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6일 목요일

◆부채(Debt) 언어 이야기 (by 물파스)

...... .... < 거미 / 김수영 > .... .......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1954년>


[◆ "을씨년스러운 가을날. 시인은 맥없이 거미줄을 쳐 놓고 먹이를 기다리다 비쩍 말라가는 
거미를 본다. 날아다니는 곤충도 없는 가을에. 거미의 몰골은 서럽기만 하다. 
이 순간 시인은 자신도 가을 거미와 같다는 자기 이해에 이른다. 자신도 바라는 것이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서러운 것이다" - 김수영을 위하여 中 (151페이지. 강신주) ]

[◆ "나는 왜 거미를 보자마자 서러웠던 것일까?"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이기에 거미를 보고 설움을 느꼈을까?" ... 이런 의문이 풀리는 때에, 
다시말해 이루어지기 힘든 무엇인가를 바라느라 자신이 서럽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때, 
김수영은 시의 초고에 해당하는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 김수영을 위하여 中 (152페이지) ] 

어느 가을날 시인은 우연히 집안에서 거미를 봅니다. 먹이 없는 가을날 비쩍 말라가는 거미에게 
시인은 측은한 생각이 들었지만 ... 동시에 자신의 마음이, ~ 서럽다는 마음이 요동치는 것을 느낍니다.
거미를 보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마음입니다 ... 그래서 강신주 선생님은 자신의 저서 
"김수영을 위하여" 에서 김수영 시인의 "거미" 라는 시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본인을 좀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삶이든, 감정이든, 쾌락이든) 
스스로의 내면으로 더 이상 깊게 들어가면 안되며 ... 오히려 자신을 벗어나 
바깥으로 힘차게 또 과감하게 나와야 한다고 얘기 합니다 ... 바깥(외부)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마음을 격동시키기에 더 많은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외부의 파동은 
우리 자신이 사유하지 못한 미묘한 감정들을 발현시켜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것이죠. [@ 거미가 시인의 내면에서 잠자던 "설움"의 감정을 요동시켰듯이 ~ ]


"부채(Debt) 언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 "부채언어" 라는 표현이 
조금은 낯설겠지만 글을 다 읽어보시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 되실거라 생각됩니다. 
본인이 현재 채권자의 입장이든, 채무자의 입장이든 ...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부채(Debt) 언어 이야기" 라는 지금 이 글이 모든 분들에게 김수영 시인의 "거미" 처럼 
각자 내면의 숨어있던 부채에 대한 딱딱한 인식의 틀을 "툭!" 하고 건드려 요동치게 만드는 
시인의 거미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부채(Debt)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투자자에게는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욕망의 충족과 함께, 그 욕망을 확장할 기회도 제공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의심 보다는 경제(시장)의 역동성이 우선적으로 강조됩니다 ... 그러나 무엇보다도 
부채(Debt)의 진정한 힘은 바로 주체들 사이의 ‘관계’ 가 재설정 된다는데 있습니다.
국가와 국가, 기업과 기업, 국가와 기업, 기업과 소비자, 개인과 개인 등과 같은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는 모두 “채권-채무” 라는 단순화된 고도의 함의(含意)로 재설정되고, 그 안에서 부채(Debt)는 
스스로에게 모럴(moral)을 부여해 폭력을 정당화하고, 주체를 예속화 하거나 동질화 시켜
관계를 재구성 하는 새로운 ‘부채언어’를 탄생시킨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아무리 복잡하고 
골치아픈 관계라 할지라도 ‘채권-채무’라는 부채(Debt)가 결부된 좀더 간편하고 이해하기 쉬운 관계로
재구성(설정) 된다면 ... 이후부터는 폭력의 희생자가 마치 무언가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여 지기도하며, 부채가 주인이 되어 주체를 예속화 하거나, 부채와 주체의 속성이 같아지는 동질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 어떨때는 사건(예를들면, 사기나 폭행 등)의 피해자에게
“저 사람은 빚이 아주 많습니다!” 처럼 부채(Debt)를 주입하면 그 순간부터는 진실은 조금씩
주변부로 밀려나고 부채의 크기만큼 피해자에게 도덕적 패널티(Penalty)가 부과되면서 사건의 본질이
왜곡되고, 피해자의 부채언어는 마조히즘(Masochism)적으로 재해석 되기도 합니다.

“넌 여전히 나에게 빚을 지고 있다!” ... 이 말 한마디는 폭력을 정당화 하기에 충분합니다.
1895년 프랑스는 마다가스카르를 침공해 당시 라나발로나(Ranavalona) 3세 여왕의 정부를 해체하고
식민지로 선언했습니다. 이후 마다가스카르 주민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으며, 그들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프랑스는 그곳에 철도와 고속도로, 교량 등을 건설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비용은 식민지(마다가스카르) 주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려고 했으며, 그 과정에서 격렬히 저항했던 
마다가스카르 주민 상당수가 학살 되었습니다(1947년 반란에서는 무려 50만명 정도가 죽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 ... 그리고 오늘날까지 마다가스카르는 프랑스에게 
빚을 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강대국들은 프랑스의 채권자로서의 지위와 그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간혹 프랑스의 도덕적인 부분이 문제시되면, 오히려 부채상환을 지연시키고 있는 
마다가스카르 정부의 도덕성이 더 크게 부각되기도 합니다.

마다가스카르와 비슷한 사례는 볼리비아와 필리핀 같은 제3세계 국가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채언어로 재구성된 이러한 ‘채권-채무’ 관계를 1970년대 신자유주의가 들어선 미국으로 
옮겨보면 조금은 특이한 형태의 관계가 설정되기도 합니다 ... 프랑스와 마다가스카르의 
(채권-채무)관계를 포함한 제3세계 국가들의 부채상환에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던 미국이 이제는 
제3세계 부채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인데 ... 미국의 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부채는 상당부분은 군사비지출과 관련된 것입니다. 더불어 미국의 외채는 주로 미국의 
군사보호를 받는 국가들 ... 즉, 한국, 일본, 독일, 대만, 태국 및 걸프만 국가들의 기관투자자들이 
미국재무부 채권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미국(재무부)으로 
흘러들어온 돈의 진정한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 조금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부채(Debt)인가?, 아니면 보호비인가?... 과거 제국주의시대 강대국들은 자국영토 바깥의 제국들에게 
정기적으로 공물을 요구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은 이러한 관계에 대해서는 제국이 아닌 
‘우방국(友邦國)’ 이라는 좀더 완곡한 어법을 사용하여 재무부로 들어온 돈에 대해서는 모두
부채(Debt)라 주장합니다 ... 조직폭력배가 시장 상인들에게 보호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요구하는 것과 100만원을 빌려달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 아무튼
이렇게 부채언어로 재구성된 주체들간의 관계는 부채에 의해 폭력이 정당화 되기도 하며, 
빚진 자들이 항상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보여지기도 하고 ... 미국의 경우처럼 조금은 다른 형태로 
모습이 바뀌어 힘(military power) 에 의해 부채가 정당화 되기도 합니다.

[◆ 일전에 친구 프레드와 함께 거리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좁은 골목길에서 
권총을 든 녀석이 튀어나오더니 “손들어!” 라고 외치더군 ... 그래서 지갑을 끄집어내는데 
불현듯 ‘몽땅 빼앗길수는 없지’ 하는 생각이 드는거야, 그래서 돈 일부를 빼서 프레드에게 주면서 말했지
“프레드! ~ 전에 너한테 빌린 50달러($)야!“ ... 그랬더니 강도가 버럭 화를 내면서 자기 지갑에서 
1천달러($)를 꺼내 프레드에게 주면서 강제로 나에게 빌려주게 하더군, 그래놓고 강도는 그 돈을 빼앗아 
갔단 말이지! - < 스티븐 라이트(Steven Wright) - 미국 코미디언의 개그 中> ]

총을 든 자는 자기가 하고싶지 않은 일은 안 해도 됩니다. 
빚진 자들이 폭력에 의해 희생을 당해도 그들(채무자)은 항상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보여지게 만드는 
부채(Debt)언어로 번역된 ‘폭력의 정당화’와 함께 ... 주체들간의 역학관계에서 힘(military power)의 
우위로 형성된 권력틀 내에서의 자본이동이 부채(Debt)라는 외피를 쓰고 정당화 되는 미국을 보면서
우리는 미국의 진정한 힘(military power)의 실체에 의문을 갖지않을수 없습니다 ... 그리고 
그 실체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게 된다면 ... 그 역시 배후에는 거대하고 섬뜩한 부채언어가
자리하고 있다는걸 알게됩니다. 

닉슨(Nixon) 대통령은 1970년~1972년에 인도차이나 반도의 도시들과 마을에 무려 400 만톤(t)의 
폭탄, 소이탄을 쏟아부은 전쟁비용을 감당하기위해 달러($)를 변동환율제로 만들었습니다(금태환정지)
[◆ 소이탄(燒夷彈) - 사람이나 건물 등을 화염이나 고열로 불살라서 살상하거나 파괴하는 
폭탄 또는 포탄. 유지나 황 따위와 같은 가연성 물질을 넣어 만든다. ]

변동환율제 이후 달러($)는 소위 '피아트 머니(Fiat Money)' 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금화(gold coin 金貨)는 그 자체로서 고유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금(gold)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하지만, 더 이상 금(Gold)으로 교환해주지 않는 종이돈 달러($)는 액면에 아무리 100달러($)라고
표시를 해도, 미국 정부가 (법으로)“이것은 돈이다!” 라고 주장해야만 돈으로 인정받을수 있을뿐,
그것은 단순히 종이에 인쇄를 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닉슨의 금태환정지 이후,
금(Gold)으로 교환할수 없는 종이돈 달러($)를 ‘피아트 머니(Fiat Money)’라고 하며,
‘법정불환화폐’ 라고도 합니다 ... 또한 이제는 많이 알려져있는 사실이지만, 
미국 정부는 돈(달러$)을 인쇄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의 달러($)는 정부가 발행하는게 아니라
연방준비제도의 후원아래 민간은행들이 발행합니다.

‘연방’ 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도 연방준비제도는 정부기구가 아니며, 
특이한 형태의 공사(公私) 혼성기구입니다. 더불어 민간은행들의 컨소시엄 형태로 
의장은 미국 대통령이 의회 동의를 받아 임명하고, 운영에 대해서는 공적감독을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아시다시피 연방준비제도는 미국재무부 채권을 구입함으로써
미국정부에 돈을 융자해주고 부채를 현금화 시킵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만의 독특한 화폐발행 
시스템 속에서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 2011년 기준 미국의 군사비 지출규모는 무려 7천억 달러($)가 넘습니다.
(1$=1천원일때, 700 조원!) ... 세계 군비지출 순위 2위 국가(중국)부터 10위 국가의 
모든 군사비 규모를 합하여도(5,789억 달러$) 미국의 군사비 규모를 넘지는 못합니다. 
여기에 미국은 대략 800 여개에 달하는 해외군사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막강한 군사력을 활용해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안에 지구상 어느곳이든 정확히 폭탄을 
투하 할수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이와같은 
미국의 힘(military power)은 독특한 화폐발행 시스템[기축통화 달러($)]에 힘입은 
부채언어를 만들었으며 그러한 미국만의 부채언어는 다시 미국의 힘(military power) 으로 
환원되고 있는 것입니다. ]

< @ 미국 재무부의 차용증서들이 세계의 본원통화로 흡수되는 한, 그 차용증서에 대해서는 
갚을 필요가 없어진다. 그 차용증서들은 무한정 공중제비를 넘으며 굴러가게 되어 있다. 
미국이 공짜로 누리는 금융혜택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 즉, 지구촌에 부과하는 일종의
세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 < 경제학자 마이클 허드슨(Michael Hudson) >

부채언어는 국가간의 관계만을 (재)설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국가단위가 아닌
"기업-개인" 이라는 좀더 축소된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것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용카드 시스템입니다.

예를들어 ... 미국같은 경우는 전국 규모의 신용카드 시스템이 구축된 것은
마스터카드(Master card)와 비자(VISA)가 등장한 1968년 부터였고, 1970년대에 직불카드가 도입되었으며,
1990년대가 들어서면서부터 요즘같은 현금이 별로 필요하지 않는 경제가 안착하게 된 것입니다 ...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기업과 개인 사이의 신뢰관계 때문이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신용카드 회사들에 의해서 
구조화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동안 자신의 월급(현금)으로 계획에 맞춰 무난하게 잘살던 
개인들에게 어느 순간부터 개인의 영역으로 침범해 들어온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 card)가
개인들로부터 많은 이자를 걷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신용카드-개인’의 관계에서는(카드회사들이 이자를 걷어 간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개인의 적극적,기계적 부채수요(불필요한)" 라는 새로운 부채관계를 목격할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카드 사용자는 “금액을 선택하세요”, “비밀번호를 누르세요” 등과 같은 
오직 기계(ATM)의 명령에만 오류없이 반응해야 하고, 이러한 기계적 반응은 개인이 ‘0’과 ‘1’의 
디지털 부호로 변환되어 데이터(Data)로 남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것은 개인이 하나의 주체로서 
기능하는게 아니라 ‘신용카드-개인’ 이라는 구조화된 시스템(관계) 안에서 단순한 
부품(기계명령에 복종)과 데이터(Data) 형태로만 존재가 확인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점점 더 많은 이자(불필요한)를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부담하려는 양상이 증가하게 되는데 ... 이 부분은
1인당 신용카드 발급개수와 카드사용한도 증가로 확인할수 있습니다. 
(여기서 ‘적극적’ 이라는 표현은 ‘시스템적’ 이라는 표현으로 바꿔쓰는게 좀더 어울리는 표현일수 있겠습니다)

프랑스와 마다가스카르처럼 폭력이 정당화 되는 관계에서 채무자적 위치의 마다가스카르는 
부채를 부정하고 축소하려 했지만, 신용(카드) 시스템에서 채무자적 개인(사용자)들은 
기계적이며, 적극적, 혹은 자발적으로 (불필요한)부채를 늘리고 인정을 하고 있습니다 ... 더불어 
주택구입대출(모기지), 신용대출 등과 같은 개인들의 각종 대출형태를 포함해, 
우리가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하는 문제는 이러한 모든 부채언어가 언제부턴가 우리사회 안에서 
별다른 의심없이 ‘시스템화’ 되었고, 또 지금까지도 계속적으로 ‘예속화’가 진행중이라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신용카드-개인’ 의 관계는 "부채 예속화에 대한 정당화" 라는 새로운 부채언어로 정의될수 있는데 ... 개인의 삶이 
부채의 노예(예속화)가 되고, 이러한 부채의 예속화는 시스템(사회구조.신자유주의) 안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당연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 그리고 신용거래가 드물었던 과거에는 자본가 계급이 
노동자들로부터 이윤을 착취하는 유일한 방식은 바로 "대량생산" 뿐이었는데
(물론 지금도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오늘날의 자본가들은 이렇게 시스템화 된 부채 예속화를
통해서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미래"까지도 독점하려 하고 있습니다 ~ ~ ~ 

이제 미시적 공간속에서 가장 오랫동안 숨쉬며 존재해왔던 "개별적 개인" 단위의 부채(Debt) 관계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때에도 또 하나의 새로운 부채언어가 탄생하게 되는데 ... 바로 
"부채=개인" 이라는 좀더 직접적인 관계설정 입니다 ... 즉, 부채와 개인의 "동질화" 입니다.

[◆ 웨일스의 법들을 보면 배상은 주로 가축으로 계산되고, 아일랜드 법들을 보면 
주로 여자 노예 또는 황소로 계산되었다. 그리고 게르만의 법전에서는 주로 귀금속이 
사용되었다. - 20세기 최고의 고전(古錢. 옛날돈)학자 필립 그리어슨(Philip Grierson)의 
바바리아 법전(Barbarian Law Codes) 연구 中 ]
(@ 바바리아 법전 (Barbarian Law Codes) : 로마제국 멸망뒤 고트 사람과
프리즐란드 사람, 프랑크 사람 등 게르만 민족들이 정리한 법전. 훗날 러시아, 아일랜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게까지 전파되어 현지에 그와 비슷한 법전을 낳았음)

그리어슨의 바바리아 법전 연구내용을 보면 ... 소, 말, 양 같은 가축절도나
사기 및 상대방에 대한 상해 그리고, 개인들간의 채무관계 위반에 대한 부분 등 기타 여러 사회적 문제에 
관한 형벌조항이나 배상조항들이 나옵니다. 그중에서 아일랜드 법의 배상조항에 있는 "여자 노예" 라는
조항이 눈에 띠는데 ... 이것은 곧 사람(개인)이 하나의 "통화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노예제 시대의 일반적 노예(사람) 개념은 하나의 "상품적" 의미가 강했지만 ... 바바리아 법전에서는
엄연히 배상조항의 한 항목으로서 상품 보다는 "화폐적"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여기에, 굳이 바바리아 법전같은 오래된 고대역사를 들추지 않고도 프랑스의 인류학자 
장클로드 갈레이(Jean-Claude Galey)가 동부 히말라야 지역에서 목격한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여자 노예"와 비슷한 궤적을 찾을수 있습니다 ... 장클로드 갈레이에 따르면 1970년대 까지도
이곳(동부 히말라야 지역)의 하층민들은 “정복당한 사람들”로 불리웠다고 합니다. 

수세기전에 현 지주계층의 선조들에게 자신들(하층민)의 조상이 정복을 당했었고, 
자신들은 그 후손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 땅도 없고 돈도 없던 하층민들에게 
하루를 버티며 사는것도 힘겨운 일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결혼과 장례라는 큰 행사는 
그들(하층민)에게는 매우 부담되는 일이었습니다.

다시말해 상당히 많은 돈이 필요한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하층민) 결혼이나 장례같은 
집안의 대사가 있을때면 지주에게 돈을 빌리지 않을수 없었으며 ... 그럴때면 상류층(지주) 대부자들은
하층민들의 딸을 담보로 요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합니다 ... 예를들어, 만약 어느 하층민이 
자신의 외동딸 결혼을 위해 돈을 빌리려 할때, 딸(신부)은 결혼 첫날밤을 남편과 보내고, 
다음날 부터는 그 상류층 대부자의 첩으로 수개월을 지내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대부자가 딸에게
싫증을 느끼게 되면, 딸(신부)은 노동자가 많은 가까운 벌목장 같은 곳으로 보내져 매춘부로 1~2년을
생활하면서 아버지의 남은 빚(딸의 결혼비용)을 갚게 되고, 빚이 모두 청산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자신의 남편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얘기를 듣고나면 누구나 분노나 충격을 느낄겁니다. 그러나 정작 그곳(동부 히말라야)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이 불행하다거나 불공정 하다고 느끼는것 같지는 않았으며, 세상사가
다 그렇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또한 지역의 최고 중재자인 브라만(최고 계급인 승려 계급)들도 
이런 현실에 큰 우려를 표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대부자의 중에는 브라만 계급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 장클로드 갈레이(Jean-Claude Galey) "

갈레이의 사례가 조금은 극단적 일수는 있겠지만 ... 보다 중요한 것은 바바리아 법전의 
"여자 노예"나, 동부 히말라야 지역 "하층민의 신부"는 모두 한 개인(주체)이 부채(Debt) 그 자체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부채와 주체의 동질화) ... 그리고 이러한 동질화 현상은 세분화되어 
좀더 다양한 모습으로 파생되기도 하는데... 성(S.ex), 신체(Organ), 명예(Honor) 같은 것들입니다 ...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사회에는 상당수의 유흥업소 (여성)종사자들이 선불금 이라는
일명 "마이킹" 때문에 자신을 저당잡혀 사는경우가 여전히 많이 존재하며, 빚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고, 자신의 신체를 담보로 보험사기를 계획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 이러한 
개인들의 불안한 관계들은, 곧 자신(주체)과 부채(Debt)를 맞교환 한 것이라고도 말할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부채(Debt)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주체에게 하나의 폭력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예를들면, 채권자(빚쟁이)가 걸어오는 휴대폰 벨소리(진동), 숫자(채권자 전화번호), 그리고 
매일같이 정해진 시간(ex. 점심식사 전)에 걸려오는 전화(주기성) 등은 ... 시각적, 청각적, 그리고 
주기적인 (심리적)폭력으로 작용하여 때론 공포가 되기도 합니다.

앞서 살펴본 프랑스-마다가스카르 사례가
폭력에 의해 부채가 생산되고, 그 폭력이 정당화되는 관계였다면, 빚쟁이의 전화는 
부채(Debt)가 폭력을 생산하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주체들간의 관계를 재설정 하는 다양한 "부채언어"의 속성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속성들 ... 즉, 폭력의 정당화, 부채의 예속화, 부채의 동질화 같은 부채언어는
주체(국가,기업,개인)들 간의 관계를 경계지어 구분짓거나 단절시키지 않고, 공기처럼 자유롭게 
서로를 넘나들 수 있습니다 ... 다시말해, 부채언어(속성)는 주체를 차별하지 않고 언제든지 
모든(국가,기업,개인) 관계 속에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모든 주체들 간의 복잡한 관계가 오직 "채권-채무" 라는 단순화된 공통어(부채언어)로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해 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다양한 부채언어의 탄생은 
어떠한 형태로든 빈곤을 생산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 글이 또 길어졌습니다 ... 예전에 써놨던 글인데 
매끄럽게 다듬고 몇가지 내용을 추가해 다시 올립니다.
기온이 많이 차갑습니다. ~ 다들 감기 조심 하시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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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경제성장