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6일 목요일

◆ 일본형 불황 & 한국형 불황 (by 물파스)

[◆ 일본형 불황 & 한국형 불황]



리처드 쿠(Richard Koo)의 "대차대조표 불황"에 관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이미 한번 언급했던 내용입니다만, 전체 이야기에 꼭 필요한 내용이라 다시 한 번 얘기해봅니다.]

현재 우리사회의 악화된 소득분배구조와 함께 임계점(臨界點)에 와있는 가계부채 문제는
민간소비 둔화를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1300조원 가까운 가계부채 중
무려 500~600조원 정도가 부동산관련(담보대출) 대출입니다. ... 또한 가계대출이
가계의 자산과(부동산) 연계되어 있다는 게 문제인 것입니다 ... 그래서 자산버블과 관련한
일본 노무라증권의 경제학자 리처드 쿠(Richard Koo) 의 보고서인
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에 대해서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경기가 좋을 때는 소비가 증가하면서 기업들의 생산도 늘어나,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생산을 늘리게 됩니다. 이렇게 경제에 수요가 점점 더 증가하게 되면, 가계와 기업, 정부 등의 소비와 함께
투자도 활발해 지면서 경제전체의 총수요가 증가합니다. 그러나 물가가 상승하면서 초과수요로 인한
금리상승도 동반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재고가 쌓이게 되고, 기업들은 생산을 축소하게 됩니다.

또한 사업규모를 재점검(경쟁력 제고) 하면서, 생산설비 확장을 위해 투자된 자금 중 금융권에서
빌렸던 돈을 갚아야하는 채무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금융권도 예전(호황)보다 채권회수와 대출조건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실업과 함께 일부 도산하는 기업들도 생겨납니다. 경제가 점점 더 불황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죠 ... 이런 불황의 패턴을 "보통의 불황(Ordinary recession)" 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통의 불황(Ordinary recession)은
정체국면에서 재고 등의 과잉생산과 수요가 균형을 위해 자율적으로 회복의 시간을 갖게됩니다.

이에 비해 리처드 쿠(Richard Koo)의 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 에서는
자산가치(ex 부동산) 하락에서 출발합니다.

만약 1억짜리 아파트를 자기돈 5천만원과 은행대출 5천만원을 더해 구입했는데, 얼마뒤
아파트 가격이 절반이하로 덜어져 4천만원이 되었다면 ...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아파트를 팔아서
은행대출을 상환하고(4천만원) 남은 은행대출 1천만원도 소비를 줄이고 열심히 벌어서 갚아야 합니다.
이렇게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한 부채부담이 일부 소수나 개인이 아닌 상당한 규모의 수준으로 커진다면
경제 전체로 보면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불황(recession)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문제의 핵심은 커지는 자산의 가치를 부채가 이끌었다는 점입니다.
결국 버블이 꺼지면 개인은 물론 기업들도 자신들의 대차대조표의 건정성 회복을 위해 소비를 줄이고
디레버리징[deleveraging 부채축소]에 주력함으로써 총수요 감소와 함께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부채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여력을 되찾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 합니다. 리처드 쿠(Richard Koo)는 이러한 대차대조표
불황에 대해서 해결책은 개인과 기업의 수요 감소분을 정부가 대신 사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재정정책)

다시 말해, 쿠(Koo)가 주장하는 대차대조표 불황의 핵심은 자산(부동산)가치 하락과
빚 줄이기(디레버리징 deleveraging)입니다. 버블에 한계가 왔을 때 가계나 기업들은 돈을 버는 것 보다
빚을 줄이는데 더 많은 집중을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쿠(Koo)는 가계.기업들이 빚을 줄이기 위해
저축하는 돈을 정부가 끌어다 수요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중자금을 정부가 가져다 쓰게되면
소위 "구축효과"가 일어날수도 있겠지만, 쿠(Koo)는 경제(가계,기업)가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상황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합니다. 구축효과는 버블상황이 아닌 보통의 경제상황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 구축효과 - 정부 지출 증가 때문에 발생하는 민간 부문의 소비 및 투자 감소를 말한다.]

이렇듯 사람들의 빚 줄이기가 시작되면, 즉 디플레이션 시기에 사람들이 빚을 갚아 나가는 추세가
점점 더 늘어나면 갚아나간 만큼의 돈이 시중에서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시중의 돈은 더욱더 줄어들게
되는데 이것은 결국 빚진 사람들이 돈을 벌기가 더 힘들어 진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은행의 입장에서 A라는 사람이 빚을 1천만원 갚았다면,
예전 같으면 A가 갚은 돈 1천만원으로 다른 B에게 대출을 해줌으로써 신용을 계속적으로 창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 시기에는 B가 더 이상 돈을 빌려 쓰지 않습니다.(@ B도 빚을 갚아야 하므로)
그래서 정부는 금리를 점점 더 내려서 제로수준까지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가계와 기업들의 빚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이러한 과정이
장기적, 그리고 반복적으로 진행된다면 국가경제 전체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증폭되게 되는 것입니다.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잃어버린 30년을 향하고 있는 일본은 쿠(Koo)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가장 잘
증명한다고도 할 수 있는데, 노무라 증권에서 발표한 연구 보고서(2007)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6년
까지의 기간 동안 일본국민들의 자산 가치는(토지와 주식) 무려 1,500조엔(@최근환율기준 1경 5천조원)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최근 환율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GDP의 10배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규모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산가치의 하락이 무엇보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행)의 상환요구를 가속화 시킨다는 점입니다.
결국 가계와 기업들은 소비와 투자를 줄이면서 자신들의 부채 정리에 모든 노력을 다하게 되고, 이것은
국가 경제를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끌게 됩니다. ... 모두가 잘 아시다시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의미는 실업이 증가하거나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하락하거나 최소한 정체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득의 변화는 다시 경제를 불황속으로 빠뜨리며 악순환을 낳는 것입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사이클은 수치로도 증명되는데
앞의 노무라 증권 보고서에서 1998년 하반기 일본 시중은행 전체의 자산규모는 약 760조엔 이었으며,
1998년 당시 일본의 (명목)GDP는 대략 490조엔(한은 해외 통계로는 약 4조 달러) 이었습니다. 그리고
민간 부문에서의 신용(대출) 규모는 대략 590조엔 이었는데, 이후 일본 국민들과 기업들이 빚을 열심히
갚아나가면서 2006년 하반기가 되자 이 수치는 은행 전체 총자산 규모는 790조 엔으로(2006년 명목 GDP
550조엔) 약 30조엔의 소폭 상승의 변화를 보였지만, 민간 부문의 신용(대출) 규모는 491조 엔으로 무려
100조 엔(원화 규모 1천조원)에 가까운 빚이 줄어들게 됩니다. 즉, 일본 국민들과 기업들은 8년동안 해마다
원화규모로 대략 120조원이 넘는 빚을 갚아나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빚을 갚아나가는 것은 좋은 일 아닌가? ~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경제 전체적 측면에서는 A의 부채(Debt)는 B의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경제에 <부채 Debt>는 적정수준이 확보될 때에는 상당히 긍정적이며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부채가 고용을 창출하고 소비를 진작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드는 역할을 정부가 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건설, 토목에 부채를 너무나 많이
배분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정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우리 국민들의 가계부채는 부동산에 너무나 편중되어 있습니다.
다들 아는 얘기를 해보자면, 주식이든, 아파트든 ... 가격의 상승과 하락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수요와 공급>입니다. 이게 기본입니다. ... 그럼 현재 한국사회에의 현실은 어떨까?

먼저 수요측면을 살펴보면 올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하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왜 생산가능인구가 중요한가 하면, 이들이 바로 부동산의 직접적인 수요계층 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돈을 버는 소득계층 이라는 뜻입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혁명적인 정책이 아닌 이상, 한국사회에서
돈을 버는 인구는 점진적으로 줄어들게 되어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과거보다 소득수준이 월등히
높아진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부동산 시장변화를 예측하려면 생산가능인구의 하락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놓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변수로서의 공급> 측면입니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부터 1990년 초까지 대략 5년여의 기간 동안 급격한 부동산 버블이
형성되었고 1990년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일본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수요측면에서 보자면 부동산(주택) 가격의 하락에 있어서 수요 감소로 가격이 상승하거나 최소한 보합을 유지했어야
하는데도 결과는 20년 초장기 불황이라는 디플레이션(자산 가치 하락)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사정(생산가능인구 감소 => 수요감소)이 상수라면 이러한 일본의 변화는 공급측면에서
찾아야 그 해답을 정확히 알수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국토부에 해당하는 일본의 국토교통성에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본격적인 부동산 하락이
진행되는 1990년 초부터 그 이후에도 일본은 부동산 공급을 줄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당시 일본의 주택공급(착공기준)량을 살펴보면, 1992년 140만호, 1996년 160만호, 2008년 110만호,
2009년 80만호, 2010년 81만호, 2011년 83만호, 2012년 88만호, 2013년 98만호, 2014년 90만호 등
1992년부터 2014년 까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거의 해마다 100만호 수준에서 주택 공급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분명 수요는 감소하는데, 공급은 수요 감소라는 현실적 부분을 맞춰가지 못함으로써 부동산 부분에서의
가격하락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 그리고 이러한 자산가격 하락은 앞서 언급했던
리처드 쿠의 대차대조표 불황에 따라 국민경제가 악화되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이렇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이유중 하나로 <정치 – 세습되는 지역 정치> 를 지적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일본 (특히)자민당 의원들은 지방에서 대를 이어 의원자리를 물려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불어 이들 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역구에서 거의 한 두 개 정도의 건설(부동산)관련 사업채를 운영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성장잠재력을 키우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는데 투자를 해도 돈이 부족한데
그 어마어마한 돈을 무려 20년을 넘게 주택을 짓는데 쏟아 부었으니, 어쩌면 지금의 일본 상황은
예견된 결과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청년)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던 기회를
20년 동안 안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더불어 이러한 불편한 일본의 현실이
지금 우리 한국사회에서도 끔찍할 정도로 똑같이 재현되는 것을 보면서
폴란드의 경제학자 오스카 랑게(Oskar Lange)의 말이 생각납니다.

< 모든 가격은 정치적이다! - 오스카 랑게(Oskar Lange)>




[@ 무시하는 것,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그리고 관심을 버리는 것 ...

때로는 관심을 얻는 것보다
관심을 버리는 행위 하나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냥 무시하며 그 어떤 시선도 주지 않으면 너무나 편해질
이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포기상태. ... 하지만, 그러한 행위들이
나의 삶과 그리고 가족의 현실과 맞닿은 세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면
우리는 그 세계와는 단단히 결속된 채 영원히 죽은 증인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 라는 주장이
얼마나 효력이 없는 주장인지 우리는 반드시 깨달아야 하는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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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경제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