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6일 목요일

◆피케티에 관한 짧은 생각 (by 물파스)

"불평등" 이라는 단어는 정의하기가 참 어려운 명제입니다. 
(소득, 분배)불평등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현실적인 삶과 직접 맞닿아 있는 
경제적인 부분에 속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선명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체제(제도) 영역으로 이동하면 "불평등"은 그 즉시 아젠다(agenda)화 되면서
정치적 문제로 둔갑해버립니다. 그리고 수많은 논쟁으로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면서 
선명성을 흐리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불평등에 대한 접근과 담론은 
선명성이 더 높은 경제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 아무리 완벽한 해법을 내놓는다고 해도 결국은 그 해법이 적용되는 대상은 
국민들이며, 국민들의 (경제적)삶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 마치 우리가 섹.스(S.ex)를 어떤 정책이나 책으로 배우지 않듯이 말입니다.

그럼 우선 피케티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특히 통계 부분) 몇몇 보수측 입장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피케티가 공격(?) 받는 이유 중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데이터의 불연속성입니다.
아시다시피 피케티는 3세기에 걸쳐 20여개국의 방대한 역사적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사용한 데이터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또한 19세기와 20세기 초의 데이터에서는 
장기간 연속성을 가진 데이터 자체도 확보하기 힘들었지만, 이 시기에(@ 산업화와 금융의 발전)
데이터의 구성항목 또한 수시로 바뀌게 되면서 자료의 부재와 불연속성이 수시로 일어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 예를 들면, 시계열자료가 1구간(1년 ~ 7년), 2구간(5년 ~ 12년)으로 나눠지고 
각각의 구간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자료가 있는 반면, 각 구간에만 사용되는 독립된 자료가 있다면 
이는 전체 구간인 <1년 ~ 12년>에 반드시 불연속성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 공통된 자료만 사용되었더라면 당연히 <1년 ~ 12년>은 단 하나의 시계열 값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두 구간에서 겹치는 구간인 <5년 ~ 7년>에서 자료의 구성항목이 어떻게 바뀌었으며, 
그 차이점은 무엇인지, 그래서 그 차이점 혹은 편차를 조정함으로써 두 구간을 하나의 구간으로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다시 예를 들면, 1구간에서 부(富)의 기준항목에 자동차가 포함되었고 
2구간에서는 자동차가 제외되었다면, 그래서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2구간에서의 부의 측정치는 
1구간에 비해 더 낮게 측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가 보완되기 위해서는 각각의 구간에서 사용되거나 사용되지 못한 자료에 대해
반드시 미세하고 정교한 조정 작업이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2구간에서 제외된 자동차의 비중을 
다른 여러 자료(항목) 값에 분산하여 가중치를 더하는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방법론임.) 
결론적으로 200여 년간의 일관되고 연속된 시계열 데이터를 확보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피케티는 영국 데이터를 연구할 당시에는 다음의 6가지 출처를 사용합니다. 

[1] 린더트(Lindert, 2000), 소득분배편람(1810~1870), 공증된 재산, 토지, 빚, 직업에 관한 
역사적 자료 사용.

[2] 앳킨슨, 고든, 해리슨(Atkinson, Gordon, & Harrison, 1989), “영국 상위부유층이 전체 부에서
차지하는 비율의 경향 1923~1981”에서 국세청 재산 데이터. 표1(1923~1981)

[3] 앳킨슨, 고든, 해리슨(Atkinson, Gordon, & Harrison, 1989), 국세청 시리즈 C데이터. 표2(1966~1981)

[4] 국세청 통계(Inland Revenue) 2005, 테이블 13시리즈 C(1976~2005)

[5] 국세청 개인재산통계(2002~2009)

[6] 통계청(ONS) 재산과 자산 설문조사(2006~2010)


피케티는 위와 같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부의 분배 상태를 추적 관찰했고, 앞에서 언급했던
구간의 불연속성에 대한 하나의 시계열 값을 얻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조정과정을 거쳤으며 
데이터의 연속성(하나의 시계열 값)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조정과정의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분명히 연구자들 마다 견해차이가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피케티는 이를 온라인에 
모두 공개하고 열린 담론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피케티를 공격했던 파이낸셜타임스 같은 일부 언론들은 이 부분을 간과하고(조정과정을 거치지 않고)
피케티가 통계를 조작했다고 공격했던 겁니다. ... 한마디로 성급한 공격(?) 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이미 앞에서 언급했듯이 피케티의 주장은 정치영역으로 이동하면서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논리로
그 선명성이 점점 더 흐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득과 분배의 불평등은 분명히 우리 삶의 문제와 직결되는
경제적 문제입니다. 물론 정치와 경제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치영역에서 불평등 문제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과, 실제 우리가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문제에는 
반드시 괴리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예를들어, 중소기업에 다니는 연봉 5천만 원의 김철수씨는 현 시세 4억짜리 아파트에 
전세 2억으로 살고 있습니다.(전세가율 50%) 그런데 2년 뒤 아파트 가격이 6억으로 상승했다면 
그래서 전세가율 50%에 맞춰 전세금 또한 2억에서 3억으로 1억원 상승할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된다면 김철수씨는 본인 연봉을 2년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두 저축해야만 1억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됩니다. ... 이것은 단순 가정이지만, 이미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삶의 일부입니다.

피케티 주장에 대해 정치영역에서 아무리 수많은 갑론을박이 오고간다고 해도
저는 개인적으로 "자본은 축적된다!" 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미국 월가의 퀀트(천재적인 금융공학 인력) 몇 명의 생산성이
중국의 제조업 공장 노동자 수백만 명의 생산성보다 더 높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중국이 최악의 환경오염을 견디면서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하루 10시간 넘게 공장에서 
저임금으로 고생할 때, 월가의 천재 퀀트 들은 마우스 클릭 몇 번만으로도 수백만 명의 노동력을 
월등히 앞선다는 뜻입니다.  

조금은 과장된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웃어넘길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금융" 이라는 산업은 보편적으로 '매출원가'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미식 자본주의는 
자금 조달구조가 거의 대부분은 투자금융 형태이기 때문에 대출처럼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때문에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이 도입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금융의 자본수익률은 
극대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 쉽게말해 월가에서 브릭스 펀드나 차이나 펀드를 만들때 
토지와 공장과 기계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다시한 번 강조하지만 .... ... 
우리에게는 섹.스(S.ex)를 책으로 배우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 피케티 주장에 대한 진보와 보수측 견해가 아주 팽팽합니다. 
제가 이미 글에서 밝혔듯이 부와 소득의 불평등 문제는 엄연한 우리들의 경제적 삶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정치영역에서 좌.우로 나뉘어 진영논리에 휩싸이면 해답을 찾는것은 요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에 한진해운 사태가 벌어졌을때 해운산업 관련 글을 올리려다 정리못한 부분이 있어 
지금 그 부분을 마무리짓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케티 관련된 내용들을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은 
인터넷에 자료가 상당히 많이 있기 때문에 ... 저는 여기서 저의 견해를 간략히 전하는걸로
대신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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