(종합)지수>에 대해 개념을 잡으시고 ~ 좀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예를 들어, A라는 대형펀드가 있는데
그 펀드는 코스피200 종목에 포함된 대형우량주 중심으로 펀드를 설정을 했습니다.
이것은 현물(주식)을 매수한 상태라는 것이죠 ... 이후 그 펀드는 시장의 전체 움직임, 즉
종합지수(혹은 코스피 200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일 겁니다. ... 따라서 시장이 상승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하락에는 손절 이외에는 별다른 대처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A펀드 매니저는 시장하락에 대한
대처방법으로 코스피200 선물을 펀드규모에 맞춰 (선물)매도계약을 합니다. 그러면 이후에 시장이 하락할 때
매수한 종목에서는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보겠지만, 대신 선물(매도)계약에서 이익이 발생해
현물손실분을 상쇄시킬수 있습니다 ... 소위 <헤징(hedging)>을 한 것입니다. ~ 참고로 헤지거래는
돈을 벌기위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투자(거래)라는 것이 이론대로 흘러간다면 참 편할텐데 현실을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무슨말인가 하면 ... A펀드가 매수한 종목들이 어느날 떨어지는데도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상승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될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현물(주식)에서도 손해를 보고,
선물거래에서도 손해를 보게됩니다. ... 헤지거래(hedge trading) 자체가 무색해 지는거죠!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요? ... A펀드에 편입된 종목들이 비록 코스피200 종목에도 포함된
대형 우량주라 하더라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면 코스피200 지수의 움직임과
A펀드의 움직임이 동일하게 움직이지 않을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헤지는 불가능 할까요?
아닙니다! ~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가장 완벽한 헤지방법은 코스피200에 포함된 200개 종목을
모두 매수하면 됩니다. 하지만 (개인들은 물론이고)규모가 큰 기관들도 거의 불가능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할때는 자신들의 포지션이 코스피200 지수의 움직임과
비슷하게 움직일수 있도록 종목바스켓 설정을 수시로 조정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200종목
모두를 바스켓에 넣고 운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기 때문에(사이즈가 너무 커서)
언제든지 코스피200 지수의 움직임과는 다른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것을 흔히 '추적오차', 즉
<트레킹에러(tracking error)>라고 부르는데 ... 그래서 기관투자가들은 수시로 추적오차를 수정해가며
<프로그램매매> 같은 컴퓨터를 활용한 (자동)시스템 매매를 활용해 무위험 차익거래기회를 노리기도 합니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봅니다.

예를들어 ... A펀드의 구성종목(바스켓)은 가,나,다,라,마 ... 이렇게 5개종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3개월뒤 일부 투자자의 펀드만기가 다가와 구성종목 중 '마'주식을 팔아서 고객(투자자)에게 투자금을
상환해야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 그래서 3개월뒤 '마'주식이 상환되면 그 자리를 삼성전자 주식으로
다시 채워넣어 예전 A펀드 규모수준을 다시 맞추려고 운용계획을 모두 세워놓은(마무리지은) 상황입니다 ... 그리고
그 운용계획에 삼성전자 예상 매입단가는 주당 230만원으로 계획(고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A펀드 매니저는 3개월뒤 삼성전자 주가가 어떻게 변하든지 상관없이 무조건
230만원에 고정시켜 놓으면(3개월뒤 230만원에 살수만 있다면) 펀드운용 계획에 큰 차질이
없다는걸 잘 알고있습니다 ... 그래서 오늘(지금 당장) 삼성전자 주식선물을 매수합니다.
쉽게말해 3개월뒤 삼성전자를 230만원에 매수하는 계약, 즉 <주식선물>을 매수하는 것입니다.

◆ 3개월뒤 삼성전자 주가 250만원이 되었을 때
(1) 선물계약으로 주당 20만원 이익 발생(250-230)
(2) 현물시장에서 현물 주식을 주당 250만원에 매수
(3) 결과 = 삼성전자 주식(현물)을 250만원에 매수했지만,
선물에서 20만원 이익이 발생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230만원에 매수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함.

◆ 3개월뒤 삼성전자 주가 200만원이 되었을 때
(1) 선물계약으로 주당 30만원 손해 발생(230-200)
(2) 현물시장에서 현물 주식을 주당 200만원에 매수
(3) 결과 = 삼성전자 주식(현물)을 200만원에 매수했지만,
선물에서 (-)30만원 손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230만원에 매수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함.

결론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선물(230만원) 매수계약으로 A펀드는 자신들의 삼성전자 목표매입단가를
230만원에 고정시킬수 있었습니다 ... 이렇듯 (롱)헤지는 자신의 포지션을 고정시켜 위험을 회피할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그런데 만약 여기서 A펀드 매니저는 최근 삼성전자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다고 생각해서
'마'주식 자리에 삼성전자 대신에 펀드규모에 맞춰 "코스피200 지수선물" 계약을 할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금액에 맞춰서 펀드를 운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비록 대표 우량주라 하더라도
전체 증시측면에서 보면 하나의 종목에 불과하기 때문에 좀더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운용을 원한다면 삼성전자라는
한 개의 종목 보다는 대표성이 더 큰 "지수 선물"을 활용하는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수도 있습니다. ... 물론
거래 비용 등을 모두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말입니다.(유불리 선택)

이번에는 조금 다른 사례인데

A펀드 매니저는 현재 세계적인 스마트폰 시장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경쟁이 과열되는것 같아
삼성전자 주가도 조만간 떨어질거라(하락) 판단하여, 주식을 빌려서 팔았습니다. 소위 <공매도>를 한 것입니다.

공매도 당시가격은 230만원 이었는데 ... 나중에 (스마트폰)시장이 안정이 되고
삼성전자 주가도 상승하여 250만원이 된 상황이라면, 또 공매도 상환기간도 가까워졌다면
결국 A펀드는 삼성전자 주식을 250만원에 사서 갚아야 합니다. 주당 20만원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예상대로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해 만약 200만원이 되었다면 ... A펀드는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주당 200만원에 사서 공매도 물량을 갚아 버리면 주당 30만원의 이익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미래 가격상승 위험에 대비해
A펀드 매니저는 230만원에 공매도를 함과 동시에 상환기일[ex) 3개월]에 맞춰
삼성전자 주식선물을 매수(@ 3개월뒤 삼성전자 주식을 230만원에 매수하는 계약)합니다 ... 그리고
3개월뒤 만기가 다가오면 선물계약대로 230만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공매도 물량을 갚아버리면 됩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250만원, 300만원 등 아무리 급등한다고 해도 A펀드는 아무런 위험도 부담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 한마디로 헤지가 되는 것입니다.

더불어 파생(선물) 거래에서는 소위 개시,유지 증거금이라는 거래의 안전성을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할
규칙이 있습니다. ... 한마디로 계약당사자가 만기에 계약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입니다.
이 부분도 예를들어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만기 3개월짜리 "지수선물"
롱포300(선물매수300, 1계약)인 상황에서 3개월동안 변동이 딱 2번 있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1개월째) 지수 200으로 폭락 =>
(300-200) × 50만원 × 1계약 = (-)5천만원 [본인 계죄에서 빠져나감]

(2개월째) 지수 350으로 상승 =>
(200-350) × 50만원 × 1계약 = (+)7천5백만원 [본인 계좌로 입금됨]

(만기일) 지수 400으로 상승 =>
(350-400) × 50만원 × 1계약 = (+)2천5백만원 [본인 계죄로 입금됨]

중간에 지수변동으로 돈이 계좌에서 들고나가고 했지만, 결과를 보시면 총 이익은 5천만원이 됩니다.
그리고 만약 중간에 지수 변동에 상관없이 오직 만기결과에만 정산을 한다고 하면,
(400-300) × 50만원 × 1계약 = 5천만원 이익발생으로 마찬가지 결과로 이어집니다 ... 따라서
중간에 일일정산 과정은 만기까지 기다리고 정산하는거와 차이가 없으며 오직 계약 이행에 관한
경우를 대비한 것입니다.

=======

다음은 옵션(Option)에 관한 내용인데 ... 사실 옵션은 선물보다 개념이해가 좀 더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전에 이슈인에서 한 번 언급했던 내용인데 ... 사례를 아주아주 단순화 시켜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옵션(Option)은 우리가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팔듯이 ~ 마찬가지로 사고파는 하나의 거래입니다.
즉 옵션 거래에는 매도자(파는쪽)와 매수자(사는쪽)가 존재하는데, 다만 사고파는 대상이
실체가 없는 <권리> 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상품거래와는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또한 거래 대상인 <권리>에도 <살수있는권리(콜옵션)>와 <팔수있는권리(풋옵션)>로 나눠지게 됩니다.
예를들어 보겠습니다.

◆ 수박 재배농민 박수철씨에게 어느날 도매업자 장동건씨가 찾아옵니다.
현재 수박 한통에 시장가격이 1만원 정도인데, 앞으로 3개월정도 뒤에 1천통 정도의
대량수확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때가 되면 한통에 8천원 수준에서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장동건씨가 3개월뒤 수확 예정인 1천통 모두를 구매해 준다는 약속을 한다면
그때가서 한통에 7천원에 판매할수도 있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러나 장동건씨는 망설이며 즉답을 하지 못하고
잠시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박수철씨는, 다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합니다.

"3개월 뒤에 1천통 모두 구매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 또한 3개월뒤 수박 가격이 급등 하더라도
오늘 제시한 가격인 7천원에 무조건 판매 하겠습니다! ... 쉽게말해 수박가격의 급등,급락에 관계없이
저는 3개월뒤 무조건 7천원에 판매할 것이고, 장동건씨는 3개월뒤 수박의 시장가격이 본인에게 유리하면 구매하시고,
만약 불리하다면 구매를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 다만 제가 장동건씨에게
이러한 <권리(3개월뒤 수박을 살수도 있고, 사지 않을수도 있는 조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댓가를 주셔야 합니다.

즉! 이러한 내용에 동의 하신다면 계약금과 비슷한 의미로 35만원[700만원(1천통×7천원)의 5%]을
저에게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더불어 저는 3개월 동안은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수박판매 계약을 하지 않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장동건씨는 3개월뒤 수박을 구매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만약 구매하더라도
무조건 7천원에 구매할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동건씨가 이러한 <선택권리>를 갖는 댓가로
저에게 35만원을 지불해 달라는 것입니다"

박수철씨의 제안에 장동건씨는 잠시 생각을 했지만, 계약 조건이 괜찮은것 같아
이내 35만원을 지불하고 계약을 하였습니다. 이로서 (콜)옵션 계약이 성사 되었습니다.
위 사례에서 박수철씨는 콜옵션 매도자가 되는 것이고, 장동건씨는 콜옵션 매수자가 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35만원을 주고 받으면서 거래한 것은 <수박> 자체를 거래한 것이 아니라
3개월뒤(만기시점)에 수박 한통을 7천원(행사가격)에 살수있는 <권리>를 35만원(옵션가격)에
사고팔았다는 것입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수박>을 거래한 것이 아닙니다!

(1) 거래 - 콜옵션[Call Option]
(2) (매도자: 박수철), (매수자: 장동건)
(3) 만기 - 3개월
(4) 기초자산가격 - 수박가격(현재 1만원)
(5) 행사가격 - 7찬원
(6) 계약수량 - 1천계약(1천통)
(7) 콜옵션 가격(프리미엄) - 35만원

위의 박수철씨와 장동건씨의 콜옵션 거래에서, 만약 3달뒤 수박의 시장가격이 한통에 8천원이 되었다면
장동건씨는 시장에서 8천원에 사야했던걸 콜옵션계약 덕분에 7천원에 구매할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수박 1천통 구매에 따른 이익은 1백만원(1천통×1천원) 입니다. 하지만 최초 옵션계약 당시
지불한 35만원을 차감한다면 장동건씨의 실제 총이익은 65만원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만약 3달뒤 수박가격이 6천원이 되었다면, 장동씨는 박수철씨의 수박 구매를 포기하고
시장에서 6천원에 구매하면 그만입니다. 다만 이럴 경우 장동건씨는 최초 옵션계약시 지불한 35만원
만큼의 손해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 이번엔 상황을 반대로 가정하고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장동건씨는 박수철씨와의 콜옵션 계약에 대해서, 나름대로 적은 비용(35만원)으로 만족할 만한
계약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콜옵션 계약은 3개월뒤 수박가격이 최소한 7,350원 이상으로
상승해야만 이익을 볼수가 있는 구조였습니다.[735만원(7,350원×1천통)-35만원 = 700만원]
그래서 장동건씨는 박수철씨에게, 혹시 수박가격이 하락할 때 이익을 볼수있는 옵션계약은 없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그러자 박수철씨는 물론 가격하락시 이익을 볼수 있는 (풋)옵션도 존재 한다며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합니다.

"콜옵션과 마찬가지로 3개월뒤 수박 1천통 거래에 대해 한통당 가격을 7천원으로 정하고
다만 콜옵션과는 달리 3개월뒤 수박가격이 어떻게 변하든지에 상관없이 장동건씨가
저에게(박수철) 수박한통을 7천원에 팔수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 다시말해
3개월뒤 수박의 시장가격이 6천원이 되었다면, 장동건씨는 시장에서 수박한통을 6천원에 구매해서
저에게 7천원에 판매한다면 저는 무조건 구매하겠다는 것입니다! ~ 즉 3개월뒤의 수박가격이 하락해도
하락한 가격(6천원)이 아닌, 최초 계약한 7천원(행사가격)에 저에게 팔수있는 권리를 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이때에도 콜옵션과 마찬가지로 저에게 수박을 판매하지 않을수도 있고, 판매할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선택권리에 대한 댓가 35만원은 주셔야 합니다!"

(1) 거래 - 풋옵션[Put Option]
(2) (매도자: 박수철), (매수자: 장동건)
(3) 만기 - 3개월
(4) 기초자산가격 - 수박가격(현재 1만원)
(5) 행사가격 - 7찬원
(6) 계약수량 - 1천계약(1천통)
(7) 풋옵션 가격(프리미엄) - 35만원

지금까지 박수철.장동건의 위 사례는, 옵션에 대한 내용을 최대한 단순화 시켜본 것입니다.
전공자분들이나 고수분들이 보시면 지루할수도 있겠지만... 이쪽 분야를 처음 접하시거나 이해가 부족했던 분들을
위한 것이니 그냥 편하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이왕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이번엔 선물환(외환선물거래)에 대해서도 기본적 부분을
얘기해보려 합니다. ... 마찬가지로 사례(@ 질문과 답글 형식)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질문>
앞으로 3개월 후 만기가 되는 선물환율이 달러당 1,100원인데 , 그때의
현물환율이 1,110원이 될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거래자는 어떤 거래를
하겠는가? ~ 또, 그의 기대치가 1090원 이라면 어떤 거래를 하겠는가?

<답글>
◆ 2017년 1월 1일, 현재(오늘) 환율[1달러($)=1,000원] 가정

삼성전자는 1월 1일에, 미국에 스마트폰을 100만 달러($)어치 수출을 했습니다.
다만 수출대금은 3개월 후인 3월 31일에 달러($)로 받기로 한 상황입니다.
만약 수출과 동시에 대금을 받았다면, 현재(1월1일) 환율이 [1달러=1,000원]이므로
삼성전자는 원화로 10억(100만$)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돈(달러,$)은 3개월 후에 받기로 한 상황이기 때문에, 만약 3개월동안 환율이 변동한다면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이며, 당연히 이익을 볼 수도 있습니다 ... 이렇게 일정기간동안
손실이나 이익을 볼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을 흔히 ‘리스크(Risk)' 또는 '위험’ 이라 하는데 ... 여기서는
바로 환위험(환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 [@ 참고로 금융에서 ‘리스크(Risk)’, 즉! 위험은
손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확실성’ 혹은 ‘변동성’을 의미하는데, 쉽게말해 목표했던 예상치에서 벗어나는
정도라고 할수 있습니다. 100을 예상(목표) 했는데, (120 or 80) 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Risk ≠ Danger) ... Danger는 나쁜 상황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아무튼 삼성전자는 3개월동안 환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본문내용을 보면 3개월 선물환율이 [1달러 = 1,100원]인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1월1일 현재, 시장의 대부분의 거래주체들은

"음! ~ 3개월 후인 3월 31일 되면 환율이 달러당 1,100원이 되겠구나!" ... 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이게 바로 '3개월만기 선물환율'의 의미입니다.

따라서 현물환율이 현재(1월1일 오늘) 1,000원(달러당) 이므로 ... 시장의 거래주체들은
미래(3개월후) 환율이 상승(달러가치 상승)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좀 더 자세한 계산을 한번 해 보겠습니다.

< 1월 1일 = 선물환(1$=1,100원) 매도계약(100만 달러) 합니다. >

(1) 3월31일 - (현물)환율이 [1달러($)=1,110원]이 되었을 경우
즉, 3월31일 시장에서 환율이 1$=1,110원으로 마감되었다!

미국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아 (3개월 전)선물환매도 계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100만 달러를 1,100원에 매도합니다.(원화 11억원) ..... 그런데 삼성전자가 만약
선물환 매도 계약을 하지 않았다면, 3월 31일 환율이(현물환) 1,110원 되었으므로
미국으로부터 받은 수출대금 100만 달러를 그냥 시장에서 팔면 원화로 11억 1천만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되므로, 선물환매도를 하지 않았다면 1천만원 더 확보할 수 있었던 기회가 사라진 것입니다.
결국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

(2) 3월31일 - (현물)환율이 [1달러($)=1,090원]이 되었을 경우
즉, 3월31일 시장에서 환율이 1$=1,090원으로 마감되었다!

미국으로부터 받은 100만 달러를, 그냥 시장에서 1,090원(달러당)에 팔았다면
원화로 10억 9천만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3개월 전에 이미 달러를 1,100원에 팔기로
선물환매도 계약을 했기 때문에 11억원을 확보하게 되므로, 선물환매도 계약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1천만원 이익을 얻을 수 있게됩니다.

(3) 결론적으로 삼성전자가 3개월후, 즉 3월 31일에 (현물)환율이 1,110원이 되리라 기대한다면
선물환 매도계약을 하면 안되겠죠 ! ... 그냥 3개월 뒤에(3월 31일) 미국에서 100만달러 받아서
시장에서 현물환율로 바로 팔면 11억 1천만원을 확보하게 됩니다. 하지만 3월 31일 환율이 1,090원이 되리라 기대한다면
선물환 매도계약(1$=1,100원)을 하는게 유리합니다.


@ 자! ~ 이제 선물환의 기본적인 개념정리는 되셨을거라 생각하고, 질문의 내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월1일 현재, 3개월 선물환율이 1,100원 이라고 합니다.
("음! ~ 3개월 후인 3월 31일 되면 환율이 달러당 1,100원이 되겠구나!" ... 다시말해
시장 거래주체들의 보편적 생각이 수치로 객관화된 것이 바로 지금(1월1일) 시점에서의 선물환율인 것입니다. )

여기서 만약 3개월 후인, 3월 31일의 환율에 대해
A라는 사람은 1,110원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으며
B라는 사람은 1,090원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면 ... A와 B가 각각 취해야할 포지션은 ?

A: 선물환 매수 => 한마디로 3개월 뒤(3월31일) 달러를 1,100원에 사겠다는 계약을 하는겁니다.
그래서 A 예상대로 3월31일에 환율이 [1$=1,110원]이 되었다면, A는 선물환매수 계약에 의해
자신과 거래한 상대방으로부터 달러를 1,100원에 사서 바로 시장에 내다팔면 1,110원을 얻게됩니다.
즉, 10원의 이익이 발생하게 되는것이죠 ...

B: 선물환 매도 => 한마디로 3개월 뒤(3월31일) 달러를 1,100원에 팔겠다는 계약을 하는겁니다.
그래서 B의 예상대로 3월31일 환율이 [1$=1,090원]이 되었다면, B는 선물환매도 계약에 의해
바로 시장에서 달러를 1,090원에 사서 자신과 거래한 상대방에게 달러를 1,100원에 팔면
10원의 이익이 발생하게 됩니다.

처음 파생 개념을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어려운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거래들이 왜 생겨났는지
이해하려해도 도무지 감을 잡을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 그래서 위 답변중에 A는 수입업체, B는 수출업체라
생각하시면 좀 더 이해하기 편하실 겁니다 ...

다시말해 ...
"선물환 매수" 계약을 했다는 것은 어찌됐든 미래(3개월 뒤)에 달러가 필요하다는 뜻(수입대금)이며,
"선물환 매도" 계약을 했다는 것은 어찌됐든 미래(3개월 뒤)에 달러가 수중에 들어온다는 뜻(수출대금)입니다.

이왕 이야기를 꺼낸김에 스왑(Swap)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얘기가 너무 길어지니 스왑은 다음에 기회가 있을때 재밌기 해보겠습니다.




[@ 더위는 가셨는데 내일부터는 일교차가 심하다고 합니다.
이슈인 분들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부동산과 경제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