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6일 목요일

◆화장하는 여자와 테일러리즘(Taylorism)으로 바라본 한국의 노동 - (잡설의 성격) (by 물파스)

이른 아침 여자 J(제이)는 스마트폰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 그리고 
출근을 위해 세안을 마치자마자, 화장대에 앉습니다 ... 잔각질 제거와 모공 수축에도 좋다는
"아스트린젠트" 라는 화장품을 바르고 ... 이어서 세안으로 불안해진 Ph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그리고 자연피부 보호막을 형성해 세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스킨(스킨토너)을 바릅니다.
[◆ Ph - 수온 이온 농도의 약자로써, 산성과 알칼리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 ]

다음은 고농축 영양분이 듬뿍 포함된 수분 에센스를 피부가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최대한 깊게 바릅니다. 여기에 수분만큼 중요한게 유분이죠 ... (유분)크림을 바릅니다. 
이제 아이크림과 립크림을 발라주고,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날아 가지 않도록
마무리 크림을 발라줍니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기초(화장) 라고 합니다 ... '기초!'

뭐 ~ 기초가 튼튼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 (-_-;) 
이제부터 여자 J는 본격적으로 풀메이크업 모드에 들어갑니다.
색조화장 전에, 모공과 옅은 주름 같은 패인피부를 채워주는 "프라이머"를 바릅니다. 
그 후 선크림을 발라야 하는데, 만약 선크림을 프라이머 보다 먼저 바르면 
모공에 선크림이 미리 채워져 피부 트러블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기초화장이 끝나면 본격적인 색조화장이 시작되는데 이때 프라이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가장 첫 번째 (색조)화장 순서가 바로 선크림입니다.

선크림은 먼저 유통기한을 잘 살펴야하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1)무기자차 선크림과 (2)유기자차 선크림을 구별한 후, 본인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선크림을 바르면 하얀 분가루를 칠한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백탁 현상" 이라고 합니다.
백탁 현상은 자외선을 튕겨내기 위한 미네랄 막입니다.(일종의 돌가루) ~ 따라서 백탁 현상이 심한 것은 
자외선 차단효과가 뛰어난 것이지 싸구려 제품은 아닌 것입니다. 

무기자차 선크림은 백탁 현상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피부에 보호막을 형성해서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인데,
대신 피부자극이 적은 장점이 있습니다. 유기자차 선크림은 피부에 흡수된 햇빛을 열로 바꾸어
자외선을 차단합니다. 로션처럼 투명하게 흡수되기 때문에 백탁 현상은 없지만, 
대신 무기자차 선크림 보다는 피부자극이 많습니다. 

선크림 선택이 결정되면 파운데이션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피부색을 보정하여 
BB크림을 바를 때 피부톤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는 메이크업 베이스를 바릅니다. 
이후 BB, CC 크림으로 최대한 생얼에 가까운 얼굴을 만듭니다. 
지금까지 발랐던 유분기 성분의 제품들이 피부에 잘 붙어있도록 하기 위해
파우더와 팩트를 발라줍니다. 이어서 피부의 화사함과 얼굴의 윤곽(입체감) 등을 살려주기 위해 
하이라이터를 바르는데, 이때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 이제 고비를 넘겼으니 
볼터치로 얼굴에 생기를 넣어주면서 여자 J(제이)는 화장을 마무리를 합니다.
(@ 얘기가 길어지므로 아이라인과 마스카라, 입술은 생략합니다.) 

19세기 말, 미국에서는 기업규모가 커지면서 노동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노동자의 사회적 권리와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등을 주장하는 투쟁들이 잦아졌고,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들도 점차 많아지게 됩니다. 이때 프레더릭 테일러(F. W. Taylor) 라는 
한 엔지니어가 (산업)노동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노동관리 방법)을 
개발하게 되는데 ... 바로 현대 자본주의 생산관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테일러 시스템" 인 것입니다.

테일러는 노동자들을 거대한 기계의 부품으로 생각했습니다. 또한 노동과정을 빈틈없이 조직해서
노동자(종업원)들이 계획된 대로 잘 따른다면 상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흔히 "과학적 경영"으로 명명된 이것은 모든 생산과정을 표준화하고 합리화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특히 테일러의 시간동작연구(Time and motion study) 는 근로자들에게서 생산과정의 지식과 통제권한을
빼앗아 그 지식이 모두 경영자에게 돌아가도록 만들었습니다. 시간동작연구는 각 노동 단계마다 규정시간과 
작업의 순서를 정하는 등 ... 노동자들이 철저히 고안되고 표준화된 환경 속에서 작업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철강 공장의 예를 들어보면,
삽질하는 각도와 횟수, 빈 삽일 때의 올바른 걷기와 자세, 수레가 가득 찼을 때 가장 적절한 삽의 위치 ... 등
철강공장 노동자들의 일반적인 작업 과정을 50~60가지 요소로 분해하고, 이때 스톱워치를 들고 
각 과정마다 최적의 시간을 찾아내서 전체과정의 최고 효율을 가져다줄 목표시간을 계산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노동자들의 "주관적 행동 하나하나를 수학적으로 객관화" 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노동자들이 테일러 시스템을 잘 따르고 이행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장에는 관리.감독(감시)하는 자들을 배치하기도 했는데, 불합리한 감독체계와 훈육시스템 이라며 
주위에서 많은 저항이 있었습니다. ... 결론적으로 테일러 시스템은 
수공업 장인들과 숙련공들의 자율적 기반을 모두 무너뜨렸습니다. 다시 말해,
노동의 비숙련화와 숙련저하를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뜨린 것입니다. [@ 시간과 동작의 표준화 ]

◆ 그런데 여기서 "여성의 화장법"에 테일러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 ~ ?

앞서 여자 J의 화장법과 순서의 대해 얘기 했었습니다. 남자가 면도 하는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차원이 다른 신세계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 아무튼 ~ ! 
세계 모든 여성들은 (화장하는 순서는 비슷할 수 있겠지만) 각자 나름의 화장기술(기법)을 보유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근 전 화장에 투자하는 시간도 모두 다를 것입니다 ... 그런데 아스트린젠트나 스킨(스킨토너), 
수분 에센스 등을 바를 때, 그 사용량과 바르는 방향이 정해져 있고, 여기에 시간마저 제한돼 있다면 ... 또한
프라이머와 선크림, BB크림과 하이라이터 마저 규정된 시간과 정해진 (화장)방법을 따라야 한다면, 
이제 여자 J는 출근을 위해 집에서 나올 때, 다른 수많은 출근 여성들이 자신과 같은 시간에 
집에서 나온다는 걸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화장(make up) 은 여성에게,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 또한 
여성은 명명된 "여성" 이라는 그 이름 자체에 이미 "아름다움"이 내포되어 있지만,
화장은 여성들에게 더 많은 아름다움을 갈구하게 만드는 너무나 유혹적이고 탐욕적인 
외화(外化)의 도구입니다 ... 그리고 화장(make up)은 여성에게 있어 자율성과 주체성, 
정당성이 부여된 일종의 권력입니다. 하지만 팔의 각도와 붓 터치 횟수 같은 표준화된 화장 방법과 순서,
(수많은 종류)화장품의 1회 사용량, 화장 시간 등에 있어서 모두 정해진 매뉴얼을 따라야만 한다면, 
이후부터 "여성" 으로서의 정체성과 권력 등은 모두 소멸되어 사라질 것입니다. 

한마디로 숙련된 화장법은 사라지고 오직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 즉!
아침 출근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단순하고 수학적인 화장법만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여성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와 그 자유로운 의지마저도 박탈당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테일러 시스템은 여자 J를 "화장하는 여자"가 아닌, "출근하는 여자" 로 만들게 됩니다.

[◆ "인간의 본능 중에서 학습능력만큼 인간을 본래의 모습에서 
멀리 벗어나도록 만드는 것은 없다. 이 학습능력이 인간의 행동 양식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킨 원동력인 것으로 드러난다 ... 인간이라는 존재의 
조건을 크게 바꿔놓은 것도 바로 이 학습능력이다. 

학습능력은 또한, 인간이 자신의 본능적 토대에서 점진적으로 멀어짐에 따라 
말하자면 무의식을 희생시키면서 의식에 관심을 집중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의식적인 지식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함에 따라 생기는 무수한 
정신적 장애와 어려움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 결과 현대인은 자신을 아는 범위 
안에서만 자기 자신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다 ... 자신을 아는 능력은
환경적인 조건과 지식에 대한 욕망에 크게 좌우되며, 그 능력에 대한 통제는 
현대인의 본래의 본능적 성향을 변화시키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인의 의식은 주로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관찰하고 
조사함으로써 스스로 적응해 나간다. 그러면 현대인은 그 의식의 특성에 맞춰 
자신의 정신적 자원과 기술적 자원을 적응시켜야 한다. 

@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 칼 구스타프 융/ 133~134 페이지(부글북스) ] 


성공한 인생이 되기 위해 교육제도를 통해 피나는 학습을 했는데
이제는 집단에서 버림받기 위해 학습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니 ~
세상일이란, 참 ~ 모순 그 자체인것 같습니다. ... 그나저나 융의 분석은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인용을 하면서도 입에서 연신 감탄사가 나오더군요 ~ 각설하고,
전에 TV 다큐에서 어느 직업 잠수사의 인터뷰가 생각났습니다.

" 우리는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먹고 산다! "

어쩌면 2016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모든 노동자들 또한 잠수사와 마찬가지로 
"일(labor)" 이라는 관념은 그저 자신의 등짝에 축축한 관(棺)을 하나 들러메고 
언젠가 적당히 파묻힐 그 곳을 향해 쉬지않고 달려가는 수학적 경주같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테일러의 시간동작연구(Time and motion study)는 
융이 말한, 인간을 자신에게서 가장 멀어지게 만드는 학습(능력)에 다름이 아닌것입니다.
쉽게 말해, 수학적으로 치밀하게 학습된 지식(노동)은, 그것이 마치 노동의 본질로써 
우리에게 의식화되고, 이로인하여 노동자들은 점점 더 노동의 (실질적인)본질로부터 멀어지며 
원인모를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사견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 세기도 더 전에 출현한 테일러리즘(Taylorism)이 
마치 현대에 와서 다시금 재현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테일러리즘 시즌 2]
기업들의 경쟁력을 위해서 치밀히 계산된 (생산성을 위한)최적화된 삽질의 각도와 횟수.
표준화된 노동자의 걷는 폼과 적정한 보폭 등 ... 삽과 같이 도구화된 오늘날 "노동"은 
기업이 정해놓은 표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불편한 시선덩어리가 될 것입니다. 
마치 출근하는 여자가 아니라 화장하는 여자처럼 말이죠 .... ...




[@ 오랜만에 짧은 글 하나 올립니다.
20대때 미친듯이 사랑했던, 그러나 저를버리고 떠나간 여인이 
결혼 7년만에 돌싱이 되어 연락을 해왔습니다.(초등학교 동창)
지금은 서로가 20대라는 생물학적 전성기를 지났지만,
이미 서로가 서로를 알만큼 많이 아는 상태라 ~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다른 연인들과는 다르게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이 대부분은 필터링 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편하긴 한데, 부작용도 있는것 같습니다. ... 모든 것이 필터링되다보니 
설레이는 순수한 사랑의 감정보다는 서로에게 "몸"만 남은 상태 ; ;; 
나름 이성적이라 생각했던 제 자신에게 지금 스스로가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 
융이 말한 것처럼 "학습"이라는게 뭔지 ~ 참 ;;;

이슈인은 자주는 아니더라도 계속 눈팅은 했었습니다.
당분간은 이 학습(?)의 오류에서 벗어나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할듯 보여서 
예전 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정성글로 찾아뵙겠습니다. ]






이슈인에 오지 못했던 한동안 
제 주변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후배는 해고에 가까운 자발적 퇴사를 하였고 
지인 한 분은 아이 둘을 남기고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평소 야근이 잦았던 남편이 일의 피로에 대해 부인과 자주 얘기했었다고 합니다.

지금에와서 자살의 원인을 다투어봐야 별 소용은 없겠지만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암연구소(IARC)에서
심야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는 부분에서는 
마냥 소용이 없지는 않겠다 싶습니다. 

제가 글에서 한국의 노동자들이
"관을 들러멨다"고 표현한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언제든 해고의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의 상실감과 무력감 ... 그에 따른 혹시모를 "자살충동" 
여기에 발암물질로 치환된 야근 등의 위험이 ... 우리 노동자들에게는 
잠수사가 저승에서 일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딜레마죠 ... !
살기위해 "일(Labor)"하는 것인데, 
"일(Labor)" 자체가 잠재적 죽음(관)을 들러멘 고된 과정이라는 것 ... 바로 양가적 딜레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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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경제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