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9일 화요일
◆ 또 하나의 냉전, 한.미.일 관계와 그 이상의 경계에서 - (1) 경제편 [by. 물파스]
(@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뜻하는 '지소미아(GSOMIA)' 종료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 한국과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치밀한 수싸움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과 미국은 각각 총선과 대선이라는 본격적인 선거모드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 북미간 비핵화 협상 또한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미국이 왜 그렇게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우려하는지,
미국이 왜 그렇게 황당한 수치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지 ... 이에 대한 근본적 이유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분량이 너무 많아 이야기는 5편으로 나눠서 게시물이 새로 업데이트
될 때마다 한 편씩 올려볼 생각입니다. ~ 사실 이번 시리즈 글은 '국제정치(특히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관한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 그러나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1)편은 경제와 관련된
내용으로 짧게 이야기해볼 것이며, 나머지 4편은 모두 국제정치(미국 동아시아 전략) 이야기로
채워질 것입니다. ~ 아래는 도움받은 자료와 각 편마다 들어있는 중점내용을 소개한 것입니다.)
<@ 도움 받은 자료들 >
(국제분쟁의 이해/ 조지프 나이/ 한울 출판)
(거대한 체스판/ Z.브레진스키/ 삼인 출판)
(포스트콜로니얼/ 고모리 요이치/ 삼인 출판)
(일본 전후 정치사/ 이시카와 마스미/ 후마니타스 출판)
(결정의 본질/ 그레이엄 앨리슨, 필립 젤리코/ 모던아카이브 출판)
(인간.국가.전쟁/ 케네스 왈츠/ 아카넷 출판)
(냉전의 역사/ 존 루이스 개디스/ 에코리브르 출판)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 이용인, 테일러 워시번/ 창비)
(전환시대의 논리/ 리영희/ 창비)
~ 그 외 한국은행, KDI, 국회 등
(1) 경제편 - 일본의 경쟁력과 위기
(2) 국제정치 - 패전국 일본에 대한 GHQ 점령초기 상황
(3) 국제정치 - GHQ 점령기의 일본 신헌법 제정과정
(4) 국제정치 - GHQ 점령기 일본 자민당 탄생 과정과 미.일 안보조약
(5) 국제정치 - 미국의 세계대전략(Grand Strategy)의 변화 과정과 동맹(alliance)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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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냉전, 한.미.일 관계와 그 이상의 경계에서 - (1) 경제편 ]
아리스토텔레스는 보통 이상의 인간을 모방하느냐, 보통 이하의 인간을 모방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서술하느냐(서사시) 실제로 연기하느냐에 따라서 시(詩)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비극은 보통 이상의 인간을, 희극은 보통 이하의 인간을 모방한다) ... 저는 개인적으로 오늘날의
국제정치를 아리스토텔레스 식으로 정의된 시에 대입해 본다면 현존하는 국제정치의 대부분이
<‘비극’적 속성>을 내포한다고 생각됩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의 정의를 살펴보면 좀 더
쉽게 이해됩니다.
“비극은 진지하고 일정한 크기를 가진 완결된 행동을 모방하며,
듣기 좋게 맛을 낸 언어를 사용하되 이를 작품의 각 부분에 종류별로
따로 삽입한다. 비극은 드라마 형식을 취하고 서술형식을 취하지 않는데,
연민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으로 바로 이러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실현한다.“ -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비극 속에는 <플롯, 성격, 조사, 사상, 볼거리, 노래> 같은 여섯 개의
구성요소들이 들어있는데 ... 이러한 구성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상대(敵)의 속셈과 상황이
어떤 경로로 흐를지에 대해 나름의 예측도 가능하지만, 변수들의 모순적 작용으로 인하여 인물들의
운명이 뒤바뀌는 예측불가의 급반전도 연출된다고 합니다.
국제정치에서 예측불가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전쟁(War)>이라는 비극입니다. ... 그래서
저는 국제정치 또한 여러 구성요소들 ~ 이를테면 정치체제, 민족, 역사(과거사), 경제, 안보, 영토,
문화 등과 같은 국가를 형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의 구성요소들처럼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국가 간의 대립, 견제, 균형, 협력, 배반 등을 유발하는 그야말로 치열한
<보통 이상의 국가들 놀음>이라고 정의하려 합니다. ... 더불어 이러한 국제정치의 ‘비극적 속성’
내지는 ‘비극적 한계’의 틀 안에서 국제정치, 특히 한일 관계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대한 생각을
여러 자료를 통해 조심스럽게 풀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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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년 지금의 독일 지역에서는 종교 개혁을 둘러싸고 신교(프로테스탄트)와 구교(가톨릭) 간에
<삼십년전쟁(Thirty Years' War. 1618~1648)>이라고 불리는 세력다툼이 벌어졌습니다. ... 그런데
가톨릭 국가였던 프랑스는 프로테스탄트 세력을 지원합니다. 이는 당시 수상이자 추기경이었던
<리슐리외(Richelieu)>의 주장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프랑스의 수많은 가톨릭 세력들로부터
종교적 신념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강한 반발을 사게 됩니다. 이때 리슐리외는 ‘국가이성’을 설파하며
가톨릭 세력인 스페인-오스트리아 제국의 확장을 저지합니다.
<“국가의 행동은 개인의 이성이 아닌,
‘국가이성(Reason of State)’에 따라 이루어진다!” - 리슐리외>
소위 <레종 데타(raison d’État)>라고 부르는 국가이성은, 국가행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국가이익의
정당성은 개인 범주의 규범차원에서는 평가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권력자 개인의 신념이나 종교적
신념으로 내리는 명령과 국가이성이 내리는 명령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 오직 국익을 위한
<국가의 행동>을 개인적 차원의 도덕적, 윤리적 기준이나 잣대로는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죠. ~ 저는 <집단의 타자규정>과 관련된 내용의 예전 저의 글에서 이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 보편적으로 성숙한 집단(세력)은 어른의 질서체계 안에서 작동되며,
운영 또한 민주적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타자규정은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내부동의(합의)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절차적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타자규정은
한 번 결정되면 반질서적 집단의 타자규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무서운 힘을 갖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민주적>이라는 의미는 상당한 파괴력을 내포한 <잔혹성(폭력)>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
오늘날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상당수의 국가들은 자신들이 경제력, 군사력 등의 힘의 우위를
아무리 많이 가졌다고 해도 다른 국가들을 (명분,이유없이)함부로 위협하지는 못합니다. ... 하지만
정부가 의회와 타협하고, 의회는 민주적 과정을 통해 한번 타국을 위협하기로 결정한다면, 이후에
일어날 폭력은 웬만한 독재국가 그 이상의 힘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이자 대표적 특징인 <절차적 투명성>이 사후에 현상으로 드러난
폭력의 결과와 그에 대한 도덕적 책임(정당성의 유무와 관계없이)을 모두 상쇄시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번 결정된 폭력의 사용은(그것이 경제보복이든, 군사보복이든) 거침이
없으며, 그에 따른 도덕적 책임은 <절차적 투명성> 이라는 이름하에 그 사회 전반에 고르게 분배
됩니다.[@결정의 엘리트(소수)화, 책임의 전사회화] ... 결론적으로 <절차적 투명성>은 사후 도덕적
책임에 대한 사전적 면죄부에 다름이 아닙니다. 앞서 <민주적>이라는 말속에 함의된 <잔혹성>에
대한 지적이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결국 국제정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동안 ‘개인’ 차원에서만 맴돌던 <국민(개인) 단위>의 상식의
틀을 완전히 파괴해야만하며, 따라서 국제정치는 <개인 이성>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성, 즉
<국가이성(레종 데타)> 이라는 새로운 층위의 이성과 <절차적 투명성> 이라는 민주주의의 특성을
함께 결합하여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비극이 상연되는 <국제무대>라는 공간에는 온갖 전쟁의 연속입니다. ... 경제전쟁 혹은 무역전쟁,
환율(통화)전쟁, 자원전쟁, 종교전쟁, 이념전쟁, 영토전쟁(분쟁) 등 크고 작은 수많은 전쟁과 분쟁이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대립과 갈등에서 군사적 충돌만
배제한다면 완곡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의 강렬한 용어 하나가 다가옵니다. 바로 <냉전(cold war)>
입니다. 그래서 ‘한.미.일 관계’ 이야기는 <냉전>의 기본적 의미를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하려 하는데,
오늘날의 국제정치 현실이 바로 <냉전의 암묵적 지속상태>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방에서 총알이 빗발치고 하늘에서는 가공할 포탄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려 내가 사는 지역을
뜨거운 화염바다로 만드는 실제 전쟁인 <열전(熱戰)>에 반대되는 의미가 바로 <냉전(冷戰)>입니다.
냉전(cold war)은 말 그대로 차가운 전쟁입니다. 다시 말해 직접적인 군사력을 사용해 싸우는
전투행위는 없지만, (국제적으로)군사적 긴장 상태가 수반되면서 정치, 경제, 외교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나 냉전의 의미를 단순히 군사적 충돌이
없는 상태에서의 국제적인 긴장과 경쟁 상황만으로 파악하는 것은 단순한 이해이며, 수면 아래
거대한 빙산 같은 역사적 맥락까지를 알아야만 비로소 냉전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냉전의 보편적인 정의를 살펴보면 <2차 세계대전 종전 후부터 미국 중심의 자유진영과
동유럽 사회주의 정권을 포함한 소련 중심의 공산진영과의 대략 50여 년간의 대립을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냉전 - 미국 중심의 자유진영(자본주의) vs 소련 중심의 공산진영 ]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대립(경쟁)이라는 점에서 냉전은 분명 이데올로기(이념) 전쟁이었으며,
여기에는 군사력(군비경쟁)은 물론, 경제와 정치, 외교 등의 영역에서까지 경쟁관계가 심화되었던
정치적 성격이 강한 전쟁(이념 및 정치 대립)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냉전의
정의를 정확히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그 냉전의 원인, 즉 <냉전은 누가(무엇이) 야기 시켰는가?>
하는 물음에서는 입장차이가 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적으로 세 가지 입장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 냉전에 대한 시각 – 1.전통주의 2.수정주의 3.탈수정주의
(1) [전통주의]: 소련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공격적 확장은(공산이념팽창)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자유주의 진영과의 대화와 협력을 처음부터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이 때문에 자유진영은 공산주의 팽창에 대한 자유진영의 당위적 수호를 위해 경제.군사적
방어 태세로 맞대응 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입니다.
(2) [수정주의]: 공산주의 세력 팽창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미국식)자본주의 경제팽창이
냉전의 실질적 원인이라는 주장입니다. 자본주의는 <시장>이 필요하며, 시장은 한계가
없어야만 합니다. 한마디로 미국식 자본주의 경제가 계속해서 유지되려면 시장은 끊임없이
제공되어야만 하고, 이는 결국 시장의 전지구화, 즉 <세계화>라는 필요를 낳게 됩니다.
이러한 자본주의 경제논리는 미국의 팽창적 대외정책으로 이어졌고, 이에 위협을 느낀
소련의 대응으로 냉전이 초래됐다는 것입니다.
(3) [탈수정주의]: 전통주의와 수정주의는 냉전의 원인이 각각 소련의 이념팽창과
미국의 경제팽창 때문이라는 논리입니다. ... 이에 반해 탈수정주의자들은 냉전의 책임은
어느 한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폅니다. 미.소 양강의 긴장관계가 지속되던
냉전 시기의 정치, 경제, 외교 분야에서 드러난 각종 정황과 팩트(외교문서)를 세밀하게
분석하여 냉전을 단편적 시각이 아닌, 복합의 영역으로 끌어오고자 노력하는데 ... 세계 모든
국가들은 적어도 자국영토 안에서는 최고의 권위체입니다. 각국은 자신들만의 <정부>를 구성하고,
군대와 경찰과 법원을 소유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국가들이 모여 있는 지구라는 공간에는
오직 개별 국가들만 존재할 뿐, 개별 국가들을 넘어서는 <상위의 중앙권위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위 <국제체제의 무정부성(international anarchy)>이라고 하는데 ... 이와 같은
국제체제의 무정부 속성은 미국과 소련이 자국의 생존과 번영을(각자의 이념체제만을 확대)
위해서만 권력을 추구하도록 만들었으며, 이것이 결국 냉전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논리가
바로 ‘탈수정주의’의 주장인 것입니다.(@ 일부 탈수정주의자들은 기존의 전통주의와 수정주의
시각을 일정부분 인정하기도 합니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이 결국은 <해석>의 문제이며, 과거 냉전(미국vs소련)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 또한 초점이 어디에 맞춰지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 시절의 냉전 초점이 주로 이념과 군사적 차원에 맞춰졌다면 ... 앞서 오늘날의 냉전,
즉 탈냉전의 세계를 <냉전의 암묵적 지속상태>라 규정했던 저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그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이는 중국이라는 G2의 등장이 오늘날 국제무대에서 상연되고 있는
비극의 변수로 작용하고,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세계전략)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반에 어떠한 결과를 도출할 것인가가 매우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 여기서 제가 강조하는
비극의 의미는 ‘슬픈 사건’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처럼
비극의 여러 구성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연출되는 예측가능과 불가능이 공존하는
일련의 사태(드라마)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글 제목이 ‘한.미.일 관계의 냉전’이고, 그 냉전의 초점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맞췄기 때문에
먼저 경제부문, 특히 일본 제조업(소재.부품.장비) 경쟁력과 지금 일본경제가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이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라는 <국제정치> 부문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보겠습니다.
일본이 아무리 잃어버린 20년의(이젠 30년이 되어감.) 장기침체를 겪었다고 해도 기술경쟁력에
있어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수준의 국가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토요타로 대변되는 자동차
산업과 함께 기계 산업을 포함한 초정밀도를 요구하는 소재, 부품, 장비 분야의 기술경쟁력은 가히
압도적인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IT산업과 조립완성품 분야에서는 한국과 중국에 밀려
세계시장 점유율이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 소재, 부품, 장비 분야는(특히 첨단 소재와 초정밀기기)
거의 ‘난공불락(難攻不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반도체 분야만 보더라도 관련 핵심 제조장비와 부품 소재는 대부분이
일본 제품입니다. ... 일본경제산업성(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당)의 2015년 경제백서 내용을
참고해 한국무역협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일본산 포토레지스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무려
99%에 가깝고, 지금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의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비중은 93%,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는 42%, 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일본산 비중은 84% 입니다. (@ 지금 검색만 해봐도 이 내용은 쉽게 확인됩니다.)
아래는 세계시장에 전량을 공급하는 일본산 부품, 소재와 기업들의 목록입니다.
<◆ 자동차 부품, 소재분야>
@ 인버터 모듈 - (미쓰비시전기)
@ 자동차용 차세대 2차 전지 - (파나소닉 EV에너지, 오토모티브에너지, 서플라이, 블루에너지)
@ 드라이브 레코더 - (로지텍, 파이어스타, Route-R)
@ 콘덴서 - (니혼케이콤, 히구치전기)
@ 수정진동자 - (일본전파공업, 교세라, 세이코인스톨전자디바이스, 타마디바이스)
@ 플라스틱 광파이버(POF) - (미쓰비시레이온, 아사히카세이, 도레이)
<◆ 가전제품 부품, 소재분야>
@ 편광판 보호필름(TAC필름) - (후지필름, 코니카필름, 코니카미놀타)
@ 유리기판(청판) - (아사히글라스)
@ 반사시트(백색) - (도레이, 日榮化工)
<◆ 휴대폰, OA기품, 통신네트워크 부품, 소재분야>
@ 무선 근거리 통신(NFC) - (소니와 NXP 세미컨덕터 공동개발)
@ LED 프린트헤드 - (후지제록스, 교세라, 코덴시)
@ 광통신용렌즈(유리비구면렌즈) - (파나소닉, 아사히글라스, 올림푸스전기)
이 외에도 세계시장에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 일본산 제품들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한때 세계시장에서 종합전자분야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소니, 파나소닉, 샤프 같은 회사들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한국과 중국 같은 신흥국 추격에 밀려 지금은 그 존재감을 많이
상실했지만 ... 30년의 시간을 까먹는 동안에도 일본이 쉽게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경쟁력을 가진 히든챔피언(강소, 강중기업)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일본의 대표적 히든챔피언(소재, 부품, 장비 분야)>
@ 도레이 – (소재기업, 50여 년간 아시아시장에서 굳건한 지위확보)
@ 스미토모화학 - (농업화학 분야 세계 최고수준)
@ 대일본 스크린제조 - (웨이퍼 세정장치 세계최고 수준, 유기EL 도포장치 한국수출)
@ 도쿄일렉트론 - (반도체 제조장치 세계 2위)
@ 일본전자 - (전자현미경 세계 1위)
@ 호리바제작소 - (엔진 계측기 세계시장 80% 점유)
@ 화낙(FANUC) - (수치제어(NC) 세계 1위)
@ 아사히화성 - (스마트폰용 전자컴퍼스 세계최대, 리튬이온전지용 세퍼레이터 세계시장 50%)
@ 미쓰이 금속 - (스마트폰용 고기능 동박 세계시장 80% 점유)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 현재 일본의 기술경쟁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은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기업도 일부분이며 해외 연구기관에서 인정한 일본의 잠재
히든챔피언 수는 대략 2,000여개로 파악됩니다. ... 그런데 이것만 보면 일본의 경제는 앞으로도
100년은 더 거뜬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나라의 국가경쟁력은 기업들의 기술력수준 하나만으로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일본이 아무리 세계최고수준의 기술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어도
잃어버린 30년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 결국 현재 일본이 처한 현실도 그렇게
녹록치는 않다는 뜻입니다. 상당한 위기상황이라는 거죠.
제가 생각하는 현재 일본의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정치 리더십 부재>,
<국가재정>입니다. ... 그중 국가재정 부분은 예전 저의 글 <금융의 전인미답 - 일본의 부채실험>
이라는 글을 참고해 핵심내용만 얘기해 보겠습니다.
<◆ 아베 내각도 현재 일본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고 있지만
노력에 비해 재정적 어려움은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획기적인
대안 없이는 해법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일본의 정부부채 및 재정수지 등의 거시적 경제여건은 조사 대상국 140개국 중에서
104위를 차치했습니다.(The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 2016–2017)] ... 아베정부는
2020년까지 기초재정수지를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러자면 증세와 함께
쓰는 돈을 줄여야 하는데, 현재 일본 현실에서(고령화, 저출산 대책, 의료.요양 복지 등)
국채를 신규발행 못한다면 국가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해마다 신규국채발행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입니다. - (금융의 전인미답 - 일본의 부채실험 이야기 中)>
일본은 현재 국가재정의 (35~40%) 수준을 국채발행을 통하여 조달하고 있습니다. 2018년 일본의
국가예산 규모는 98조엔 규모였습니다. 한국 원화로는 무려 1천조 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특별회계예산까지 더한다면(일반회계와 중복되는 부분 제외) 일본 정부의 총지출 규모는 무려
200조엔을 넘어섭니다. ... 더불어 ‘국채비’(기존에 발행된 국채상환 자금과 나머지 국채발행 잔액에
대한 이자비용) 비중은 예산대비 대략 (23~25%) 수준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일본정부가
쓰는 돈(일반회계) 중에서 4분의 1은 정부의 빚(debt) 상환과 이자비용에 쓰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 일본국채비: 2017년(23조 5천억 엔), 2018년(23조 3천억 엔) ... (2017년 일본재무성 자료참고)]
<@ 참고: 중앙정부 재정 구조>
(1) 일반회계: 세입(세금 및 자산매각), 세출(부처 사업)
(2) 특별회계: 기업특별회계(우편사업 및 조달), 기타특별회계(농어촌 개선, 신도시, 교통시설 등)
(3) 기금: 연금기금, 주택기금, 여성기금, 방송발전기금 등
@ 예산 = (1)+(2)
@ 정부총지출 =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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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가계금융자산은 무려 1,600조엔 규모이며, 국채의 상당부분은 리스크를 기피하는
고령자 가계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천문학적인 국가부채(GDP대비 240%)와 재정적자,
그리고 기형적 국채발행 관행에는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1% 미만임에도 일본 가계들은 계속 매입 중) ... 그러나 저금리 상황의
지속으로 국내 저축이 줄어들고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 되거나 구조화되기 시작한다면 일본경제는
(특히 국채부분에서) 본격적인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2018년 일본의 국채잔고 규모는
882조엔 이며, 원화로 환산하면 1경에 가까운 9,600조원입니다. ... 더불어 일본의 연간 경상수지는
최근 10년(2009~2018년) 동안은 계속해서 흑자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이 기간 동안 최저는
360억 달러(2014년), 최고는 2,200억 달러(2010년)였으며, 작년(2018년) 경상수지는 1,740억 달러로
흑자폭이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입니다. (ECOS 한국은행 경제통계 참고)]
여기에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는 일본이라는 국가가 <인구가 감소하면서 늙어가는> 정도로만
단순히 이해하기에는 사정이 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현재 일본 인구문제의 가장 큰
변수는 16~64세의 <생산가능 인구감소!> ... 한마디로 현역세대의 인구감소라는 치명적인 흐름이
단단히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1996년)부터
일본의 내수는 정점을 찍고 하향세로 돌아섰고,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기 시작했습니다. ... 사회는
점점 더 활력을 잃어갔으며, 당시 일본 후생성의 충격적인 인구통계 발표(합계출산율 1.57)에 대해
학계와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소는 계속해서 경고를 보냈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낙관론까지 펼쳤습니다.
[◆ 합계 출산율: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의 수를 말하며, 이 수치가 2.1 이하로
떨어지면 한 나라의 전체 인구수가 본격적인 감소추세로 돌아선다는 신호입니다. ... 참고로
작년(2018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수치는 0.98로, 인구감소 문제가 처음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던
1990년대 중반의 일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대책이 시급합니다.]
인구문제는 일본사회 전반에 활력이 떨어뜨렸고, 사회의 활력저하는 기업의 혁신을(주로 경영측면)
저해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일본은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0% 수준으로 독일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세계시장에서 독일이 자국 제조업 점유율을 1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동안,
일본은 1990년대 초 10%대 정점을 찍고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현재는 3~4%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독일도 인구문제(저출산, 고령화)에 있어서는 일본과 비슷한 경험을 했었지만 ... 독일은 정부와
정치권, 기업, 노조 등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여 경제. 사회부문에서 꾸준한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나름의 결실을 얻었습니다. ... 반면 일본은 개혁의 선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로 ‘생산가능 인구감소’ 같은 미래 일본 국력의 흥망을 판가름할
메가(mega)급 변수에 대한 대응시점을 놓쳐버렸습니다. ... 일본 미래에 대한 장기비전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정책을 세심하게 준비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낙후된 정치시스템과 관료주의는 일본사회
개혁의 추동력을 잃게 만드는 매우 큰 원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1948년 요시다 시게루 총리에서 1980년대 중반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까지는 대체적으로
일본 총리의 재임기간은 4~5년 이었으며 정치권의 리더십 또한 어느 정도 성과를 발휘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총리의 재임기간이 1년 전후로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이는 정부의 장기정책 추진에도 상당한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1년짜리 인턴식 총리의 한계 때문에 관료시스템도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추진에는 부담이 매우
컸습니다. 이는 결국 정책의 상당부분이 단기성과 집착으로만 이어지게 되었고, 이러한 사회분위기는
민간영역에까지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기업들은 제조기술력에서는 일정부분 혁신을 이끌어냈지만
<경영혁신> 측면에서는 과거를 추억하며 현실에 안주하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정부의 재정문제와 국채문제는 현재 일본의 위기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 한국 언론들은 한국의 내년(2020년) 예산을 <슈퍼예산 500조원> 이라며 정부의
돈 씀씀이에 대해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 일본은 매년 우리 슈퍼예산 절반수준인 250조원에
가까운 돈을 정부가 진 빚을 갚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채비) ... 결론적으로 지금의 일본은
정부수입의 상당비중을 빚(국채)에 의존하는 구조이며, 정부지출에서 빚(국채)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전 및 지진 등의 재해 사고를 제외한다면 일본의 위기는
바로 금융(국채) 부문에서 먼저 터지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한국과 중국의 제조기술 자립화도 빠른
속도로 일본을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개혁과 혁신> 그 이상의
사회적 돌파구가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며, <슘페터(J. Schumpeter)> 식으로 표현해본다면
일본이라는 ‘국가’ 그 자체의 <창조적 파괴>가 절실히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 참고: 참의원 선거이후 일본에서는 아베총리의 3선을 넘어 4선론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이는 일본이 단기총리의 한계를 인지하고 향후 국가정책에 대한 장기전략 수립의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5년을 넘게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들여다보면 ~ <과연 총리의 재임기간이(장기든, 단기든) 현재 일본에게 의미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 다시 말해, 이제 일본경제는 케인즈, 밀턴프리드먼, 하이에크, 양적완화,
FRB 등 그 무엇을 소환해도 위기를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라는 뜻입니다. ... 앞서 보셨듯이
지금의 일본재정현실을 감안한다면 양적완화의 점진적 축소를 의미하는 ‘테이퍼링(tapering)’ 전략은
불가능에 가깝고, 천문학적인 국채잔고 때문에 세계가(특히 미국) 금리상승 분위기로 전환된다면
상당히 치명적입니다. 무역에서는 꾸준히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흑자폭은 2010년 최고점
2200억 달러를 달성한 이후, 최근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전 고점을 돌파하지 못하다가 작년(2018년)엔
그 흑자폭마저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입니다. 여기에 정체수준에 가까운 실질성장률과
생산가능 인구 감소로 인한 내수 축소, 해마다 늘어나는 복지지출 등의 문제들은 일본을 점점 더
위기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일본상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해서 더 많은 돈을
뿌려야 하는 지경까지 온 것입니다. ~ 한마디로 일본은 지금 <재정적 과속상태>를 지속해야 하는데,
중요한건 <페달을 뗄 수 없다>라는 점입니다. ... 앞서 제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를 언급했던
이유와 일본 금융상황에 대한 예전의 글 제목을 <금융의 전인미답 - 일본의 부채실험 이야기>라고
정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무한정 양적완화의 궁극의 모습은 무엇일까? ~ 아니 그전에 먼저 양적완화를
논하려면 달러($)가 우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개인적 견해는 바로 <본위(Standard)>의 문제라
생각됩니다. ... 다시 말해 달러($)와 엔화의 양적완화의 핵심은 바로 <본위>의 존재 여부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랜 시간동안 신뢰받았던 통화는 바로 금(Gold)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로 세계가 가장 사랑(신뢰)하는 통화는 금에서 달러($)로 전환됩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미국이 전 세계 금의 70%이상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즉 달러($)는 언제든 금(gold)으로 교환될 수 있는 통화였기 때문에, 달러의 본위, 즉 달러의 가치는
결국 금(Gold)이 보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그러나 한국전쟁(6.25전쟁)과 베트남 전쟁 등으로
세계에 달러 공급이 엄청나게 증가하자 달러($) 신뢰에도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2008년 말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달러($) 신뢰에 더한 충격을 가한 대사건이었습니다. ... 결국
달러($)가 다시 세계인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초창기 브레튼우즈 체제에서처럼 달러에 <가치>가
부여될 수 있는, 즉 금(Gold)과 같은 본위가 풍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미국에 금(Gold) 말고
또 다른 본위가 존재하는가? ~ 물론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한 국가입니다.
인류가 선사시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채굴한 금의 양은 대략 1억 3,000만 킬로그램(13만톤)
입니다. 이것은 한 면이 약 20미터인 정육면체 크기에 해당하는데, 유럽의 평범한 4인 가족이 사는
연립주택규모 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약 2,500톤의 금이
생산(채굴)되고 있으며, 대부분은 장신구로 가공되고 일부는 의료용(치과)과 산업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더불어 지금까지 생산된 전체 금(Gold)의 약 25% 정도는 금괴의 형태로 전 세계
중앙은행 금고에 보관되어 있는데, 전 세계에서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미국 정부입니다.
미 재무부의 금 보유량은 약 8천톤 정도이며, 이 수치는 세계 각국 정부 금 보유량 전체의 3분의
1에 이르는 규모이며, 단일 기관으로 따지면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맨해튼의 지하 수장고에
약 2만5,000개의 금괴를 보관하고 있으며, 뉴욕연방준비은행의 금 보유량만 해도 전 세계 금의
3%수준에 이릅니다. ... 더불어 이와 비슷한 양의 금(Gold)이 켄터키주 포트녹스(Fort Knox)의 지하
금고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그런데 이것과는 별개로 미국에 이제 금(gold)에
버금가는 <셰일(shale)> 이라는 새로운 본위가 더해졌습니다. ... 이는 달러($)에 대한 강한신뢰가
당분간은 계속해서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뜻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 현금이 있는 분들은 아무 지폐나 꺼내서 자세히 한 번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 지폐 상단 중앙에는 <한국은행> 이라고 인쇄되어 있으며, 뒷면에는
<Bank of Korea> 라고 인쇄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달러($)가 있는 분들은
달러($)도 함께 확인해 보시죠. ... 아마 <Federal Reserve Note> 라고 선명하게 인쇄된 영문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 Federal Reserve Note 는 ‘연방준비은행권’을 뜻함.]
<한국은행 Bank of Korea>, <Federal Reserve Note> ... 이것은 곧 화폐의 발행주체가 누구인가를
화폐 소유자에게 명확히 주지시켜주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화폐소유자’는 가지고 있는 동전과
지폐 액면에 표시된 금액만큼의 ‘명목가치’를 화폐 발행주체로부터 언제든지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화폐발행주체(한국은행, 미연준Fed)도 당연히 화폐 액면금액 만큼의 가치를
화폐 소유자에게 반드시 되돌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화폐발행주체(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발행된 화폐(지폐, 동전)는 명백한 <부채(debt)>인 것입니다. ... 결론적으로 우리가 평범한
일상에서 아무런 의심 없이 사용하는 1천원, 1만원, 5만원 같은 지폐와 동전들, 즉 <현금>이라는
통화는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채무증서>인 셈입니다.(@ 달러도 연준의 채무증서임)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 만약 누군가 5만원권 1장을 들고 한국은행에
찾아가 “5만원의 가치를 돌려주세요!” ~ 라고 한다면 과연 한국은행은 그 5만원의 가치를 어떤
방법으로, 또 어떻게 돌려주는 걸까?
개인 및 기업들 사이에 일어나는 보편적인 (채권-채무) 관계라면 ‘5만원의 가치’를 비슷한 금액의
케이크(현물)나 영화.연극 같은 문화서비스로 돌려주는 게 가능합니다. 그러나 연준, 한국은행처럼
한 나라의 중앙은행은 화폐소유자의 지불요구에(5만원) 대해 또 다른 <채무증서>, 즉 1만원권
5장이나 또는 1천원권 50장으로 5만원의 지불요구를 되돌려 줍니다. ... 다시 말해 어느 나라든지
각 나라 중앙은행들은 화폐소유자의 지불요구를 자신들이 발행한 또 다른 <화폐(채무증서)>로만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ex). [5만원은 1만원 5장 ... 100달러($)는 10달러 10장]
그럼 이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현재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무한정 양적완화 상황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 다시 말해, 만약 엔화 소유자의 지불요구가 언제든 발생해도
일본중앙은행(BOJ)이 또 다른 ‘채무증서’ 즉 새로운 화폐발행(Money Printing)을 통해서 대응한다면
일본의 고민은 한순간에 사라질 것입니다. ~ “가능한 주장일까?” ~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결국
<엔화 붕괴>라는 파국을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세계 최고수준의 산업
기술력과 GDP 세계 3위라는 경제 강국의 이미지(명성)가 지금까지는 엔화의 신뢰에 든든한 바탕이
되었지만, 이제는 그 신뢰에도 서서히 임계점이 다가오고 있는 모습입니다. 반면 달러($)는 사정이
다릅니다. ... 좀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달러를 많이 보유한 국가(혹은 기업, 개인)가 미국에 달러를
제시한다면 미국은 제시된(지급요청) 달러가치를 이제는 셰일(현물)로 돌려주어도 다른 국가들은
큰 불만이 없을 거라는 뜻입니다. ... 예전엔 이걸 금으로 돌려 줬는데, 이후 미국이 세계에 달러를
너무 많이 풀어버렸기 때문에 돌려줄(교환해줄) 금의 가치가 줄어들어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던
것입니다. 이제 문제는 일본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엔화가 되겠죠. 쉽게 말해, 엔화(엔화의 가치)를
보증해줄만한 <본위(Standard)>가 과연 존재하느냐에 대한 문제인 겁니다. 물론 금융의 기술적 부분,
이를테면 우방끼리의 ‘통화스왑’같은 부분을 제외한다면 ~ 아마도 본위에 대한 문제가 미래 엔화의
운명을 판가름하게 될 핵심이라 생각됩니다.]
<◆ 참고: “일본자금이 빠져 나가면 한국에 제2의 IMF가 오는가?”>
최근 많은 분들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자금이 빠져나가면 한국에 제2의 IMF사태가 올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참고로
개인적 견해를 얘기해볼까 합니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19년 10월 기준, 4,060억 달러($)이며 ... 외환보유액 구성 비율을
살펴보면 [금(gold) 47.9억 달러($)], [특별인출권(SDR) 33.7억 달러($)], [IMF포지션 26.7억 달러($)],
[외환 3,950억 달러($)]로 ... 전체 외환보유액 중 외환이 97%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유 외환 중 통화별 자산비중을 살펴보면 ~ 달러($)화 자산이 68.1%, 유로화 20.2%, 엔화 4.9%,
영국 파운드화 4.5%, 기타 통화 7.7%로 달러화 자산과 유로화 자산비중만 더해도 거의 90%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90%에 가까운 달러화 및 유로화 자산의 상품 구성은 어떻게 될까 살펴보면
정부채(국채) 비중이 37.5%, 정부 기관채 19.2%로 이 둘만 더해도 전체의 60%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ABS(13.2%), 회사채(14.7%), 주식(8.6%)입니다. ... 정리해 보면, 한국의 외환보유총액
4,060억 달러 중 97%가 달러화, 유로화 자산이며, 이들 자산 중 57% 수준의 금액이 모두 정부채,
정부기관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절대금액으로 따져보면 대략 2,24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이 모두
달러 및 유로화표시의 정부관련 자산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세계외환보유액 순위로만 따져도 13위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 결론적으로 현재 대한민국 외환보유액에 관한 유동성, 즉 현금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한마디로 제2 IMF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죠.
======
<@ 토막상식: IMF position >
오늘날 IMF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상징적 의미" 가 더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만약 A 라는 국가가 IMF의 지원을 받기로 결정된다면 국제금융시장의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A에게
대출 및 투자를 재개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 한마디로 A에 대한 'IMF의 지원결정'은
<시장정상화 기능>으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IMF에 가입하려는 가맹국은 신청서 작성하고 쿼터(IMF Quota)를 할당받습니다. "가입회비" 정도로
쉽게 생각하시면 될 텐데, 아무튼 가맹국에게 할당되는 쿼터는 그 나라의 GDP나 무역규모 등의
경제력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납입하는 회비(쿼터)중 25%는 금(Gold)으로, 나머지 75%는
자국통화로 납입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금(gold)으로 납입하던 25% 부분이 특별인출권(SDR)으로
대체됩니다. SDR은 그냥 직관적으로 표현한다면 전 세계 어딜 가도 금이나 달러($)처럼 돈으로
인정해주는 만국공용 상품권 정도로 생각하시면 편합니다.(제3의 통화) ... IMF의 금융지원정책에는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지원정책 몇 가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IMF 지원정책 >
(1) Reserve Tranche: 리저브 트랑셰(슈)
가맹국은 자신의 reserve tranche 포지션에 따라 자유롭게 외화를 꺼내쓸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가맹국은 자신의 출자액의 25% 한도 내에서 상환의무 없이 언제라도 돈(외화)을 인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처음 회비 납부할 때 25%는 금(Gold)으로 납입했으니, 나중에 꺼내 쓸때도 25% 까지는
마음대로(금, 달러, 엔, 유로 등) 꺼내 써도 된다는 뜻입니다.
(2) Credit Tranche: 크레팃 트랑셰
가맹국이 리저브 트랑셰 부분을 초과해 인출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이 부분은 복잡하니 패쓰!)
(3) 긴급지원정책(1995년부터 실행)
갑작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제수지 방어를 위해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자금입니다.
(4) 부채 및 부채상환 삭감을 위한 정책
부채 및 부채상환을 위해 금융지원을 하는 정책, 지원규모는 심사여부에 따라 모두 다르고, IMF가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얼마나 잘 완수하느냐에 따라 지속적인 금융지원제공 여부가 결정됩니다.
보편적으로 3개월, 6개월 단위로 금융지원이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분기, 반기보고서로
프로그램 이행여부 계속보고) ... 한 마디로 “말 잘 들으면 계속 돈 꿔주겠다!” 이런 의미입니다.
이렇듯 IMF 가맹국은 ... 자신이 출자한 출자액 한도 내에서는 언제든지 돈을 꺼내 쓸 수 있으며,
출자액을 초과해서 지원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긴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도 지원 받을 수 있으며,
아프리카 같은 최빈국들에는 양허성(시혜적) 융자제도도 존재합니다. 특히 이런 ‘양허성 융자’에는
금리가 제로(0)에 가깝습니다. ... 1997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처럼 과도한 (단기)부채위기 같은
경우에는 IMF가 제시한 프로그램에 대해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분기(반기) 보고서 등을 제때에
제출하면서 높은 이자에 원금도 잘 갚아 나아가야 합니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당시 그리스도
이 범주에 포함됐었습니다. 이외에도 환율안정기금, 특별신용융자 등 다양한 지원제도가 있으며,
인출방법과 한도 및 상환기간, 수수료율 및 이자율 등은 ... "현재 가맹국이 어떤 상황인가?" 에
따라서 모두 다릅니다.
======
이제 정리를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무역 흑자국인 일본이 오히려 적자국(한국)을
상대로 수출규제를 한다는 것은 일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행위지만, 이는
국가가 자국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행동하는, 즉 <레종데타(국가이성)>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일본의 셈법이 무엇인지 작은 단서라도 찾아볼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수출규제는
일본기업들과 지역경제(관광산업)에도 손해가 큽니다. 또한 이번 사태로 한국이 일본의 기술종속에서
벗어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일본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오랫동안 손해를 보고
있었던 상황이라면(적자국) ~ 그래서 그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당위적 레종데타’ 라면 지금의
행동에 나름의 정당성이 부여됩니다. 그런데 일본은 애초부터 한국과의 무역에서 손해(적자국)를
보던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굳이 손해를 볼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감수하면서
까지 한국을 상대로 수출규제를 한다는 것은, 지금의 일본의 행동에 <레종데타(국가이성)>를 초월한
그 이상의 다른 특별한 기제가 작동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글(국제정치편) 부터는 그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 바로 앞서 언급했던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입니다.
[@ 2편은 다음 업뎃 게시물중 최대한 한.미.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에
올려보려 하는데, 만약 그런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았다면 ~ 관련성이 적더라도 첫 게시물에
올려보겠습니다. 나머지 3~5편 또한 마찬가지 원칙으로 올려볼 것입니다.
분량이 많아 지면을 홀로 차지하는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영자님께도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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