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먼저 이 글은 전에 이슈인에서 한 번 언급했던 내용에 몇가지 다른 내용을 약간 추가한 글입니다.
게시물 내용에서도 얘기하고 있듯이, 이 글에서는 독일 통일과정에서 "인구이동"이 주는 파급효과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통계수치는 모두 한국은행을 참고하였습니다. )
“통일” 이라는 말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낯선 단어입니다.
“분단” 이라는 현실 때문에 어떠한 형태의 통일이 됐든지 간에
우리는 항상 “통일”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으며, 더불어 아직 미실현된 목표이므로
가깝게 다가가기엔 낯설음이 많은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통일)비용을 추계해
보기도전에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원래 같은 민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로 합쳐진다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나와 다른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부담감(혹은 거부감)과 함께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경제적)삶의 무게에 “통일비용” 이라는 또 하나의 무게가 더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통일을 낯설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인 것 같습니다.
몇 년전, TV에서 독일 통일 20주년에 관한 다큐를 본 기억이 납니다.
그때 동서독 통일과정에 참여했었던 어느 대학교수와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통일 비용에 대한 예측이 모두 빗나갔다고 고백하면서 ... (통일)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변수가 등장했다며,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근시안적 접근이 아닌, 보다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애정 어린 조언을 해주었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는 지난 2009년 9월에 “통일한국”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남한과 북한이 큰 부작용 없이 통일을 진행할 경우 GDP규모에서 20~30년 내에
독일과 프랑스는 물론이고 일본까지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 현실화가 가능한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에게 (남북한)통일을 단순히 비용 측면에서만 고려하지 말고, 통일이후 기대되는
편익까지 동시에 함께 봐야하는 넓은 시야가 필요한 목표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정치인과 언론들은 주로 "통일 대박" 같은 긍정적 효과만을 강조했는데
그래서 이 글에서는 독일 사례를 참고로 "(통일)비용" 측면과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드러났던
여러가지 "변수"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2015년 기준으로 보면, 남북한 인구비율은 대략 2:1입니다.
남한 인구 5천만명 대비 북한인구 2천500만명에, GDP 차이는 남한이 (2015년 기준)1조 4천억달러,
북한이 약 400억 달러로 남한과 북한이 대략 35배 차이가 납니다 ... 여기에 몇 가지 다른 지표들을
살펴본다면, (2014년 기준)무역총액(수출,수입 합계)은 남한이 1조1천억 달러, 북한 76억 달러이며,
(2014년 기준)철도 총연장은 남한이 약 3,600km, 북한이 5,300km입니다.
(2014년 기준)도로 총 연장은 남한이 약 10만 5,600km 이며, 북한이 2만 6,000km입니다.
[▶ 통계수치는 모두 한국은행을 참고 했습니다. ]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1990년 독일 (동서독)통일을 비교해 본다면
당시 동독 인구는 서독 인구 6,300만명에 비해 대략 4분 1수준인 1,550만명 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현재 남한인구 5천만명에 비해 북한 인구가 2분의 1 수준인
2,500만 명입니다 ... 이것은 결국 독일이 통일 당시 서독 주민 4명이 동독주민 1명을 도와주는
구조였다면, 우리는 남한 국민 2명이 북한 주민 1명을 도와줘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 더구나
통일 당시 동독의 1인당 국민 소득은 서독의 35%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현재 남한에 비해
1인당 국민소득이 고작 5%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노동)생산성 측면에서도 독일과 상당한 격차를
보여주는데 ... 당시 동독의 노동 생산성은 서독의 50% 수준에 근접했었지만, 현재 북한은
남한의 노동 생산성에 비해 20%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드러난 수치만으로도 (남북한)통일은 독일의 상황과 비교해 봤을 때
우리에게 상당히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통일 문제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통일은 대박” 같은 단순한 장밋빛 수사만으로 이해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것입니다. [@ 참고로 동독의 1인당 GDP는 2008년이 되면 서독의 70% 수준으로까지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통일 당시 35% 였던 수치에 비해 거의 두 배 정도 증가한 수치이며,
동독 노동생산성 또한 2008년이 되면 서독의 75%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 독일 자국은 물론
다른 유럽 국가들의 평가에서도 독일의 통일은 나름대로 (통일)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남북한 통일” 이라는 거대한 목표이자 도전적 실험에 대해 참고할 만한 마땅한 비교 대상이
현재 유일하게 독일의 사례밖에 없으니, 독일 얘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독일은 1990년 통일이후 2008년까지
동독 지역에서 서독 지역으로 대략 140만 명이 이동하였는데, 이 수치는 통일 당시(1990년)
동독 인구의 약 9% 수준에 달하는 규모였습니다. 통일 초기에는 (인구)이동 속도와 규모가 훨씬 더
컸었는데, 동서독 통일조약에 따라 연금 및 임금에 대한 화폐 교환비율이 1:1로 결정되면서
인구 이동 규모와 속도가 조금씩 축소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구 이동이 과연 통일 문제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우선 어떠한 연령대가 이동하느냐에 따라 지역별로 생산가능 인구 증가(축소)와 고령 인구증가(축소),
출산율 등 인구 이동과 관련된 (관련)지역의 경제 성장과 재정여력(연금, 세수증가 및 축소)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실제 1990년 통일 당시 동독 지역은 18세~25세의 젊은 여성 인구 유출비중이 가장 높았었는데
이러한 젊은 여성인구의 순유출 확대는 곧이어 동독지역의 합계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남북한의 통일 과정에서도 독일 같은 인구이동 변화가 (급하게)나타난다면, 이것은
독일 사례와 마찬가지로 젊은 인구가 유입된 지역은 출산율과 함께 생산가능 인구 증가로
경제 성장 및 재정 여력확대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고령자만 남은 지역은
연금 지급 같은 부양비 증가로 지역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 남북한의 인구구조 변화는 통일 독일 당시의 인구구구조와 유사하며
고령화 진행 속도 측면에서는 독일보다 훨씬 더 빠른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 참고로 5년 시차를 두고 2020년 이후부터는 북한은 생산가능 인구수가 정점을 찍고
본격적으로 하락 하게 됩니다.(남한은 이미 2015년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하락하기 시작했음)]
따라서 우리에게 “남북한 통일” 문제는 단순히 “얼마의 돈이 필요할 것인가?” ~ 처럼
비용 측면만을 고려해야 하는게 아니라, 통일시 예상되는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의
"인구 이동" 변화에 대해서도 세심한 대비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독일)통일 이후 대략 3년여의 시간 만에 동독 경제는 서독의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산업생산의 거의 3분 1이 붕괴하게 됩니다 ... "변수죠!" ~ 수많은 전문가들이 계산했던
통일비용에 포함되지 않았던 변수였던 것입니다.
왜? ~ 멀쩡하던 산업기반이 붕괴했을까?
앞서 통계 수치를 살펴보았듯이 현재 남북한의 (경제적)격차는 독일이 통일하던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 독일(서독)은 통일 당시에도 노조활동과 산별교섭이 활발했었기 때문에
서독 노동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하하기 위해 동독 주민들의 서독 이동을 막고자 산별교섭을 동독에도 적용해
관철시키면서 동독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을 급격히 높였습니다 ... 더불어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통일 과정에서
실리적 측면보다는 정치논리가 앞서면서 원래는 동서독 간의 적정한 화폐 교환비율이 1(서독): 4(동독) 였는데,
이것을 1: 1 수준으로 교환해 주다보니 동독지역 주민들의 소득이 단기간에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고,
이어서 동독기업 제품 보다는 (품질좋은)서독 제품 구매가 증가하면서 동독 기업들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였던 것입니다.
(▶ 동독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
더구나 앞에서도 얘기했었지만, 동독의 노동생산성은 통일 당시만 해도 서독의 절반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독 기업들은 서독 기업들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 했었기 때문에(비용증가) 산업의 3분 1이 붕괴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더구나 당시 동독 젊은 인구의 서독으로의 이동은
(젊은)노동인구를 감소시켰고, 동독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은 가속화 되었던 것입니다. ... 이러한 상황변화는
결국 실업률 수치로 나타났는데, 1991년 동독의 실업률은 서독에 비해 거의 2배 수준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결국 동독 지역의 산업 붕괴와 대량실업은 사회보장 비용증가와 실업수당 같은 이전지출 증가로 이어져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적)통일비용 증가의 주요인이 되었고, 동독경제가 자력으로 일어설 수 없어서
지속적으로 소득지원을 해줌으로서 생산이 아닌, "소비지향적 통일"로 길게 이어지는 수렁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 그래서 현재 독일의 통일 비용이 이렇게 상당한 규모로 평가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남북한의 통일이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도
독일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먼저 남한과 북한의 "화폐 통합"은
정치적 포퓰리즘이 아닌, 철저한 경제논리(시장논리)에 의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기에 무엇보다도 "인구이동"에 대한 철저한 계획과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소득이 워낙 낮은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 만약 (통일시)북한 주민들의 남한으로의 이동을 자유롭게 허가한다면
(남한)노동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질 것입니다. [▶ 그래서 저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만약 남북한이 통일 된다면 남한과 북한의 노동시장을 초기에는 이원화 하여 운영하다가 점진적으로
그 격차를 좁혀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좋은예로 "개성공단"이 참 ~ 모범사례였는데 ;;; 안타까울 뿐입니다. ]
그리고, 북한의 산업기반 붕괴시 예상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비해야 하며,
일방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소득을 지원해 주는 소비지향적 통일이 아닌,
열악한 북한 인프라에 대한 공공적 투자지출로 인한 대량의 일자리를 만드는 "생산지향적인 통일"
모델을 구상해야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북한(북한주민이)이 자력으로 일어설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최선의 통일 정책이라는 뜻입니다.[▶ 의료 같은 최소한의 사회보장 이외에는 일방적(인기영합적)
사회보장제공(소득지원)은 통일후 상당히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앞에서 수치상으로 확인했듯이
우리는 현재 독일이 통일하던 당시와는 남북한 격차(인구, 경제, 소득, 노동생산성 등)가
너무나 크다는걸 확인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급하거나 정치 영역에서의 인기영합적인 재스처 하나가
통일비용에 후폭풍으로 다가올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1천조원, 2천조원 ... 같은 통일과 관련된 수치(비용) 등은 이미 검색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저는 독일 사례와 비교하여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통일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해 본것입니다.
이것이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독일 사례를 참고해보면, 나름 우리의 남북한 통일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선을 갖게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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