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민주주의 ... 그리고 질서자유주의와 사회적 시장경제]
[@ 오래전 <독일의 사상적 기반 - 질서자유주의와 사회적 시장경제> 라는 주제로
장문의 글을 올렸었는데 ... 핵심적 내용만 정리해 다시 올려봅니다. ~ 포털에서
이 기사 내용을 보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시장경제'를 마치 공산주의 경제체제로
오해를 하시더군요. 심지어 어떤 댓글에서는 아이들에게 "빨갱이 경제"를 가르친다는
황당한 주장도 보였습니다. ... 무식(無識)과 무지(無知)는 언뜻 비슷한 의미로 생각되지만,
둘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무식은 지식과 정보의 빈곤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는
정보 과잉의 사회입니다. 따라서 무식은 언제든지 극복될 수 있습니다. ... 그러나
무지는 "알고 싶지 않다" ... 라는 마음이 지속되는 상태입니다. 부족한 저의 글이 사람들의 무지를
깨우쳐 줄 정도의 깊이는 안되더라도 최소한 올바른 정보는 전달해주리라 생각되어 글을 올려봅니다. ]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갈등이 더 깊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한마디로 양극화의 심화였죠 ... 더불어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결국에 세계는 매우 적은 수의
부자들과 나머지 대부분이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로 나눠지게 될 것입니다.
노동이 가치창출의 원천이라든가 불변자본과 가변자본, 자본의 유기적 구성 같은
마르크스 자본론의 핵심적 이야기를 여기서 모두 얘기하는건 어렵겠지만 ... 아무튼 중요한건
마르크스는 부자들이 대부분의 사람들을 착취하면서 자신들의 부를 쌓아간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마르크스는 이러한 불평등한 세상을 좀 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로 만들려면
모든 노동자(프롤레타리아)들이 연대하여 소수의 부자들을 폭력으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른바 <폭력 혁명론> 입니다. 그래서 사회주의자들은 폭력혁명을 통해서만 자본주의 사회가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로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점은
마르크스가 살았던 시대는 민주주의, 특히 <의회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았던 시대였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기득권 권력(왕정, 군주제 등)을 타파하고 진정한 민주 혁명을 완수하려면
당시 상황에서는 <힘에 의한 체제전복>, 즉 폭력혁명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마르크스의 <폭력혁명>은 어찌보면 시적대 당위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 다시말해
마르크스가 거친 폭력론자였다는 부분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했을때 일정부분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 아무튼 이러한 시대적 흐름속에서 훗날 <베른슈타인(Bernstein| Eduard)>
이라는 독일의 사회주의자가 나타납니다.
19세기말 독일의 노동자들의 삶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습니다.
모든 시민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고, 초등학교 의무교육 실시와 하루 8시간 노동제 등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삶이 개선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 그리고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을 대변해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갔으며, 또한 선거를 통해 의회에 입성한
노동자 정당과 대표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베른슈타인(Bernstein| Eduard)은 생각합니다.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의 힘이 강해지려면 폭력혁명으로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했는데
노동자가 의회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것도 폭력혁명 못지않게 매우 긍정적 결과를 도출하고
있는 것 같다! ... ... 음 ~ 그렇다면 굳이 폭력을 써가면서까지 사회주의를 할 필요는 없잖아!
그래! ~ 의회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사회주의를 건설할 수 있어!"
이렇게 해서 세상에 나온 것이
바로 오늘날 유럽 선진국들의 소위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 인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사회주의자들은 베른슈타인의 주장을 개무시 하면서 비난을 합니다.
"이단자새끼!, 수정주의 새끼!, 개량주의! ~~~ "
그리고 이후 1917년 유럽의 사민주의자들을 비판하며 많은 실망을 했던 러시아의 어느 급진적
사회주의자는 혁명을 하면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사민주의 새끼들은 타락한 자본주의와 타협했다! ~ 그들은 오염됐다!"
그가 바로 레닌(Lenin) 입니다. ... 그리고 레닌은 자신들의 혁명이념을 <공산주의>라 명명 합니다.
이렇게 해서 마르크스의 사회주의는 서유럽의 중심의 <사민주의>와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로
갈라서게 됩니다.
이렇게 탄생한 사회민주주의는 유럽에서 사민주의 이념을 받아들인 정당을 탄생시켰고 ... 이후
사민주의 이념의 정당들은,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소위 <사회적 시장경제> 라는 그들만의
독특한 경제체제를 만들어 갑니다.
오늘날 독일경제를 지탱해온 그들만의 경제체제인 <사회적시장경제(Social market economy)>는
사실 발터 오이켄의 <질서자유주의> 라는 아주 튼튼한 사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질서자유주의>라는 사상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도로위의 차선(중앙선)이나 횡단보도는 단순한 페인트칠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선을 벗어나거나 넘어서면 안 된다는 사회구성원간의 암묵적 약속이며,
체계를 갖춘 하나의 '틀'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이러한 '틀'은 빨간 신호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빨간 신호등은 단순히 붉은색 전구에 불이 켜진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 다시말해, 움직이지 말고
정지해 있으라는 구성원간의 약속인 것입니다. 하지만,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하고 가만히(정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미묘하지만)자유를 억압받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다만 정지신호를 받은 사람의 자유가
잠시 제약 받고 있을 때, 도로위의 다른 차들은 (푸른 신호등 아래서)간섭 없이 달리면서 자신들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습니다 ... 즉, 도로 위에서 각각의 주체들은 서로간의 약속의 범주 속에
자신들의 자유 중 일부를 반납함으로써 대체적으로 반납된 자유보다 더 큰 자유를 누리며 운전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자유를 미묘하게 제한 받고는 있지만, 차선이나 신호등 같은 규격화되고 체계화된
틀(질서)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는 거의 다 누리면서 운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로 위의 모든 주체들에게는 이처럼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마음껏 달리고 싶은 자유와 욕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차선과 신호등 같은 하나의 <틀(질서)>이 부여됨으로써 사회는 소위 <"교통체계"> 라는
질서(틀)가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 만약 이러한 질서(틀)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도로 위는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될 것입니다. ... 결국 질서라는 말속에는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암묵적 약속이
내포되어 있으며 이것은 하나의 체계적 "틀"로서 작용하는 것입니다.
[@ 법(法)은 질서가 극대화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결론적으로 오이켄이 주장한 질서자유주의 핵심은
국가는 민간의 사적권력, 즉! ~ 독점을 제한하고, 시장에 질서를 부여해(경쟁질서) 최고수준의 자유경쟁을
보장하는 것이며, 경제주체들(기업, 국민)의 시장과정(자유로운 경제활동)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이러한 부분들이 자유.방임적 조건하에서 스스로(내생적) 만들어지기만을 바라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실현되도록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한마디로 "자유경쟁"을 최대한 보장하되
그러한 경쟁적 과정에서 발생할수 있는 불합리(ex. 독과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조정하라는 것이죠!
한마디로 오이켄은 (민간)독점 권력같은 불합리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을 정책 및 법과 같은 정부측의 잘못도 있지만,
설사 정부개입이 없었다 하더라도 경쟁이 자유로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독점 권력의 생성은 필연적이며,
또 자연스럽게 발생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이켄은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즉, 시장경제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는 정부가 <최소한의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 @ 최소한입니다! ~ 오이켄은 케인즈의 개입주의도 비판했던 사람입니다.
정부가 하나, 둘 간섭하다보면 결국 또 다른 나치(중앙관리경제)가 등장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오이켄은 정부가 최소한의 질서(개입)를 부여하는 것은 이러한 "자유경쟁"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했던 것입니다.]
종합해보면 오이켄의 이러한 사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서독)에서
"사회적시장경제(Social market economy)" 라는 새로운 경제질서가 만들어지는 견고한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전부터 한국사회에서 선거 시즌만 되면 각 정당들이 내세우는 최대 화두인
소위 "경제민주화"는 바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을 상당부분 차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참고: 독일의 맥주 제조는 그들의 식품법 중에서 가장 오래된 순도법(Reinheitsgebot: Purity Law)을 따릅니다.
이 법은 맥주를 제조할때 물과 보리 그리고 호프 이외에 다른 첨가물을 절대 넣으면 안된다는 조항입니다.
1516년에 만들어진 이 법은 독일 전지역으로 확대되어 적용되고 있었는데, 1990년대에 와서 조금은 완화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독일의 수많은 맥주 장인들은 이 법(순도법)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맥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결론적으로 오늘날 독일의 맥주는 "물, 보리, 호프" ... 라는 "질서(틀)" 안에서
수많은 장인들이 각자가 생각해낸 노하우로 자유롭게 경쟁한 산물(결과)인 것입니다. ... 독일사회를 차분히
살펴보다보면, 많은 부분에서 "질서자유주의" 라는 그들만의 사상적 기반을 발견할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제 <사회적 시장경제>의 핵심을 살펴보면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서독에서 경제학자 뮐러-아르막에 의해 성립된 체제입니다.
고전적 자유.방임의 단점과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폐단을 모두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나타났는데
앞서 살펴본 오이켄의 질서자유주의를 바탕으로 1949년 5월 서독 헌법에 해당하는 "연방기본법"이 통과되면서
법적 기반을 마련하게 됩니다.
연방기본법에는 가격안정과 완전고용의 유지, 국제수지 균형달성 등의 <경제적 목표>와 함께
사화적 균형, 사회적 안정, 사회적 진보 등의 <사회적 목표>가 규정되었습니다. ... ... 그래서
경제적 목표와 사회적 목표를 함께 추구한다고 "사회적 시장경제" 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먼저 <"국가가 해야 할 일">과 <"국가가 해서는 안될 일">을
아주 엄격하고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오이켄의 질서자유주의의
질서정책과 규제원칙의 범주에서 찾을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경제체제 하에서의 "사회적 조정" 기능입니다.
다시 말해, 사적 의사결정과 사회적 목적이 충돌할 때 정부가 나서서 조정을 한다는 점입니다.
(1). 고용기회 보장 및 피고용자 권익보장
(2). 소득분배 개선
(3). 산업체 의사결정의 민주화 등과 관련된 분야에서 주로 사회적 조정이 이루어지는데 ...
고용기회와 피고용자 권익보장은 대부분의 시장경제 국가에서 이미 실천되고 있는 부분이라 특별할게
없지만, 중요한건 (2)와 (3)의 내용에 의해 독일이 <사회적 시장경제>라 명명되고 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소득분배 개선은 모든 국민에게 재산 소유와 그에 따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국가의 책임으로 생각하고
국가(정부)가 국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재산을 형성할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 예를들면
저소득층의 주택구입을 위한 정부의 이자지원과 임대주택 사업재원의 정부 부담, 기업이윤 중 일부를
투자기금의 형태로 근로자가 소유하여 기업의 생산자본에 투입하게 함으로써 근로자가 기업에 대해
<공동 소유권>을 가질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러한 부분에서 정부가 나서서 조정자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특징은 <노사의 공동의사결정> 입니다.
2천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근로자 대표와 경영진이 회사경영에 공동으로 참여하여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때문에 독일의 노조는 투쟁 보다는 협력과 소통이 우선시 됩니다. 한마디로
산업민주주의를 실천하자는 것입니다.
정리해보면,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 "자유로운 경쟁" >을 국민경제 발전의 근간으로 봅니다.
하지만 경쟁에서 탈락한 국민(경제적 약자)은 국가가 사회적 조정을 과정을 거쳐(국가 개입)
기본적인 생활을 할수 있도록 도움을 줌으로써 사회적 갈등과 긴장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독일의 이러한 사회적 시장경제가 오늘날 독일의 발전의 원동력이라 얘기합니다.
민주주의(정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헌법"이 필요하듯이
시장경제가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만의 헌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질서자유주의자들의 생각이었고 ... 그것이 이후에 오늘날 독일을 성공으로 이끈 독일만의 경제체제인
"사회적 시장경제"로 이어진 것입니다. ... 다시한 번 강조하지만 <사회적 시장경제>는
"자유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합니다. ~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수 있는 불합리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개입) 조정하여 ... <패자(탈락자)의 양산을 막는 사회!>를 추구하자는 것입니다.
[@ 얼마전 중국과 한국의 통화스왑이 연장되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글을 퇴근후 조금씩 정리하고 있는데, 내용 자체가 파생금융이다보니
어렵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쉽게 풀어가는데 애를 많이 먹고 있습니다. 그나마 조금씩 정성을
쏟다보니 조만간 마무리 될 것 같은데 ... 문제는 또 분량이 꽤 많다는 점입니다. ;;
단순히 스왑의 개념만 정리한것이 아니라 ~ 실무적인 금융메커니즘 부분도 연결해서 함께
다루다보니 분량이 많아졌습니다. ... 어차피 '물파스'는 긴 글 올리는 사람임을 많은 분들이 아시고
또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하고 분량이 많더라도 한번 올려볼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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