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6일 목요일

◆ 조선업과 금융(외환)이야기 (by 물파스)

현재 국내 조선업 사정은 이미 검색 만으로 얼마든지 많은 정보를 알수 있으므로 생략하고 
대신 조선업과 연관된 재밌는 금융 이야기 중에 외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여러 방송 뉴스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지만, 현재 한국의 조선업 사정이 많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과거, 특히 2003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국내 조선업체들은 세계 조선경기의 호황 덕분에 
선박수주 물량이 급증했었습니다. 이에 따라 "선물환매도" 같은 환율관리가 큰 폭으로 증가했었는데 
이렇게 수출기업(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와 이를 받아주는 은행들의 "외환 포지션조정" 등은
외환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용어나 내용이 어렵거나 처음접하시는 분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제 자세히 설명드릴 겁니다. ]

조선업은 해외에서 선박을 수주 받으면, 그 즉시 수출을 할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주를 받으면 그때부터 선박 건조를 시작해, 보편적으로 배가 완성 되기까지는
대략 3년(혹은 1~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 당연히 수출대금도 3년이 되어야 받을수 있습니다.
(▶ 사실 선박수출대금은 수주계약후 3개월내에 15% 정도 받고, 나머지는 1차, 2차, 3차 중도금과 
선박 인도시 잔금 등으로 여러차례 나눠서 받습니다.) 

이렇게 조선업체들 입장에서는 수출대금이 무려 3년(혹은 1~2년)이라는 장기간의 시간에 노출되므로서
당연히 환위험 관리에 신경을 쓸수밖에 없습니다 ... 쉽게말해, 현재 환율이 (1$=1,000원) 이며, 
수출액이 10만 달러($) 였다면, 원화로 환산하면 1억원이 됩니다. 그런데 이 수출대금을 1년뒤에
받기로 계약했고, 1년뒤 환율이 만약 (1$=900원) 이었다면(환율 하락), 원화로 환산하면 9천만원이 되어 
수출업체는 1천만원을 손해보게 됩니다 ... 그렇다면, 수출업체(조선업체)들의 선물환매도가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 계약기간을 1년으로 가정하고 설명하겠습니다.(현재 환율 1$=1,000원) ]

(1) 외국선사에서 국내조선업체 에게 선박을 주문합니다. 선박의 가격은 1억달러이고,
배를 완성하는데 1년이 소요됩니다.

(2) 조선업체는 외국에서 배를 주문 받았지만, 돈은 1년뒤에 달러($)로 받을 예정입니다. 그래서
주거래 은행에 1억달러를 (1$=1,000원)의 환율로 미리 팔아 버립니다.(선물환매도)

"나에게(조선업체) 1년뒤에 1억달러가 확실히 들어옵니다. 그러니까 1년뒤에 1억달러를 
당신(은행)에게 팔겠습니다. 다만 그때(1년뒤)에 환율이 어떻게 변하든지 상관하지 말고
무조건 1억달러를, 1달러($)=1,000원의 환율로 사주십시요!"

(3) 조선업체의 선물환매도를 받아준 은행(선물환매입)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습니다.
만약 1년뒤에 환율이 (1$=950원)이 되었다면, 1년뒤 조선업체에게 1억달러를 받고, 
계약(선물환계약)대로 조선업체에게 1,000억원을 줘야 합니다(1$=1,000원) ... 그리고 받은 1억달러를
외환시장에 내다 팔면 950억원이 되기 때문에, 50억원을 손해보게 됩니다. 다시말해
은행도 환율변동의 위험(환율하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 그래서 은행은
조선업체의 선물환매도를 받아주고, 그 즉시 해외(주로 런던시장)에서 1억달러를 빌려옵니다.
물론 이자도 줘야 합니다 ... 보통 해외에서 자금을 차입할때는 리보(LIBOR)금리가 적용됩니다.

(4) 이제 은행은 해외에서 빌려온 1억달러를 외환시장에 바로 내다 팔아, 원화 1,000억원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국내의 가계나 중소기업 등에 만기 1년짜리 대출을 진행합니다. 이때에
적용하는 대출이자는 리보(LIBOR)+2% 수준을 적용 합니다.(가산하는 2%는 은행의 재량입니다)

[ ◆ 1년뒤 배 완성 - 선물환거래 만기 ]

(1) 조선업체는 완성된 선박을 외국선사에게 전달하고, 1억달러를 받습니다.

(2) 조선업체는 선물환매도 계약에 의해 1억달러를 은행에 전달 합니다. 

(3) 조선업체에게 1억달러를 전달받은 은행은, 
1년전에 국내 가계와 기업들에게 대출해준 자금을 회수합니다.[1,000억원+(Libor+2%)] 
그리고 회수한 대출금중 1,000억원을 조선업체에 전달해주고, 해외에서 빌려온 1억달러도 Libor금리를 더해서 
갚아 버립니다. 또한 은행은 아무런 위험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2%의(20억) 차익을 얻습니다.
[ ▶ 참고로 여기에서 고정금리로 자금을 차입한 임의의 투자자 A가 개입 한다면, 
변동금리(Libor)와 고정금리의 교환으로 차익이 발생하는 금리스왑(interest rate swap)을 
도출 시킬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국내 수출기업들의 선물환매도를 활용한 환헷지에 대해서 살펴 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선물환매도 규모가 가장큰 조선업체들의 선물환매도에 관한 메커니즘을(mechanism) 살펴보았는데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선물환매도가 외환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합니다. 

앞서 국내 조선업이 2003년 부터 2008년 상반기 까지 호황을 맞았다고 했는데 
그 기간(2003~2008년 상반기)중에 실제 선박수주 규모가 가장 컸던 
2007년의 수주액은 대략 980억달러($) 규모였습니다. [1$=1,000원 가정하면 무려 98조 입니다.]
또한, 이와 동시에 당시 선물환매도(순매도) 규모는 대략 540억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다시말해
2007년 한해 동안 발생했던 선박수주액 980억 달러는,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선박을 
완성하는데 소요되는 약 3년(혹은 1년, 2년 등) 이라는 기간 동안에 들어올 돈(달러)입니다. 

하지만, 선물환매도 규모가 수주액의 약 55%정도인 540억 달러인데, 이 부분은 선박수주와 동시에
은행들의 외환포지션 조정(해외차입) 등으로 국내에 달러가 미리 공급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 즉! 
수출대금은 선박을 완성하는 기간에 따라서 2년, 또는 3년뒤에 들어와야 되는데 ... 선물환매도에 의해서 
오늘 당장(선박수주와 동시에) 현물(외환)시장에 달러가 공급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3년(2년) 동안에는 국내 경상수지가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달러가 들어오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증명하듯 ... 당시 환율을 살펴보면, 
2002년부터 2007년 까지는 선물환매도(순매도)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동시에
원달러 환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쉽게말해 조선업의 호황으로 달러 유동성 공급은
기업들의 선물환매도라는 환헷지에 의해서 수주와 동시에 발생하고는 있지만, 선박수주와 선물환매도
규모가 한해도 쉬지 않고(2002~2007), 지속적으로 체증하고 있었기 때문에 달러의 공급적측면의 
유동성 또한 증가할수 밖에 없었던 상황 이었고, 이에 따라 환율의 하락은 당연한 수순 이었던 것입니다. 
더불어 이 기간(2002~2007) 동안에는 수출업체(조선업체)들의 선물환매도를 받아주었던
은행들의 외환포지션 조정(해외차입) 등으로 국내에 막대한 원화자금이 풀렸고(대출), 
그 때문에(덕분에) 국내 부동산 시장도 폭발적인 활황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 ▶ 선물환매도(순매도) 규모 ] 
2002년(18억 달러), 2003년(45억 달러)
2004년(125억 달러), 2005년(168억 달러)
2006년(350억 달러), 2007년(540억 달러)
2008년(416억 달러), 2009년(160억달러) 

이제 우리는 수출기업들이 환헷지를 위해서 거래하는 선물환매도에 대한 메커니즘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기본적인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 그런데 만약 여러분들이 2007년 새해에
환율을 예측했다면 어떠 했을것 같습니까? ... 기업들의 수출호조와 경상수지 흑자, 그리고
조선업의 꾸준한 호황과 기업들의 지속적인 선물환매도 물량도 증가하고 있었고, 더구나 
국내 유수의 경제연구소나 정부기관의 연구소들도 2007년과 2008년의 환율을 800원~900원대로 
전망하고 있었습니다 ... 이때에 견실한 국내 중견기업에게 거래은행이 찾아와 이런 제안을 하게 됩니다.

[ 2007년 5월 ]

▶ 은행 담당자 
"사장님!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까지도 환율이 계속 내려갈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수수료 비싼 선물환매도만 하지 마시고, 좀더 수수료가 저렴하고 안전한 새로운 상품이 있는데 
가입 하시는게 훨씬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 중소기업사장
"그런 상품이 있습니까? ... 하긴 선물환매도 수수료가 부담이 되긴 합디다! 근데 어떤 상품입니까?"

▶ 은행 담당자
"사장님! 지금 환율이 930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상품에 가입하고 나서, 사장님 회사에서 
수출대금을 받는 시점(1년후 가정)의 환율이 만약 850원~950원 사이에 있었다면, 
(1$=950원의) 가격으로 저희 은행에 수출대금($달러)을 팔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환율이 900원 이었다면... 그리고
수출대금이 10만달러 였다면, 저희 은행에서 10만달러를 900원이 아닌 950원에 사드린다는 것입니다. 또한 
수출대금을 받는 시점(1년후 가정)의 환율이 만약 950원~1000원 사이에 있었다면,
그 때의(1년뒤 수출대금 받는시점) 환율 그대로 저희 은행에 10만달러를 파실수 있습니다. ~ 즉! 
수출대금 받는 시점의 환율이 970원 이었다면, 10만달러를 970원 그대로 저희 은행에 파실수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사장님께서는 수출대금을 받는 시점의(1년뒤) 환율이 850원~1000원 사이에만 있다면, 
선물환매도 보다 저렴한 수수료를 부담 하시면서 모든 환위험을 관리 하실수 있는 것입니다! ... 더구나 
향후 환율이 내려가면 내려갔지 1,000원을 넘는 다는것은 거의 불가능 하지 않겠습니까!"

▶ 중소기업사장
"조건은 좋긴 한데 ... 그럼 당신네들은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 절대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것이 
당신네 은행들 인것 같은데 ...? 혹시 다른 추가 조건도 있으면 말해보슈!"

▶ 은행 담당자
"맞습니다! ... 이것도 쌍방간의 거래인데, 저희도 물론 상대에게 유리한 조건만을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추가 조건이 존재하긴 합니다! 그것은 환율이 한번 이라도 850원(하단 배리어Barrier)에 도달 한다면 
계약이 무효(녹아웃 Knock out)화 되는 것이고, 환율이 1,000원(상단 배리어Barrier)을 넘어 선다면, 
사장님께서는 950원에 계약금액(수출대금)의 두배의 액수를 저희 은행에게 파셔야 합니다.(녹인 Knock in) 
다시말해 1년뒤 수출대금을 받는 시점의 환율이 만약 1050원 이었다면, 
시장(외환)에서 2억1천만원(1050원×100,000$×2)을 주고 20만달러를 확보한 다음, 저희 은행에게 
1억9천만원(1050×950×2)을 받고 20만 달러를 파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장님께서도 환율이 1,000원을 넘어 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 중소기업사장
"좋습니다! 계약 합시다!" 

위의 중소기업 사장과 은행직원과의 대화에서 언급된 새로운 상품이
바로 수많은 우리나라의 견실한 중소기업들을 한방에 보냈던 그 유명한 "키코(KIKO)" 입니다 !

2007년 까지는 환율도 어느정도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조정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에 MB정부가 출범하면서 강만수 장관의 고환율 정책으로, 2007년 12월 까지만 해도 
930원대 머물러 있었던 환율이 2008년 3월에는 980원으로 상승했고, 5월에는 1038원으로 6개월 남짓한 기간에 
무려 100원 이상을 인위적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중요한건 이 당시 키코 피해 기업들의 대부분이
상단가격이 1,000원이 안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튼튼하고 유명했던 태산엘시디가 키코계약 때문에 휘청거렸는데 ... 

"태산엘시디는 2008년 상반기 매출 3441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을 기록 했지만, 
같은기간 키코로 인한 손실규모는 806억원에 이른다 - (머니투데이. 2008년 9월17일)" ... 이 외에도

아이디에이치(IDH), 우수씨엔에스 등, 2009년 9월 농협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는
공개된 피해 기업만 50 여개에 손실규모가 무려 4조7천억원이 이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언론에 공개된 수치일 뿐이지 실제 피해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서고, 기업체도 
100 여개 업체가 넘는다고 합니다. 


(@ 글에서 언급된 수치는 모두 한국은행 통계자료를 인용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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